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2.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7월 1일)
오늘은 7월 1일이다. 옛 어른들은 "미끈유월(농사 일로 바빠 한 달이 미끄러지듯이 쉽게 지나간다)이 가고 어정칠월(칠월은 한가해 어정거린다)이 왔다"고 했다. 7월이 오면 늘 생각나는 시가 있다. 한 해의 반환점. 밖에는 장마비가 내린다. 지난 코스의 일들을 다 씻겨준다. 그래도 우린 하루에 몇 번씩 갈림길에 놓인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고, 그 순간 나는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을 믿어야 한다. 시간은 흐르는 강물처럼 하나이다. 미래는 오늘 내 선택의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이다. 그래 7월이 왔어도, 난 어제처럼 살리라.
7월/목필균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
돌아선 반환점에
무리 지어 핀 개망초
한 해의 궤도를 순환하는
레일에 깔린 절반의 날들
시간의 음소까지 조각난 눈물
장대비로 내린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폭염 속으로 무성하게
피어난 잎새도 기울면
중년의 머리카락처럼
단풍 들겠지
무성한 잎새로도
견딜 수 없는 햇살
굵게 접힌 마음 한 자락
폭우 속으로 쓸려간다
지난 주말에 읽은, 앤드류 매튜스의 <<마음 가는 대로 해라(follow your heart)>>의 책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다. 어제에 이어, 오늘은 "마음 가는 대로 해라. 인생의 목적은 문제 없이 사는 게 아니라, 신나게 사는 거다. 삶은 투쟁이 아니다. 마음 가는 대로 살며 삶을 즐기는 거다"라는 이야기를 할 차례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거다. 현재 하는 일이 무엇이건 그것을 좋아하고, 마음 가는 대로 하자는 거다. 자신의 마음 가짐을 선택하면, 어떤 일이라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 더 행복해진다. 보통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이 더 쉽고, 재밌으며 보수도 많은 것처럼 보인다. 세상에 완벽한 직업이란 없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할 수 없거나 하기 싫은 일에만 돈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즉, 해결할 문제가 없었다면 우리의 직업도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이 하는 일을 하기 싫을 때는 두 가지 대안이 있다. 태도를 바꾸거나, 직업을 바꾸는 거다.
우리는 '하는 일이 좀 더 쉬었더라면 행복했을 텐데'라 말하곤 하지만, 실제로는 쉬운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이 너무 쉬우면 대개 그 일을 떠난다. 우리는 도전을 너무 즐기는 나머지 쉬는 시간에도 도전할 거리를 찾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일은 반복적이다. 그러므로 일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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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역할'을 구분 짓지 말고 전부 삶으로 받아들인다. 이래저래 일과 삶을 연동해 나가며 계속해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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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사랑한다는 것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정신 없이 빠져들지만, 오랫동안 '사랑'하려면 굳은 마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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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최선 다해야 한다. 왜냐하면 100%를 다하면 기분이 좋다. "숙제의 법칙'이 있다. 숙제를 다 해내고 최선을 다한 날 학교를 갈 때 기분이 좋고, 발걸음이 가볍다는 거다. 우리가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다른 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서라는 거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우리는 '프로 정신'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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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자발적으로 해야만 존엄성을 가진다. 우리는 주인이나 상사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 일한다. 일은 해 주는 게 아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 일을 '해준다'고 한다. 그건 아니다. 회사가 주는 기회를 활용해 내 일을 하는 거고, 그 결과, 세상에 기여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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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세계에는 게으름과 오만을 벌주는 법칙이 있다. 특히 우리는 풍족해지면, 교만 해진다. '역경을 이기긴 쉬워도 풍요를 이기긴 어렵다'는 말을 늘 나는 기억하며 산다. 가장 경계해야 할 행동은 교만이다. 자기 머리보다 큰 모자를 쓰고는 목에 힘을 주고 거들먹거리는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딱 어울리는 이야기가 동화작가 정채봉의 옷걸이 우화이다. 세탁소에 갓 들어온 새 옷걸이에게 헌 옷걸이가 한마디 했다. “너는 옷걸이라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지 말길 바란다.” “왜 옷걸이라는 것을 그렇게 강조하시는지요?” “잠깐 씩 입혀지는 옷이 자기 신분인 양 교만해지는 옷걸이들을 그동안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지위나 직위는 나에게 잠시 입혀지는 옷에 불과하다. 세탁소의 옷걸이가 여러 종류의 옷을 거쳐 가듯이 사람도 일생 동안 수많은 지위나 직책을 거쳐 간다. 그런 지위나 직책이 나 자신이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만약 직책이 나라면 그 자리에서 물러나면 나는 존재할 곳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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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람들은 하기에 '행복한'일과 '불행한'한 일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데, 그렇지 않다. 재미 있는 사람은 지루한 일도 재미있게 만들 구 있다. 역시 이때도 풍족하게 살다 보며, 교만 해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을 즐기는 것은 선택의 문제이다. 어떤 이는 하찮은 일도 가치 있게 만들 줄 안다. 우리가 일을 하다가 최선을 다하는 이유는 사람들을 감동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최선을 다해야만 우리가 즐겁게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까? 이 질문은 한 번 뿐인 인생을 좋아하는 일을 보내기 위해서 하는 질문이다. 직장에서 찾을 수 없다면, 적어도 여가 시간이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자는 거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열정을 가지고 모든 사랑과 에너지, 창의력을 쏟아 붓는 일이다. 