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동양 고전을 읽으며 얻은 삶의 지혜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아침 글쓰기의 주제를 요일별로 나누어 볼 생각이다. 토요일은 와인과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개별적인 와인 한 병을 영화 읽기처럼 해 볼 생각이다. 일요일은 동, 서양과 고전을 통한 묵상 내용을, 월요일은 이야기의 힘이라는 주제로 이솝우화 같은 이야기들을 공유하고, 화요일과 목요일은 읽고 있는 책의 리-라이팅을 하고, 수요일은 인문운동가가 바라보는 시대 정신을, 목요일에는 동양 고전을 읽으며 얻은 삶의 지혜를 공유해 볼 생각이다.

오늘은 최근에 막 끝낸 <장자>의 "제5편 "덕충부(德充符)" 에서 인상적이었던 내용을 공유한다. 덕충부(덕의 가득함의 표시)에서 부자는 符로, 부호 '부'자이다. 표시, 증거라는 뜻으로 쓰인다. 덕충부란 '덕이 가득해서 저절로 밖으로 그러하다'란 뜻이다.

이 편에는 육체가 온전하지 않은 사람들을 등장시켜, 그 사람들이 비록 육체적으로 온전하지 않지만, 그들은 자신의 속에 있는 천부적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해 진실로 의연하고 풍성한 삶을 살고, 또 살 수 있음을 분명하게 말해 주고 있다. 특히 이렇게 자랑스런 삶을 살면서도 그것을 일부러 드러내려 하지 않을 때 저절로 밖으로 드러남을 강조한다.

오늘은 음력으로 1월 15일로 정월 대보름이다. 이 말은 동제(洞祭), 달 집 태우기, 줄다리기, 쥐불놀이, 지신밟기, 부럼 깨기 등 기복행사와 오곡밥과 오색나물을 먹고, 귀밝이 술을 마시고 땅콩이나 호두 등의 부럼을 깨는 풍습이 있는 날이다. 그 의미는 이렇다.
- 조상들은 농사를 시작하면서 함께 하는 놀이를 통해 풍년을 빌며 이웃 간 화합을 다진다.
- 오곡밥은 말 그대로 5가지 곡식으로 지은 밥인데, 평소 자주 먹지 못하는 음식을 먹으면서,  그 동안 부족했던 영양분을 보충하는 것이다.
- 말린 나물은 겨울에 삶아서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 날밤, 호두, 은행, 잣 등을 깨물면서 1년 동안 아무 탈 없이 평안하고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달라고 빌며, 또한 이를 튼튼히 하려는 방법이다.

나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왜 그런 놀이를 하는지 모르고, 쥐불놀이를 했었다. 나중에 커서 불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불은 죽음과 부활이다. 불은 일년 동안 모든 슬픔과 아픔을 태워준다. 그리고 그 재는 거름이 되어 농사에 보탬이 된다. 그래 큰 행사마다 불꽃(아니 더 정확히는 꽃불)놀이를 한다. 정월대보름에 '달 집 태우기'를 하며, 조상들은 모든 부정과 악을 불태워 버리며,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을 정화하고 싶어 했다.

정월대보름/손병흥

아홉 가지의 나물에다 찰진 오곡밥을 먹고서
올 한해 이루고 싶은 일을 계획하고 기원하며
새로운 소원을 조심스레 점쳐보는 정월대보름

풍요로운 생산기원 마을의 평안 축원하는 동제
부족했던 비타민 무기질을 보충해주는 슬기로움
무사태평과 종기 부스럼 잡귀 물리는 부럼 깨기
귀 밝아지고 좋은 소리를 듣고자 먹는 귀밝이 술

논두렁 밭두렁의 해충 세균 없애기 위한 쥐불놀이
지신밟기 후 보름달 떠오를 때 행하는 달 집 태우기
연날리기 윷놀이 소원풍등 날리기 하는 상원 명절
사람과 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풍요의 상징적 의미로 자리매김한 전래 풍습 축제

<장자> 이야기로 되돌아온다. 물론 반드시 글자 그대로 몸이 불구가 되어야만 이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 필요는 없다.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닥친 어떤 외부 조건에도 구애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그것을 통해 더욱 아름답게 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음을 말했다고 보는 것이 좋다. 덕충부에 나오는 불구자들은 인간으로 서의 실존적 한계성과 결함을 지니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 모두를 상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 불구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우리들의 이야기이고, 이 사람들이 발휘하는 '비보통적' 능력은 모든 인간이 발현할 수 있는 인간 승리의 증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덕을 발휘하는 데에는 장애자나 불구자가 있을 수 없다. 가난하거나, 외부적 조건이 좋지 못해도 덕을 펼치는 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노자의 <도덕경>은 도를 어머니로 표현하는 등 여성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는 뜻에서 현대 "여성 운동가들의 바이블'이라고 한다면, <장자>는  불구자가 도를 실현하고 덕을 발휘하는 데 아무 장애가 없다는 것을 그림처럼 생생하게 실증했다는 점에서 "장애인들의 성서"가 될 수 있다고 <장자>를 풀이한 오강남은 주장한다. 매주 금요일마다 당분간 <장자>를 공유할 생각이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블로그로 옮긴다.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다. 새로 시작한 카카오 블로그이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_디지털_인문운동연구소 #사진하나_시하나 #손병홍 #복합와인문화공방_뱅샾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