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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사는 이유/최영미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7월 5일)

사소한 일에 분노하기보다 내 삶을 지키는 것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비난 받는 상황에서 작은 문제에 매달리면 일상이 소모된다. 그것보다 내 삶을 지키는 것이 더 소중하다." 유시민의 주장이다. 나도 그런 경우가 많다. 특히 SNS의 댓글에서 그렇다. 나는 댓글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대부분의 댓글은 자기 마음에 들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수준에서의 감각적인 반응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댓글로 논쟁하지 않는다. 비난은 얼마든지 해도 좋다. 그러나 네 반응은 기대하지 말아 주기 바란다. 내 페북 계정에서 내 심정을 쓰는 거니까 눈치 볼 거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글 쓰는 이유는 이 세상과 시대에 대해, 내가 훈련 받은 생각하는 능력으로 갖게 된 어떤 시각으로, 내 삶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나는 충만하게 즐기는 것이 삶의 목적이다. 욕망의 충족에서 오는 단순한 쾌락이 아니라, 지성으로부터 오는 충만한 기쁨을 위해 공부하며 즐긴다. 그 방법이 나에게는 '읽고, 쓰기'이다. 그리고 익혀 안주하지 않고, 쉼 없이 변화하며, 나 자신을 향한 '나 되기'로 건너 가기를 시도하면서 얻는 기쁨을 즐기는 것이 글쓰기의 목적이고 동시에 내 삶의 목적이다. 이런 식으로 열 받음에 대처하는 나의 태도이다. 소모적인 일에 마음을 주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이다. 왜냐하면 내 삶을 지키는 것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부족해서 아는 게 아니라, 과해서 아프다." 이 말은 문숙 배우가 한 말이다. 풍요가 고통이 된다. 올 초에 내가 만든 나의 기도문이다.

주님  늘 '역경을 이기긴 쉬워도 풍요를 이기긴 어렵다'는 말을 기억하게 하소서.
주님 '우리가 가진 것을 사랑하면 행복하고 못 가진 것을 사랑하면 불행하다'는 말을 잊지 않게 하소서.”
주님 '사람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과 가질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하소서.

그리고 적게 먹어야 한다. 이게 이번 7월부터 지키고 싶은 나와의 약속이다. 과식하면 불편하다. 좀 부족한 듯 먹어야 한다. 포만감이 식사를 할 때는 좋지만, 후에는 속이 불편하다. 평소보다 과한 식사량을 내 몸이 견디지 못한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평소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온 날, 너무 많이 말한 날에는 어김없이 마음이 더부룩하다. 소화가 덜 된 말들 때문에 속이 아프다. '틈'을 키워야 한다.  이제부터 음식, 사람 그리고 말도 해독해야 한다.

인색(吝嗇)이란 한자가 어렵다. 인색이란 말의 사전적 정의는 "재물을 아끼는 태도가 몹시 지나침", "어떤 일을 하는 데 대하여 지나치게 박함"이다. 시인 김민정은 "인색하지 않은 사람을 좋아해요'라 말했다. 지나치게 감정 표현을 안 하는 사람, 주머니를 너무 안 여는 사람, 입과 주머니를 꾹 잠근 사람에게 다가 가기는 영 마뜩잖다. 때때로 누군가 인색하게 굴면 '내가 이 사람에겐 이 정도구나' 생각한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기 전에는 결코 '먼저'가 없는 사람과는 오랜 인연을 이어 가기 어렵다. "나는 언제나 받아야 하는 위치"라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 <<태도의 말들> 저자 엄지혜의 말이다. 나도 그러게 생각한다.  엄지혜의 책을 읽는 재미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는 내 마음 속의 생각들을 이렇게 말할 수 있구나 하는 것들을 가르쳐 주고, 좋은 책을 소개 시켜 준다. 평소에 즐겨 있는 강남순 교수를 비롯한 8분이 쓴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를 알게 되었다. 즉석에서 e-book으로 구입했다. 그 이야기 오늘의 시를 공유한 다음 이어가고, 그것들은 불로그로 옮긴다. 오늘 아침 사진의 가치도 나에게 묻는다.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사는 이유/최영미

투명한 것은 날 취하게 한다.
시가 그렇고
술이 그렇고
아가의 뒤뚱한 걸음마가
어제 만난 그의 지친 얼굴이
안부 없는 사랑이 그렇고
지하철을 접수한 여중생들의 깔깔 웃음이
생각나면 구길 수 있는 흰 종이가
창 밖의 비가 그렇고
빗소리를 죽이는 강아지의 컹컹거림이
매일 되풀이되는 어머니의 넋두리가 그렇다.

누군가와 싸울 때마다 난 투명 해진다.
치열하게
비어 가며
투명 해진다.
아직 건재하다는 증명
아직 진통할 수 있다는 증명
아직 살아 있다는 무엇.

글을 두 가지 버전으로 쓰기도 한다. 길게 사유한 글이 궁금하시면, 나의 블로그로 따라 오시면 된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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