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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행복/김재진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6월 첫 일요일이다. 벌써 날씨가 무덥다. 아침부터 몸에 땀이 난다. 오늘 아침도 매 일요일마다 만나는 짧지만 긴 여운의 글들을 공유한다. 인문운동가의 시선에 잡힌 인문정신을 고양시키는 글들이다. 그리고 이런 글들은 책을 한 권 읽은 것과 갖다고 본다. 이런 글들은 나태하게 반복되는 깊은 잠에서 우리들을 깨어나도록 자극을 준다. 그리고 내 영혼에 물을 주며, 근육을 키워준다. 한 주간 모은 것들 중 매주 일요일 아침에 몇 가지 공유한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어제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에게 파워포인트 만드는 법을 개인레슨으로 배웠다. 다양한 기능들이 프로그램 안에 있는데, 나는 몰랐다. 그리고 오후에는 한 가지 커다란 지혜를 얻었다. 귀찮아서 안 배우고, 게을러서 피하면 인생은 갈수록 더 재미 없어 진다는 사실이다. 이게 인생을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열심히 안 살면 삶이 무료해 진다. 그렇다고 쉽게 재밌어지려고 요령 피우다 보면, 도박이나 마약에 손이 간다. 건강 하게 재미있게 살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그리고 인생이 무료하면 잡념이 생긴다. 쓸데 없는 생각이 많을수록 엉뚱한 질문을 던지고 잘못된 답을 구한다. 그러다 인생이 허무하다는 식의 헛소리까지 하게 된다.

제한된 주어진 삶을 재미있게 살려면, 몸도 정신도, 근육도, 지성도 부지런해야 한다. 세상에 가짜는 있어도 공짜는 없다. 게으르게 살면서 재밌기를 바라는 것은 공짜를 바라는 일이다. 망상으로 자신을 괴롭히지 않으려면 뭐든 열심히 해야 한다. 지독하게 재미를 쫓아야 나중에 후회 없는 삶이 된다. 즐겁고 가치 있게 살려면 그만큼 도전하고 극복하며 열심히 사는 것이다. 그래 나는 지금도 도전한다. 작년부터 배우기 시작한 성악을  지금도 하고 있다. 참고로 나는 정말 음악성이 없는 사람이다. 대충 살아도, 그게 안 편한 이유이다. 오늘 사진은 동네의 한 식당에 음식을 기다리다 찍은 것이다. 한글도 풍경이 된다. 하잔한 일요일 보내며, 행복한 마음에 이 시를 공유한다.

행복/김재진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무처럼
사람들 속에 섞여 고요할 때
나는 행복하다

아직은 튼튼한 두 다리로
개울을 건너거나 대지의 맨살을
발바닥으로 느낄 때

만지고 싶은 것
입에 넣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 하나 없이
비어 있을 때 행복하다.

가령 봄날의 따스한 햇살이
어깨에 닿고
한 마리 벌이 꽃 위에 앉아 있는
그 짧은 세상을 눈여겨 보라  

멀리 산 그림자 조금씩 커지고
막 눈을 뜬 앵두꽃 이파리
하나하나가 눈물 겹도록
아롱거려 올 때 붙잡는 마음 툭
밀어 놓고 떠날 수 있는
그 순간이 나는 행복하다.


지난 한 주 동안 내 영혼에 물을 주었던 문장과 생각들이다.

1. 잘 안 맞는 사람은 만나지 않는다. 어쩌다 만나면 그냥 데면데면 하는 거다. 중요한 건 상대를 내게 맞추거나 바꾸려 하지 말고 애초에 잘 맞는 상대를 찾는 거다. 그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거다. 상대 입맛을 내가 바꾸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 상대 입맛을 내 노력으로 바꿀 수 없다. 이거 대단한 발견이다. 그동안 인문운동가로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내가 마치 윤리의 기준인 것처럼 너무 경직되어 있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인문운동가는 끊임 없이 틈을 벌리는 자이다.

2. 나는 상대가 싫어하든 말든 내 단점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걸로 떨어져 나간다면 의도대로 된 것이고, 신경 쓰지 않는다면 나와 코드가 맞는 것이니 내 시간을 쓸 가치가 있다. 상대에게 맞춰가며 친해질 필요는 없다. 나는 내 단점조차 좋아해 주는 사람을 발견할 경우 내가 더 강하게 집중할 수 있다. 그래 나는 가급적 코드가 맞는 사람들과 논다. 그러면 오해도 잘 안 생기고 생겨도 금방 풀린다.

3. 객관적인 진리 속에서 정답을 찾는 자연과학적 사유와는 달리 인문학적 사유는 주관성이 개입되어 정답이 없다. 대신 각자의 견해를 다 존중해 준다. 그러나 그 견해가 풍요로운지, 나름대로 정교한 논리와 증거를 가지고 있는지 따진다. 풍요롭고, 다양하며 정교한 논리가 있어야 내 삶을 주체적으로 독립적으로 주인공으로 살 수 있다. 그래 인문학적 사유가 중요하다. 그게 기본이다.

4. “예술가들은 무엇을 표현할까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살피지 않으면 안됩니다. 만들어진 예술이 아닌, 튀어나오거나 토해져 나온 것들이어야 감동을 줍니다. 예술적 감동을 느끼는 것은 그 높이의 영혼을 갖는 것이고, 그런 예술적 높이를 자주 경험한다는 것은 영혼의 승화에 큰 영향을 미치죠. 아름다움 으로부터 받는 충격이 가장 높다고 생각합니다. 또 예술을 그냥 감상할 때와, 계속 갖고 싶어 소유할 때 그 입장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감상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소유해 보니 다른 높이, 색깔의 감동이 오더군요. 예술품으로부터 얻는 감동의 높이로 내가 상승한다는 기분을 갖는 건 너무 행복한 경험이죠.” (최진석)

5. 우리가 살면서 행복과 위대한 힘을 얻는 길은 사소한 것들을 사심 없이 완수할 때 생긴다. 인생은 작은 것들이 무수한 집합이기 때문이다. 지혜는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말장난이 아니라, 지금-여기에서 일어나는 곤란한 처지들과 부딪혀 자기 나름대로 헤쳐 나갈 때 서서히 형성된다.

허망한 인간이 하나 있다. 그는 남들이 환호하는 위대한 과업을 이루려고 노력하지만, 지금 당장 그의 관심과 몰입이 필요한 작은 일들을 무시한다. 그는 위대한 일이란 사소한 일의 가감 없는 집합이란 사실을 모른다.

반면, 위대한 개인은 자신에 주어진 사소한 일을 완벽하게 사심 없이 처리한다. 그는 사소한 일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안다. 위대한 가치는 작은 것에 깃들어 있다. 이런 것들 말이다.
순간,
무심코 던진 말,
친절한 인사,
정중한 식사 예절,
시의적절한 의상,
올바른 걸음 걸이
혼자 즐기는 휴식 시간.
일상의 노동.

부품 하나하나가 완벽하게 기능해야, 전체가 올바르게 작동하는 것처럼, 위대한 개인은 정교한 기계와 같다. 어리석은 사람은 작은 실수, 작은 탐닉, 작은 일탈 정도는 괜찮다고 착각한다.

로마 철학자 제논은 하나가 전체이고 전체가 하나라고 상상하였다. 그의 말이다. "훌륭한 삶은 진실로 사소한 것에 달려 있습니다. 사소한 것은 사소하지 않습니다." 훌륭한 삶은 사소한 것을 위대한 것으로 여기고 완벽하게 완수하려는 노력이다. 일상의 사소함을 지배해야 한다. 배철현의 묵상 한 편을 읽고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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