물론 위험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다. 우리가 어떤 일에서 흥미를 느끼는 원인의 절반은 불확실성 때문일 수 있다. 고난이 없다면 뭔가 빠진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 역경을 이기긴 쉬워도 풍요를 이기긴 어렵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의 인생은 자신의 선택, 최우선적으로는 직업 선택에 완전한 책임을 질 때 비로소 돌아간다. 우리는 남들이 '기대하는 ' 행동을 하거나, '적당한' 취미를 골라잡아 살아간다. 이런 식으로, 열정, 내가 원하는 것을 억누르다 보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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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벌떡 일어나고 쉬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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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잊고 자기 자신도 잊을 정도로 몰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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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애쓰지 않아도 한참을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고, 보통 그렇게 하고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앞의 세 가지 현상과 같은 지 물어보는 거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열정을 되찾을 수 있을까? 삶을 단순하게 바꾸는 거다. 습관적으로 하던 행동을 멈추고,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여 보는 거다. 찾으려고 해야 찾을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을 할애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관찰해 보는 거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생각과 친해지는 것이다. 가능하다고 믿어야 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무슨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지 깨달으면 '평생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답할 준비가 된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재능을 과소평가 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가진 능력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다. 그러면서 자신의 재능을 인정하는 거다. 다른 사람의 재능을 바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발전시키다 보면 더 큰 만족에 이르게 된다. 재능이 요긴하게 쓰이긴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일단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그것에 집중하고 노력하는 거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그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 일은 지겹고 힘들기 마련이라고 믿어 왔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일을 즐기며 돈도 벌고 있다. 취미를 직업으로 바꾼 사람들이 많다. 취미가 생계 수잔으로 전환되는 과정은 아주 서서히 진행된다.
일에서 의미와 열정을 발견하려면 마음 가는 대로 해야 한다. 우리는 대부분 무분별한 청소년기에 직업을 결정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낚으려는 고기가 무엇인지 모르고 평생 낚시를 한다"고 말했다. 단지 돈만 바라고 일한다면 행복하지도 않겠지만 많은 돈을 만질 수도 없다. 우리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을 하라는 거다. 돈은 게임이다. 게임은 참여해 이기는 것이지 득점에 연연해 괴로워한다고 해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일은 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살면서 하는 일은 사람들과 연결해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그래 일에서의 성공은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렸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봉사할 줄 아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에 대한 봉사"는 복종이나 희생처럼 들린다. 그렇지 않다. '봉사'는 사람들을 가르치거나 돌보는 일일 수 있고, 아름다운 꽃을 팔거나 미소를 띠며 난방기를 고치는 일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 이다. 기쁨은 해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하는 데서 온다. 즉, 자신의 일을 하면서 늘려 나갈 수 있다.
인도 산스크리트어에는 '인생의 목적'이라는 의미로 '다르마'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나만이 완수할 수 있는 고유한 임무'를 말하는 거다. 그게 중국으로 와서 '법(法)'으로 번역 되었다. '법'이란, 강물의 물처럼,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과감히 버리며 당연하게 그리고 도도하게 나아가는 삶의 규범을 말한다.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 유일한 동물인 인간이, 자신의 '다르마'를 발견하고 발휘한다면 행복하다. '다르마 법칙'에 따르면, 우리 각자는 타고난 재능이 있다. 이러한 재능을 표현했을 때 기쁨을 느끼게 된다. '무얼 얻을 수 있을까' 대신에 '무얼 줄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다 보면 그러한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인생의 목표는 문제 없이 사는 게 아니라, 신나게 사는 것이다. 돈을 벌 수 있는 최선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사랑은 힘이다. 사랑을 가지고 일하면 '양질의 에너지'가 주입되면서 에너지가 돈으로 변하게 된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인생을 수월히 살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흥미로운 삶을 사는 비결이다. 십중팔구 더 많은 책임과 문제들을 떠안아야 한다. 그렇지만 즐겨야 이긴다.
우리에겐 언제나 선택의 여지가 있다.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은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쓰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왜 불가는한가요'가 아니라, '왜 이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가'이다. '이 일을 하겠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상관없어요'라고 말할 때 삶이 우리를 돕기 시작한다. 다시 2023년 후반의 날들을 위해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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