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그날은 절대로 쉽게 오지 않는다./안도현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우리들의 욕망은 대개 명사이다. 그 욕망에 어떤 형용사가 붙느냐에 따라 지켜야 할 욕망과 버려야 할 욕망으로 나뉜다. 그 기준은 얻고자하는 행위의 의도가 중요하다. 생명을 살리려는 욕망인가 아니면 생명을 죽이려는 욕망인가 그 기준이 중요하다. 내가 하려는 행위가 '왜'와 그 결과를 먼저 생각하면 그 기준의 답이 나온다. 옳지 않은 의도로 행위를 하면, 생명을 괴롭히고 죽이는 결과가 오고, 옳은 의도로 행위를 하면 생명을 기쁘게 하고 살리는 결과가 온다. 그래 인문정신은 한 마디로 '내가 당해서 싫은 것을 남에게 하지 않는다'로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해서 나의 선택이고, 자유라고 해서, 의미 없고, 가치 없는 것들에 몰두하는 삶의 방식은 옳지 않다. 불교에서는 그것을 "무기無記"라고 한다. 그것은 소중하고 엄숙한 자기생명을 무익하게 만드는 것이다. 생명은 살아 있는 유기체이다. 생명은 그 자체로 주체이다. 주체적인 생명은 남의 삶을 엿보거나 자기 삶을 헛되게 소비하지 않는다. 가치 있는 것, 의미 있는 것을 찾아 자기만의 느낌과 감동으로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생명이다.

어제 저녁부터 비가 굵게 내린다. 어제는 국토 방위에 목숨을 바친 이들의 충성을 기념하는 날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949년 6월 6일 이승만 대통령이 사주한 친일 경찰 40여 명이 반민족행위 특별위원회 사무실을 습격하여 반민특위 위원을 무차별 폭행 및 연행하였던 날이기도 했다. 이로써 친일 청산을 하지 못하는 원인이 된 결정적인 날이 6월 6일인 셈이다.

그날은 절대로 쉽게 오지 않는다./안도현

그날은 절대로 쉽게 오지 않는다.
그날은 깨지고 박살 나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다음에 온다.
그날은 참고 기다리면서 엉덩이가 짓물러진 다음에 온다.
그날은 그날을 고대하는 마음과 마음들이 되섞이고 걸러지고 나눠지고 침전되고 정리된 이후에 온다.

#인문운동가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시하나 #안도현 #와인비스트로뱅샾62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라이너 마리아 릴케  (1) 2023.06.08
‘망종(芒種)’  (1) 2023.06.07
행복/김재진  (0) 2023.06.07
망초꽃/곽대근  (2) 2023.06.07
밥/정진규  (0) 2023.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