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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그림자에게도 우산을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부처님 오신 날, 논산톨스토이인문학아카데미 회원들과 세종시 비학산에 올랐다. 그리고 일행과 족발에 소맥을 즐기다가, 와인까지 마시게 되었다. 그만 술독에 빠져 시 배달을 못했다. 그건 순전히 비 때문이었다. 근데, 수요일에 또 술과 놀았다.

그림자에게도 우산을/길상호

차마 나누지 못할 이야기가 있어
그림자 하나씩을 이끌고 왔다
비 내리는 골목 술집을 찾다가 불빛 아래
출렁이고 있는 사람들
그늘진 말들만 모두 담고 있어서
바닥을 벗어날 수 없는 사람
씻겨도 씻겨도 어두운 사람,
술잔을 비우면서 우리들은 또
혓바닥에 쌓인 그늘을 보태놓겠지
빗방울이 지우려고 세차게 내려도
발목을 놓지 않는 그에게
살며시 우산을 씌워주었다
발목에 복사뼈를 심고 기다린
무릉도원에 닿으면 그도 일어나 걸을까
발바닥을 함께 쓰는 이곳에서는
손잡아 일으킬 수 없는 사람,
그를 위해 처음으로 내 어깨가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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