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7월 1일)
벌써 7월이다. 목필균 시인의 <7월>이 생각난다.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돌아선 반환점에/(…) 계절의 반도 접힌다//폭염 속으로 무성하게/피어난 잎새도 기울면/중년의 머리카락처럼/단풍 들겠지." 지난 반년을 되돌아 보고, 남은 반년을 어떻게 살까 고민해본다.
그런데 아프다.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거짓이 판을 치니, 어느 곳에 눈을 둘 수가 없다. 그저 세월이 흐르기만 바란다. 내 눈에, 철학과 경륜과 내공 없는 '막말' 정치인들이 우리들의 삶을 책임진다고 나서서 설치는 꼴이 너무 싫다. 코로나로 망가진 패러다임이 우리의 현실을 옥죄고 있는데, 다들 권력에 취해 필연적으로 닥쳐올 그 위기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없다. 세상이 원래 그런 가? 그렇다고 술에 취해, 현실을 잊고 만 있을 수도 없고, 그래도 시간은 흐른다. 오늘부터 7월이다. 내 마음을 달래주는 시를 공유한다. 사진도 어제 오후 하늘 사진이다. 무심하다. 나도 구름처럼 그렇게 살 생각이다.
매번 기득권의 역사는 반복된다. 그리고 매번 속이는 언론과 거기에 속는 국민들, 물가는 연일 최고치를 찍고 있고, 국제 유가는 하락세인데 국내 유가는 하락할 줄 모르고 계속 오른다. 경제 상황은 비상인데, 컨트롤 타워는 오히려 서민들에게 그 책임을 떠 넘긴다. '노룩 악수', '건들 건들 워킹'은 문제도 아니다. 외교적 실패는 다 우리가 담당해야 한다는 점이 뼈를 때린다.
어제 이런 저런 생각으로 인문 일기를 쓰지 못하고, 내 하루는 그냥 떠밀려 지났다.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아무 일도 안 한 건 아니다. 노자도 읽었고, 점심도 친한 친구와 먹었고, 멋진 사람도 여럿 만났다. 그런데 싫은 사람도 만났다. 그래 그냥 집에 들어왔다. 그리고 언젠가 적어 둔 다음 내용을 읽은 후 마음을 달래고 잘 잤다.
기존의 심리학, 프로이트, 융, 아들러 등의 심리학은 인간의 이상 행동의 이면에 있는 굴절되고 왜곡되어 뒤틀린 심리를 연구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에서 시작된 긍정 심리학이 더 회자된다. 빛이 들어 오면 어둠은 자연히 없어지듯, 사람이 행복하면 왜곡된 심리도 없어질 거라고 믿는 심리학이다. 이런 가운데, 경제학자들이 행복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긍정 심리학자들은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걸 같이 먹을 때, 혹은 여행을 할 때 등과 같이 행복해지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수량적인 것을 다루는 경제학자들도 행복의 이유를 분석했다.
그런 책이 부르노 프라이(B. Frey)의 <<행복, 경제학의 혁명>>이다. 경제학자들이 찾은 행복의 조건들은 다음과 같다.
1. 행복을 노골적으로 추구할수록 반대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기대와 현실의 괴리, 그리고 더 강한 만족감이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행복은 단기적인 희열(喜悅, )의 추구 혹은 희열의 연 이은 추구가 아니라, 장기적인 '좋은 삶'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2. 돈은 일정 수준까지 행복에 중요하고 그 이상에서는 중요한 변수가 아니다. 우리는 이것을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이라 한다.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이스털린의 이름을 딴 것이다.
3. 행복해지려면 일을 해야 한다. 여러 통계에 의하면, 다른 조건을 동일하게 만들었을 경우 실업상태가 고용상태에 있는 것보다 삶의 만족이 훨씬 낮다. 실업이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 소득이 감소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 흥미롭다.
4. 내재적 속성을 가진 활동에 의도적으로 자신의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 외재적 속성이 가져다 주는 행복을 과다하게 평가하다 보니 내재적 속성이 가져다 주는 행복에 소홀하기 쉽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내재적 속성이란 타인과의 연결, 자신의 유능감, 자율성, 공동체 참여 등과 관련되어 있고, 외재적 속성은 재화의 소비, 지위, 소득, 명예 등과 관련된 것이다. 사람들의 외재적 속성을 위해, 즉 돈을 벌거나 지위를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붓는다. 그러나 실제 삶의 만족도는 내재적 속성과 더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 내재적 속성은 반복해도 지겹지 않다. 오히려 새로운 경험을 얻고 정보를 얻고 감정을 치유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그 일을 아무리 오래 해도 만족감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증가한다. 그리고 그 경험의 기억도 장기간 지속된다. 반면 외재적 속성은 잘 지겨워지고 경험의 기억도 오래가지 않는다.
정리하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잊고, 노골적으로 행복을 추구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좋은 삶'을 살아가면 된다. 그러한 삶의 구조를 만들려면, 돈은 어느 정도는 필요하지만 그 이상의 돈이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으므로, 돈을 버는 데 집중되었던 자원을 적절히 재배치 한다. 첫 째 일을 하여야 한다. 특히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하여야 한다. 그런 일을 하면, 금적적 가치 외에 비금전적 가치도 너무 크기 때문이다. 끝으로 내재적 속성의 활동을 의도적으로 늘려야 한다. 재화의 소비 측면에서, 소유적 소비보다 존재적 소비에 치중해야 한다.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김승희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뜨리지 않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천사 같은 "김종삼", "박재삼",
그런 착한 마음을 버려선 못쓴다고,
부도가 나서 길거리로 쫓겨나고,
인기 여배우가 골방에서 목을 메고,
뇌출혈로 쓰러져 말 한마디 못해도
가족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
중환자실 환자 옆에서도 힘을 내어
웃으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마음속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 가장 아름다운 것 속에
더 아름다운 피 묻은 이름.
그 가장 서러운 것 속에
더 타오르는 찬란한 꿈
누구나 다 그런 섬에 살면서도
세상의 어느 지도에도 알려지지 않은 섬.
그래서 더 신비한 섬,
그래서 더 가꾸고 싶은 섬, 그래도
그대 가슴속의 따스한 미소와
장밋빛 체온 이글이글 사랑에
눈이 부신 영광의 함성
그래도라는 섬에서
그래도 부둥켜안고
그래도 손만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가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
어디엔가
걱정 근심 다 내려놓은 평화로운
그래도, 거기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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