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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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는 틈을 메워주는 물건이다. 안경만이 아니라, 사람과 세상과의 관계에도 나사가 필요하다. 우리 동네는 늘 공사중이다. 부수고 새로 진다. 개발이 아닌, 재생은 모른다. 우린 자기 집을 평소에 관리하지 않는다. 그냥 부순다. 그래 동네가 늘 씨끄럽다. 그냥 집을 나선다. '풀어지는' 나사를 찾으러.
나사니까/손현숙
마주 오던 사람하고 살짝 한번 부딪쳤다
오래 쓰던 안경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쪽 다리 떨어진 안경
그만 버릴까, 주저하다 근처 안경점에 들렀다
안경점 남자는
이게 풀렸군요, 하면서
나사 하나를 돌려 박아 주었다
참, 간단하다
이렇게 감쪽같을 수도 있네요! 고개를 갸우뚱했더니
나사니까요, 한다
꼭꼭 조인 다음 보는 세상은
환했다
말짱했다
언제부터 너는 내게 천천히 등을 보이기 시작했다
풀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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