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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사랑/공광규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우선 최선이라는 말을 좀 살펴본다. 사전적 의미는 '가장 좋거나 훌륭한 것'이다. 예컨대, 최선의 방법이란 말을 사람들은 잘한다. 오늘을 위한 최선의 전략이란 가장 좋은 하루가 되도록 새로운 판을 짜자는 것이다. 전술이 아니라, 전략이다. 전술은 그 판 안에서 노는 것이라면, 전략은 판까지도 바꾸는 일이다. 전술에서는 일등을 추구하지만, 전략에서는 최고를 일류라고 한다. 일등이 고만고만한 데서 이기는 거라면, 일류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우뚝 서는 거다. 일류는 판을 새로 짤 줄 아는 것이다. 도전과 모험에서 나온다. 그냥 낙오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하는 것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일류는 지식을 생산하고, 일등은 지식을 수입하고 이식할 뿐 생산하지 못한다.

지식 생산이란 의사가 병을 치료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사회의 문제를 파악해 이를 수정해가는 과정이다. 윤리적 판단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지식인의 타락은 결국 지식 생산의 경험이 없었다는 것이다. 일류는 어떤 방면에서 첫째가는 지위나 부류이고, 일등은 으뜸가는 등급일 뿐이다.

다시 '최선'이라는 말로 돌아온다. 최선을 말하려면,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나를 흥분 시키는가를 물어 보아야 한다. 만일 나에게 감동이 없다면, 내가 간절히 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침체(沈滯)이다. 주말농장 가는 길의 찔레 꽃은 자연의 순환에 맞춰, 한 순간 피었다가 아랑곳하지 않고 시들어 버렸다. 잘은 모르지만 후회하지 않는 것 같다. 자연은 그 순간에 최선을 소진하였기 때문 같다. 동네 탄동천의 물도 쉬지 않고 흘러간다. 자신이 가야할 곳, 바다를 향해 묵묵히 인내하고 흘러간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내가 오늘 하루도 어제와 같은 일상을 꾸준히 실천하며, 하루를 또 다시 최선으로 보내려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목적을 이루었을 때만 행복한 순간이 아니다. 하루를 최선으로 살아가면 행복한 일이다. 무엇이 되어야 만 존경 받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존경과 배려가 질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노력하지 않아도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사랑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며 정성이며, 무아(無我)로 자신 버리기를 실천하는 수련이다. 좋은 집과 좋은 농장은 노동, 시간 그리고 돈을 항상 요구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꾸준함을 위한 '역경지수(逆境指數)'이다. 토마스 프레이(미래학자)는 이 시대에 우리들에게 요구되는 능력으로 다음과 같이 7가지를 지적한다.
▫ 회복 탄력성(resilience)
▫ 창의성
▫ 소통력
▫ 비판적 사고
▫ 협업 능력
▫ 복합적 문제 해결 능력
▫ 유연성

그 중 흥미로운 것이 '회복탄력성'이다. 이는 크고 작은 다양한 역경과 시련과 실패 앞에 주저앉고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직면하고 이겨내는 '마음의 근력'을 말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급변하는 시대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그 어느 때보다 '셀프 컨트롤', 즉 상황에 대한 변화 대신 내면의 힘을 길러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 때문이다.

물체마다 탄성이 달라 튀어 오르는 탄성의 정도가 다르듯, 환경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잘 적응하는 것을 '탄력 능력(탄력성, 彈力性)'이라고 개념화한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또 다른 말로 바꿔 말할 수 있다면, 역경지수(AQ, Adversity Quotient)이다. 오늘 공유하는 시의 시인은 그래 "사랑은 빼앗기기/시들기/투망 속에 갇히기"라 말한다.

사랑/공광규

새를 사랑하기 위하여
조롱에 가두지만
새는 하늘을 빼앗긴다

꽃을 사랑하기 위하여
꺾어 화병에 꽂지만
꽃은 이내 시든다

그대를 사랑하기 위하여
그대 마음에 그물 쳤지만
그 그물 안에 내가 걸렸다

사랑은 빼앗기기
시들기
투망 속에 갇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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