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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믿음 없이 혁명은 없다.

달집태우기(구글에서 캡처)

2639.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2월 24일)

오늘이 음력 1월 15일, 새해 첫 보름으로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정월대보름'이기 때문이다. 정월대보름은 동제(洞祭), 달 집 태우기, 줄다리기, 쥐불놀이, 지신밟기, 부럼 깨기 등 기복행사와 오곡밥과 오색나물을 먹고,  귀 밝이 술을 마시고 땅콩이나 호두 등의 부럼을 깨는 풍습이 있는 날이다. 그 의미는 이렇다. 그리고 오늘부터 22일간 공식적인 대통선거 운동이 시작된다. 우리 사회는 매우 중요한 시기를 보내야 한다. 그리고 잘 되기를 이 대보름날 기도해야 한다.
- 조상들은 농사를 시작하면서 함께 하는 놀이를 통해 풍년을 빌며 이웃 간 화합을 다진다.
- 오곡밥은 말 그대로 5가지 곡식으로 지은 밥인데, 평소 자주 먹지 못하는 음식을 먹으면서,  그 동안 부족했던 영양분을 보충하는 것이다. 
- 말린 나물은 겨울에 삶아서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 날밤, 호두, 은행, 잣 등을 깨물면서 1년 동안 아무 탈 없이 평안하고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달라고 빌며, 또한 이를 튼튼히 하려는 방법이다. 

나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왜 그런 놀이를 하는지 모르고, 쥐불놀이를 했었다. 나중에 커서 불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불은 죽음과 부활이다. 불은 일년 동안 모든 슬픔과 아픔을 태워준다. 그리고 그 재는 거름이 되어 농사에 보탬이 된다. 그래 큰 행사마다 불꽃(아니 더 정확히는 꽃불)놀이를 한다. 정월대보름에 '달집태우기'를 하며, 조상들은 모든 부정과 악을 불태워 버리며,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을 정화하고 싶었다. 나는 오늘, 이념 갈등으로 어지러운 오늘 우리 상황을 사진 속의 달집에 함께 태우며, 다음 세 가지를 보름달에게 기원하고 싶다.  미래를 위한 국가 아젠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우리 사회의 불평등 해소를 통한 경제 회복/저녁이 있는 삶 속에서 여유와 인문학적, 예술 행위를 통해 정신적 풍요로움을 키울 경쟁이 아닌 협력, 상생의 공동체 재건.


정월 대보름/김영국

천지인(天地人)
신과 자연과 사람이 하나로 화합하고
한 해를 계획하고 길흉을 점쳐보는
정월 대보름 달이 만삭의 몸이로다.

지신(地神) 밟기로
못된 잡귀들아, 물러서거라
이명주(耳明酒) 귀밝이술로 귀가 밝아지고,
부럼 깨기로 부스럼이 나지 말고
동무들아 내 더위 사가거라

가가호호(家家戶戶) 오곡밥에 아홉 가지 나물
아홉 번 얻어먹고
무병장수(無病長壽)하니

달집 태우며 이루고자 하는 소원
운수대통(運輸大通) 만사형통(萬事亨通)을
정월 대보름 달님께 빌어본다.


어제 못다한 <<주역>>의 <혁괘> 이야기를 이어간다. <혁괘>의 나머지 세 효사는 이미 변화의 물결이 들이닥친 시기이다. 혁명적 변화가 이미 닥쳤을 때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九四는 悔亡(회망)하니 有孚(유부)면 改命(개명)하야 吉(길)하리라: 뉘우침이 없어지니, 믿음을 두면 명을 고쳐서 길할 것이다. 뒤를 돌아볼 기회가 없다. 세상의 미더움을 얻어 과감하게 운명을 갈아치워야 길하다. 혁명의 시기가 이미 닥쳤을 때 변화의 물결을 맞아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가를 말해주고 있다. 이때는 과감하게 운명을 갈아치우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내괘는 바꾸려는 상황이고 외괘로 넘어오면 이미 바뀌어졌으니,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가는 명(命)을 두게 된다. 구사가 변하면 수화기제(水火旣濟)괘가 되니 이미 혁명이 이루어진 것이다.

九五는 大人(대인)이 虎變(호변)이니 未占(미점)에 有孚(유부)니라: 대인이 호랑이로 변하니, 점을 하지 않음에 믿음이 있다. 큰 사람이 호랑이처럼 굳세게 변하면, 점을 쳐서 묻지 않아도 미더움을 얻는다.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는 대인은 그 스스로가 호랑이같이 변하여 천하를 이끌어 간다. 이러한 대인이 하는 일에는 의구심을 가지고 점을 하지 않더라도, 모두가 믿음을 두게 된다. 호랑이같이 변한 대인의 덕이 빛나기 때문이다.

