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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자두/이상국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교육은 누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인내하며 스스로 깨닫기를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다.

어제는 on=off-Mix로 새통사를 진행해 보았다. 김은형 작가(『엄마의 라이프 스타일, 아이의 미래가 된다』가 <아츠 쿨투라-유기적 교육관의 시대>란 주제로 열강을 해주었다.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 통찰의 시간이었다. 문화 예술(아츠 쿨투라) 교육. 그냥 예술 교육 개념과는 다르다고 했다. 아츠# 쿨투라는 우리의 사고와 언어에 있는 문화에 관한 다양한 정의들을 예술이 형상화하고 연결하는 방식들을 의미 하기 위해 제시카 호프만 데이비스가 만든 용어라고 한다. 문화예술교육으로 번역할 수 있다. 이 교육은 감성 교육이고 인문학적인 소양 교육이며, 천전인교육을 지향한다.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와 코로나-19의 충격 속에서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주장이었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나는 교육 이야기만 나오면, 이 문장들을 기억한다. 교육은 누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인내하며 스스로 깨닫기를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다. 교육은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는 다양한 답이 있으니, 자신에게 알맞은 답을 찾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교육은 회초리로 학생들을 다그쳐 빨리 많이 외우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핸드폰에 세상의 모든 지식이 이미 있기 때문이다. "교육(敎育)하다"라는 영어는 'educate'이다. 이 말은 학생들이 각자 지니고 있는 고유함을 자극하여, 그것을 '밖으로(e-) 끄집어내는(-ducate) 것이다. 부모들이 알아야 할 내용이다.

그리고 알게 하는 것과 사랑하게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가령 과학지식을 가르쳐 알게 하는 것은 과학교육이지만, 과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게 하는 것은 문화가 있어야 한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도 인문지식을 배우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인문정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게 하는 문화가 중요하다. 인문학의 역할은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해지지 말아야 한다는 각성을 요구하는 일이다. 더 나아가 고통받는 타인을 향한 위안과 공감을 불러내, 보이지 않는 연대를 이루는 일이다. 나 자신의 존재만을 위해, 나만 잘 살려고, 내 존재만 풍성하려고, 공부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하루 종일 머리가 아파, 쉬다가 이제 글을 완성한다. 그리고 오늘 공유하는 시는 몇일 전에 만난 것이다. 자두를 먹으며, 이 시를 옮긴다.

자두/이상국

나 고등학교 졸업하던 해
대학 보내달라고 데모했다
먹을 줄 모르는 술에 취해
땅강아지처럼 진창에 나뒹굴기도 하고
사날씩 집에 안 들어오기도 했는데
아무도 아는 척을 안 해서 밥을 굶기로 했다
방문을 걸어 잠그고
우물물만 퍼 마시며 이삼일이 지났는데도
아버지는 여전히 논으로 가고
어머니는 밭 매러 가고
형들도 모르는 척
해가 지면 저희끼리 밥 먹고 불 끄고 자기만 했다
며칠이 지나고 이러다간 죽겠다 싶어
밤 되면 식구들이 잠든 걸 확인하고
몰래 울 밖 자두나무에 올라가 자두를 따먹었다
동네가 다 나서도 서울 가긴 틀렸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낮엔 굶고 밤으로는 자두로 배를 채웠다
내 딴엔 세상에 나와 처음 벌인 사투였는데
어느 날 밤 어머니가 문을 두드리며
빈속에 그렇게 날것만 먹으면 탈난다고
몰래 누룽지를 넣어주던 날
나는 스스로 투쟁의 깃발을 내렸다
나 그때 성공했으면 뭐가 됐을까
자두야

어제에 이어 쓰지 신이치의 『슬로 이즈 뷰티플』이야기를 좀 더 이어간다. 요즈음 길에 만나는 50대 한국 남자들의 대부분은 배가 볼록 나와 있다. 이렇게 흉을 지만, 나도 그렇다. 왜 그럴까? 아마도 패스트 푸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페스트 푸드의 문제점은 단순히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만의 문제가 아니라, 음식을 둘러싼 우리들의 생활 양식도 역시 그렇다. 패스트 푸드란 생활과 사회 그 자체에 '패스트 푸드 화'가 진행되고 있음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전 세계의 "맥도날 화"이다. 통계에 의하면, 현재 맥도날드는 세계 120개국에 널리 퍼져 있다. 마실 것이 흔하지 않은 나라에도 펩시 콜라나 코카 콜라는 있다.

나는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미국 유통업체인 <코스트코>를 이용한다. 그 때마다 콜라의 유혹을 물리치는 일이 힘들다. 500원을 내면 빈 컵을 하나 준다. 자기 스스로 그 통에다 콜라나 환타 등 설탕이 범벅인 자극적인 인공 탄산 음료를 양 컷 마실 수 있다. 그래 필요 이상으로 과다하게 마시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 음료에 중독된다.

또 다른 통계에 의하면, 60억 세계 인구 중에서 11억 내지 12억의 사람이 기아와 식량 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같은 수의 사람들이 비만으로 고통 받고 있다. 현대인이 안고 있는 건강 문제의 대부분이 패스트 푸드 화와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비만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배만 볼록 나온 이상한 체형의 남자들로 변하고 있다. 그리고 당분 섭취의 급격한 증가와 청량 음료의 지나친 섭취로 당뇨병 환자가 늘고 있다.

'페스트 푸드 화'를 바꾸는 길이 '슬로 푸드 화'이다. 이런 것이 예술문화 교육이 담당할 영역이다. 삶이 예술이 되게 하는 것이다. 나는 시간은 금이고 빠른 것이 느린 것을 통제하는 고도의 경제 성장기 한복판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면서 속도가 효율성이라는 생각에서 우리는 빨리 먹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다 보니 바쁜 사람들을 위하여 페스트 푸드가 길바닥에 넘쳐났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냉동 식품, 인스턴트 식품, 컵라면, 편의점의 도시락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팔고 있는 반찬들이 시간을 절약해 주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바쁘다.

슬로 푸드로 방향을 바꾸자는 주장은 단순히 패스트 푸드만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음식을 통해 형대인들의 생활 방식과 오늘 우리 시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되짚어보자는 것이다. 그러니까 슬로 푸드 운동은 슬로 라이프를 지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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