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굿모닝/ 문인수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하나

어제에 이어, 미국 예일대에서 17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로 꼽히고 있는 샐리 케이건의 <죽음수업>이야기를 이어간다.

이 시대의 가장 큰 문제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에 있는 불균형이다. 세상의 풍요를 누리며 부를 쥔 사람들은 이 세상에 열심히 일해서 월급을 타면서도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사실을 반드시l 인식해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물적 자원이 조금이라도 더 생기는 그 곳, 그래서 덜 힘겹게 살도록 보살피는 그 시간 속에서 삶은 가치를 갖는다.

각자도생(各自圖生, 각자가 스스로 제 살 길을 찾는다)하려고 몸부림치는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다. 사랑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의 가치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보살폈으면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확장된 감각 안에 있는 사랑'이다. 이 말은 우리가 사랑할 때 비로소 온 마음으로 상대를 살피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상대에 연결된 부수적인 관계들까지 포용하거나 관찰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 경험하지 않았는가? 내가 누구를 좋아하면, 그 주변들까지 관심을 갖게 된다. 사랑이 식으면, 그냥 남일 뿐이다. 그러나 확장된 감각으로 사랑을 하면, 그 사랑이 사회적 연대로 나아가게 하는 문이 된다.

이 연대 의식을 갖게 되면, 타인을 존중하게 된다. 연대는 단순한 사랑이 만들어내는 감성적인 톤이 아니다. 우리는 완벽하게 단독적으로 실재하는 존재로서 타인을 존중해야 한다. 그 타인도 이성에 따라 스스로를 조절하고 자신의 계획을 갖고 있으며, 어떤 삶을 살겠다고 결정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그들이 자신의 모습대로 살도록 자원을 지원하며 도와야 하는 것이다.

그런 사랑이 우리의 죽음이 아닌 삶을 부른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상대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다.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를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를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사랑을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사랑이란 누군가가 멋지다는 것을 누군가가 발견하는 일이다. 사실 우리기 원하는 것 가운데 한 가지는 가치 있어지는 것이지만, 동시에 그 가치가 타인에게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우리를 사랑할 때 그들은 우리의 가치를 입증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 우리는 이 사회 속에서 가치 있는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공존하는 것이다. 사랑이 깨지는 경우는 가치 있는 존재가 같은 방식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이 사랑이 없는 세상이다. 가치를 몰라주니, 사랑이 갈 곳을 잃고 마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랑이 부재한 사회가 되면, 가치에 대한 우리의 감각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사랑에 대한 마음을 소극적으로 가두는 오늘의 방식은 바로 타인의 가치를 알아보는 우리의 감지 능력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결국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는 감각까지 마비시킨다. 그러니까 타인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가치도 알아차리기 힘들다. 타인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기 보다 자신을 더 중요하게 여겨서가 아니다. 스스로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은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사랑을 불러 일으키는 재미난 시를 공유한다. 사랑은 우리가 열정적으로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방식이기도 한다. 왜냐하면 사랑 속에서 우리는 서로 가치 있는 존재로 나아가는 길을 얻기 때문이다. 이것은 세상을 만나고 연대하는 방식일 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 귀한 존재임을 발견할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가 세상을 염려하는 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죽으면 끝이다. 그러니 살아 있는 오늘 이 시간을 잘 누려야 한다. 마음껏 사는 거다. 잘 모르는 죽음 이후의 세계보다 내가 알 수 있는 오늘의 삶을 나는 살고 싶다. 햄릿의 독백인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에서, 나는 사는 것으로 정한다.

굿모닝/ 문인수

어느날 저녁 퇴근해오는 아내더러 느닷없이 굿모닝! 그랬다. 아내가 웬 무식? 그랬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후 매일 저녁 굿모닝. 그랬다. 그러고 싶었다. 이제 아침이고 대낮이고 저녁이고 밤중이고 뭐고 수년째 굿모닝, 그런다. 한술 더 떠 아내의 생일에도 결혼기념일에도 여행을 떠나거나 돌아올 때도 예외없이 굿모닝, 그런다. 사랑한다 고맙다 미안하다 수고했다 보고 싶었다 축하한다 해야 할 때도 고저장단을 맞춰 굿모닝, 그런다. 꽃바구니라도 안겨주는 것처럼 굿모닝, 그런다. 그런데 이거 너무 가벼운가, 아내가 눈 흘리거나 말거나 굿모닝, 그런다. 그 무슨 화두가 요런 잔재미보다 더 기쁘냐, 깊으냐. 마음은 통신용 비둘기처럼 잘 날아간다. 나의 애완 개그, ‘굿모닝’도 훈련되고 진화하는 것 같다. 말이 너무 많아서 복잡하고 민망하고 시끄러운 경우도 종종 있다. 엑기스, 혹은 통폐합이라는 게 참 편리하고 영양가도 높구나 싶다. 종합비타민 같다. 일체형 가전제품처럼 다기능으로 다 통한다. 아내도 요즘 내게 굿모닝, 그런다. 나도 웃으며 웬 무식? 그런다. 지난 시절은 전부 호미자루처럼, 노루꼬리처럼 짤막짤막했다. 바로 지금 눈앞의 당신, 나는 자주 굿모닝! 그런다.

#인문운동가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시하나 #문인수 #와인비스트로뱅샾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