혁명의 시기에 자기 변신에 성공한다는 것은 호랑이 같은 존재가 된다는 거다. 호랑이는 어떤 적을 만나도 두려워 하지 않는다. 자기에 대해 태산 같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이 변화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혁명의 시기를 이끄는 리더는 점쟁이나 무당에게 자기 운명을 물어보지 않고 호랑이처럼 전진한다. 세상이 뒤집어지고 흔들리는 데 리더마저 흔들리면 중심을 둘 곳이 없다. 격변의 시기를 헤쳐 나가려면 부동의 평정심이 있어야 한다.

上六은 君子(군자)는 豹變(표변)이오 小人(소인)은 革面(혁면)이니 征(정)이면 凶(흉)코 居貞(거정)이면 吉(길)하리라: 군자는 표범으로 변하고, 소인은 낯만 고치니, 가면 흉하고, 바른데 거하면 길할 것이다. 혁명 이후에 혁명에 취한 사람들은 혁명이 영원할 것이라는 낭만에 도취되기 쉽다. 그러나 혁명의 열기가 식을 때가 반드시 닥친다. 365일 풍랑이 이는 바다가 없는 것처럼,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열정을 주전자에 담긴 물과 같다. 계속 끓이지 않으면 식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잔치가 끝나면 천막을 걷어야 하고, 손님들은 짐에 가야 한다. 이 시기를 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때는 기회주의가 고개를 든다. 겉으로는 혁명에 동조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자기 잇속만 챙기는 사람들, 자리 다툼만 벌이는 이들이 고개를 든다. 소인배는 얼굴만 바꿀 것이다.

혁명(革命)에서 '혁(革)'은 '가죽'이라는 말이다. 가죽이 되기 전의 날가죽을 우리는 '피(皮)'라고 한다. 그 날가죽(皮)을 '무두질'이라는 작업을 통해, 다시 말하면 가죽에서 털과 기름을 화학적인 방법을 통해 제거하면, 그 가죽은 유연하고 반영구적인 가죽(革)이 된다. 그 가죽이 자신이 안주하던 동물로부터, 스스로를 분리하는 행위가 자기혁신의 시작이다. 분리된 가죽은 화학성분에 오랫동안 재워져 과거에 자신이 집착하던 오래된 성분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오래된 성분이 만일 남아 있다면, 그것은 그냥 날가죽(皮)일 뿐이다. 그러나 무두질을 거쳐, 과거의 잔재를 완전하게 제거하면, 그 가죽은 '혁(革)'이 된다. '혁(革)'은 자신이 안주하던 몸에서 완전히 분리된 소의 가죽을 형상화한 문자이다. 혁신에서 '신(新)'은 정과 도끼를 통해 가죽을 분리하고, 나무를 통해 가죽을 최대한 늘려 유연하게 만든다는 말이다. 그래 혁신하는 자는 유연하고 자유롭다. 

만물이 변하는 데, 만일 자기가 스스로를 변화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방치하거나, 내가 아닌 타인을 변화시키려 한다면, 불행이 발생한다. 우리는 그런 방치를 '부패(腐敗)'라고 부른다. 부패는 썩어서 패한 자이다. 같이 썩는 것인데 발효(醱酵)는 다르다. 부패와 발효는 똑같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어떤 미생물이 작용하는가에 따라 해로운 변화와 이로운 변화로 나뉘듯이, 어떤 문장이나 단어는 무의식 속에서 정신을 부패 시키고, 어떤 단어와 문장은 기도처럼 마음의 이랑에 떨어져 희망과 의지를 발효시킨다.

앞에서 말한, '대인호변(大人虎變)'에서 대인은 군주, 통치자로서 최고 리더인 대통령을 가리킨다. 호변(虎變)의 핵심 키워드는 추진력, 분명한 목표 설정이다. 호시탐탐(虎視眈眈), 호시우보(虎視牛步)의 '호랑이처럼 노려보다'에서 드러나듯 호랑이는 날카로운 눈으로 기회를 포착해 민첩하게 포획한다. 방향을 설정해 집중하고 목표를 향해 힘 있게 추진한다. '군자표변(君子豹變)'에서 군자는 지식인, 관리자다. 호변과 표변(豹變)은 털이 아름답다는 점에선 같지만 우열 차이가 있다. 호랑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무늬가 선명하고 아름답다. 표범은 새끼일 때는 무늬가 칙칙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다가 자라며 털갈이를 통해 차츰 아름다워진다. 표변의 핵심어는 개과천선, 학습을 통한 성장이다. 대통령(최고 리더)가 혁신 방향을 설정하면, 군자(참모)는 현실에 적용할 방법을 함께 모색하고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다. '소인혁면(小人革面)'에서 소인은 평민, 일반 국민이다. '얼굴만 바꿈'의 혁면(革面)은 표면적 참여 단계다.

그러나 <혁괘>가 말하는 것은, 군자는 범법할 수 없는 호랑이에서 조금은 친근한 표범으로 변해 소인배들과 함께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격렬한 뱐화 뒤에는 구성원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혁괘>가 말하는 혁명의 핵심은 믿음이다. 자기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이 혁명의 시작이고, 사람들의 믿음을 얻는 것이 혁명의 모든 것이다. 믿음 없이 혁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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