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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6월/오세영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선행이란 나의 행위가 타인의 입장에서 향기로운가를 묻는 일이다.

우리가 명품을 든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무표정하지만, 자신보다 힘든 누군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미소와 함께 쳐다본다. 매너는 인격의 향기이다. 좋은 선행을 자발적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인격의 향기가 난다. 매너는 습관이어야 한다. 순간적이고 일시적이고 의도적인 행동으로 있어 보이는 좋은 매너를 한 두 번 보여줄 수는 있겠지만, 그 좋은 매너를 무의식적으로 계속 보야 주기는 쉽지 않다. 특히 오래 만난 익숙한 관계에서는 무의식이의 영역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매너가 좋은 사람에게는 신뢰가 간다. 그런 사람들은 보지 않아도 그렇게 행동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사진, 시 그리고 글은 https://pakhanpyo.blogspot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주말 농장 가는 길에 밤꽃 향기가 진하다. 꽃만 향기가 있는 게 아니다. 인간에게도 향기가 있다. 인향만리(人香萬里)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그렇다. "화향백리, 주향천리, 인향만리"에서 나왔다. 꽃의 향기는 백리 가고, 술 향기는 천리 가며,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 흥미로운 것은 향기는 상처에서 더 많이 나온다. 사람이든, 식물이든 편안한 환경보다는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 남을수록, 역경을 잘 견딜수록, 더 향기를 내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처음 향은 좋은데 지나다 보니 냄새로 변하는 사람도 있고, 향은 별로 였는데 살면서 참 맛을 주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향으로 다가오는 사람과 참 맛으로 감동을 주는 사람과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

매력적이고 유혹적인 인향, 즉 사람의 향기는 선행(善行)에서 나온다. 선행이 무엇인가? 예언자 미가가 알려준다. "정의를 행하고, 자비를 추구하며, 겸손하게 내가 만난 신이 요구한대로 생활하는 것이다."(<미가서> 6:8) 이를 요약하면, 정의 실천, 자비 추구 그리고 겸손 생활이다. 예언자 미가는 신이 원하는 것은 종교 행위가 아니라, 선행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배철현 선생한테 배웠다. 선행에서 선에 해당하는 히브리어가 '토브(tob)'인데, 이 말은 보기에 좋고, 듣기에 좋고, 냄새가 좋고, 맛이 좋고, 촉감이 좋은 상태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향기와 맛처럼, 그것을 접하는 상대방이 느끼는 '토브'라는 선은 내가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접하는 상대방이 느끼는 어떤 것이다. 그때 우리는 '인향만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요약하면, 좋은 매너, 선행에서 나오는 사람의 좋은 향기는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느끼기에 좋은 것이다. 좋고 나쁨의 기준의 기준에 절대적으로 상대방에게 달려 있다.

오늘 오후는 오랫동안 생각했던 <우리 미래 마을대학>의 첫 사업 공모 심사에 간다. 이런 마을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프랑스 파리에 사는 사람들을 파리지엥(parisien), 영국 런던에 사는 사람을 런더너(Londoner), 미국 뉴욕에 사는 삶을 뉴욕커(Newyoker)라 부른다, 이들은 같은 도시에서 서로 닮은 삶의 패턴과 공통적 가치를 가진 도시인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평생 학습과 상호 협력과 상부상조라는 공통 가치를 추구하고 구현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사람의 향기(人香)가 나는 공동체가 만들어 간다. 그들은 고리타분한 학문이 아니라 삶과 자신의 일에 도움이 되는 공부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나누며 함께 성장하고, 경쟁이 아닌 협력과 상생으로 미래를 준비한다.

사람은 배우면서 성장한다. 그러므로 사람은 배움의 동기를 키워주고, 지식과 정보를 나누며, 서로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그래야 사람이 인간(人間)이 된다. 혼자 하면 기억이지만, 함께 하면 추억이 된다. 추억은 과거의 기억에서 특별하고 인상 깊었던 기억을 일컫는 말로 쓰이며 주로 행복한 순간들을 의미한다. 이처럼 무엇을 배워도 여럿이 모여 함께 배우면 더 즐겁고 추억이 된다. 게다가 먹고 사는 데 도움도 되는 것을 배우는 것은 유용하기도 하다. 그리고 행복하고 즐겁다.

어제 한 지인으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말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아마 나도 아침 글이 자꾸 길어지는 것을 보면, 나이가 먹어가나 보다. 오늘 아침 사진은 동네 거리에서, 차를 길 가에 세우고, 찍은 것이다. 그리고 시는 그 때 생각한 것이다.

6월/오세영

​바람은 꽃 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채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더러 길이다 하고
​들은 들더러 길이라는데
​눈먼 나는​​ 아 아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막힐듯 숨막힐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로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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