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7월 2일)
조용한 토요일 아침이다. 그러나 세상은 바람이 세다. 거짓들의 바람이다. 천양희 시인의 <비>가 내 마음이다.
비/천양희
쏟아지고 싶은 것이
비를 아는 마음이라면
그 마음
누구에겐가 쏟아지고 싶다
퍼붓고 싶다
퍼붓고 싶은 것이
비를 아는 마음이라면
그 마음
누구에겐가 퍼붓고 싶다
쏟아지고 싶다
할 일도 여럿인데, 대부분을 잊고,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친선 탁구모임을 위해 오늘은 천안에 간다. 그게 낙(樂)이다. 그렇다고 모든 일들이 틀어진 게 아니다. 내가 계획하고 있는 일들은 착착 잘 진행되고 있다. 어제 <인문 일기>에 썼던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하면 된다. 오늘 아침 사진의 포도처럼 제 할 일을 하는 거다.
"싫어하는 사람은 늘 존재해요. 그런데 다 지나고 보면 모두가 고마워요. 그때는 내가 잘나서 버티는 것 같았는데 끝나고 보면 저 사람 덕분이구나 싶어요." 나영석 PD의 말이다. 누구에게도 배울 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발견하고 조명을 비춰 주는 일을 내가 할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아침이다. "자존심은 얼마나 높아질 까가 아닌, 얼마나 낮아질 까에 대한 관심에서 나온다." 자존감이 튼실한 사람은 스스로를 존중하는 만큼 상대를 먼저 배려하라고 하는데, 나는 안 된다. 내 자존감이 상처를 입으면 화를 낸다. 자존심과 자존감은 다르다. '자존심'은 '나는 잘났다'면서 자신을 지키는 마음이고, '자존감'은 '나는 소중하다'하면서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자존감은 '자신의 가치에 대한 평가 혹은 믿음'이다. 자존감은 다른 이와 비교를 하기 시작하면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으로 지적되는 것들은 이렇다.
1. 실력을 쌓는 것,
2. 작은 성공을 누적시키는 것,
3.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제대로 구분하는 것,
4. 자신이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5. 외부에서 긍정적 피드백을 요청하는 것 등 여러가지가 있다.
6. 그러나 이런 것보다 자신을 '위대한 존재'로 믿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니까 자신의 가치가 더 높은 수준에 있음을 믿는 것이다. 자신의 가치가 높음을 스스로 확고히 믿으면, '자기 효능감'이 생긴다. 자기 효능감은 특정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다. 능력이 아니라 믿음이라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케냐의 마라톤 선수들은 자신의 한계는 없으며, 오늘은 '나의 날'이 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고 한다. 낙관주의자들이다. 높은 자존감은 성숙한 방어기제를 형성하여 실패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으며 고통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는 힘을 준다. 실패와 고통 속에서 높은 자존감으로 성숙한 방어기제를 통해 또 일어서고 또 일어서게 하는 힘이 자존감이다. 그러면 성공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성공이란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얻는 것이라고 본다.
새로운 사실 하나 더 첨가한다. 나의 잘남을 전시하지 않으면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 시대, 스스로 낮추니 절로 빛이 난다. 스스로를 좀 낮추자.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겸손이 아닌 진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태도를 유지한다. 그런 태도를 유지하려면 탄탄하게 자신의 일상을 가꾸는 사람이어야 한다. 자신감이 아니라, 자존감으로 뭉친 나로 타인들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의존하는 관계가 되면 안 된다.
구르는 돌처럼 산다. 조언 따위를 해 대는 인간들은 별 볼 일 없는 인간이거나 사기꾼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냥 돌처럼 구르는 거다. 누구에게 묻지 않기로 했다. 모든 답은 마음 속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남이 하는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를 멀리 한다. 가슴 속에 가득한 단 팥이 새지 않게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하고, 필요 이상으로 크고, 필요 이상으로 빠르고, 필요 이상으로 모으고, 필요 이상으로 몰려 있는 세계에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소설가 박민규)
또 다른 이야기. "자유로움만 가져선 배우가 될 수 없다"는 말은 배우 배종옥이 했다. 그런 그녀가 촬영 현장에서 후배가 묻기 전에는 웬만하면 조언을 하지 않는다며, 후배가 들을 마음을 가졌을 때에만 입을 연다고 한다. 그리고 꼭 필요한 조언은 둘이 T을 때에만 했다 한다. 지나치게 타협하는 사람을 만나도 이젠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 그 사람이 사는 방식이다. 그런 사람에 훈수를 둔다고 달라질 일은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이 내 인생의 질료로 쓰인다고 말하는 김창완의 말이다. 다음 말은 오늘 아침에 주는 위로이다. "사회가 어떻게 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을 수 있지만, 모든 것이 내 삶에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나쁜 환경도 환경이에요." 모든 게 내 사람의 질료라는 거다. 이 질료가 생존을 지속하게 만드는 가능성이라 했다. 나도 매일 <인문 일기>를 쓰는 것도 그 질료 때문이다.
나는 어제 다음과 같이 마음 갖기로 다짐했다. 유리한 쪽보다 유익한 쪽에 설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래야 인생이 더 단단하게 다져진다고. 내가 어쩐 진실을 알고 있을 때, 그것을 밝혀서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나는 언제고 내 입장, 생각을 밝히는 일에 주저함이 없다. 때때로 즉흥적이지만, 자신이 손해볼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왜 그런 가? 다음과 같이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이다. "부드럽게만 말하면 너무 오래 걸려. 아무도 들어 주지 않아. 나는 악역이 되는 게 두렵지 않아. 내가 떳떳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야." 이 말을 그는 늘 타인에게 유익한 방향을 선택했다고 한다.
엄지혜의 <태도의 말들>을 읽으며, 마음을 달래려고 적은 것들을 오늘 <인문 일기>로 공유한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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