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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래된 집/송호필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제3막 1장의 햄릿이 하는 독백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게 더 고귀한가."  이 독백은 삶과 죽음 가운데서 갈팡질팡했던 게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인간 답게 살 수 있는 지 묻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죽어야 할 운명인 인간이라면, 우리에게 붙잡아야 할 지푸라기는 '지금 살아 있는' 이 시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물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삶을 살아낼 방식을 구하기 위해, 잘 살아야 하는 근거를 얻기 위해서이다.

우리의 시간은 그 속에서 사유(思惟)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그냥 흘러간다. 아니면 우리는 그냥  우리의 시간을 흘려 보낸다. 25년간 호스피스 의사로 살아온 카렌 와이어트가 쓴 『일주일이 남았다면: 죽기 전에 후회하는 7가지』는 죽음을 앞둔 시한부 환자들의 안타까운 회한을 이렇게 담고 있다. 부사의 문제이다. 미리, 계속, 많이, 더, 마음껏, 끝까지, 항상이다.
- 벌어지지도 않은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한 것,
- 사람을 계속 미워한 것,
- 여유를 많이 가지지 못한 것,
- 관용을 더 베풀지 못한 것,
- 마음껏 사랑하지 못한 것,
- 끝까지 노력하지 못한 것,
- 항상 감사하지 못한 것이다.

미국 예일대학에서 17년간 연속 최고의 명강의로 꼽히는 셸리 케이건의 <죽은 수업>이 『죽음이란 무엇인가』로 번역되어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우리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질문하게 한다. 그는 우리가 스스로를 위해 바랄 수 있는 가치는 좋은 사람(to be good) 그리고 정의로운 사람이 되라고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좋은 삶은 세상에 정의와 사랑이 더 많이 작동하도록 기여하는 시간 속에 있다. 삶에서 정서적 충만함을 얻는 길은 뭔가 우리의 삶에 가치 있는 일이 들어 올 때 이루어진다. 그건 우리가 잠시 기억하는 남의 생각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의자를 통한 우리의 행위로 드러나야 한다.

지금-여기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생(生)이다. 그렇다면, 돈을 벌기 위해 인생까지 낭비해야 할까? 이것이 바로 죽은 생각함으로써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의 조합이다. 돈과 행복은 비례하는 관계가 아니라고 본다. 돈이 많아지면, 소비 기준도 같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초연결시대, 인간을 말하다>에서 여서 번째 강의인『햄릿』 이야기를 마치고, 많은 생각을 했다. 그래 화요일 저녁은 '주님'을 모시고, 망각을 만났다. 어제 선택한 아침 시인데, 오늘 아침에 공유한다.

오래된 집/송호필

부자들이 지은 집은 오래간다
콘크리트 슬라브 지붕에 녹슨 철대문
아무도 살지 않지만
그 집은 그 자리에 아직도 있다

단지 흙과 나무와 풀로 지었으되
가난한 사람이 지은 집도 오래간다
하지만 사람이 떠나면 금세 허물어진다

이런 집이 진짜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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