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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인문학이란 '자유를 위한 기술을 익히는 학문'이다'.

2372.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6월 1일)
새롭게 시작하는 6월이다. 영어로 유월을 'June'이라 한다. 이 어원은 그리스 신화의 헤라 여신이 로마로 가면서 이름이 Juno(유노)로 바뀌면서 나온 것으로 본다. 헤라는 신화 속에서 결혼과 가정의 보호 신이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6월에 결혼을 많이 한다. 심지어 이런 말도 한다. "6월의 신부는 행복하다." 헤라의 보호를 받기 때문이라 한다.
 
10월'은 '십월'이 아니라, '시월'이라 하는 것처럼, '6월'도 '육월'이 아니라, '유월'이라 한다. 몇 년 전에 카톡에서 만난 글을 잘 적어 두었다. "딱딱하고 굳은 것은 죽음의 길이요,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것이 삶의 길임을 깨닫고, 몸과 마음이 유연(柔然)해 유(柔)월, 세상 일에 다 원인과 이유가 있음을 알아서 그저 남의 탓만 하지말고 먼저 나를 돌아보고 나로 말미암아 시작하는 유(由)월을 살고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유' 자를 좋아한다. 특히 난 '일곱가지 유'를 자주 생각한다. "자유(自由)', '사유(思惟)', '여유(餘裕)', 향유(享有), 온유(溫柔), 치유(治癒) 그리고 YOU(당신). '유'자의 한문이 다 다르다. 'YOU'는 웃자고 넣은 거다.
 
고대 로마인들에게 여름의 첫 번째 달인 6월은 제우스의 아내 헤라에 해당하는 '유노(Juno)의 달'이djT다. '유노'는 '결혼과 가정의 수호여신'이다. 인간의 생애주기에서 6월 초여름은 청년기에 해당한다. 고대에는 대개 청년기의 모든 남녀가 결혼으로 맺어졌다. 그리고 그 결혼의 가장 큰 결실은 무엇보다 아이들이었다. 사람 뿐만 아니라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성숙한 후 때가 되면 알아서 짝을 짓고 후손들을 생산한다. 그리고 이러한 삶의 순환주기는 계절의 순환주기와 많이 닮아 있다. 계절의 주기에서 신생의 봄은 성숙의 여름을 지나 결실의 가을과 쇠락의 겨울을 지나 또 한 번의 주기가 완성될 때까지 우리 모두를 다그치고 몰아간다. 이런 순환 속에서 나의 <인문 일지>는 시간 여행자인 내가 잠시 머물고 있는 그 시대와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를 기록하는 일이다. 당시의 상황이 내 영혼에 어떤 공명을 일으켰는지를 기록하는 일이다. 글은 편지를 병에 담아 바다에 띄우는 일이다. 이 이야기가 누구를 향해 흘러갈지 모른다.
 
'인문학은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을 다시 되 새긴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나는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다/나는 자유다." 사실 우리는 늘 걱정거리가 많고 불안하다. 그래 우리는 두려움 속에 있다. 그 두려움을 이겨내야 자유로울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늘 무엇을 욕망한다. 그 욕망의 배치를 잘 해야 원하는 것으로부터 좀 해방될 수 있다. 그때부터 자유가 시작된다.
 
자유(自由)를 말 그대로 하면, 자기(自己)의 이유(理由)로 살아가는 것이다. 모든 것이 자기로 말미암는 일이다. 다시 말하면,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일 또는 그런 상태이다. 여기서 '말미암다'라는 말이 흥미롭다. "어떤 현상이나 사물 따위가 원인이나 이유가 되다"란 뜻이다. 그래 자유는 일체의 권위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저항하는 데서 나온다.
 
우리는 인문학을 영어로 liberal arts라고 한다. 이걸 말 그대로 번역하면 "자유기술"이다. 그러니까 인문학이란 '자유를 위한 기술을 익히는 학문'이다. 최종 목적지는 '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자유인으로 자유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스 사회는 자유인과 노예로 이루어진 사회였다. 이 사회에서 자유인에게 요구되는 것은 하루하루 습관적으로 살아가는 노예와 다른 품성(덕, 德)이 요구되었다. 이를 위한 기술들을 살펴보면, 우선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니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자유인이 아니다. 그 다음은 세계를 비판적으로, 그리고 분석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저 주어진 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드리며 살아가는 것은 노예의 삶이다. 그 다음은 자신의 생각을 똑바로 말하고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자 하면 말이나 글을 정확하게 사용하여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인문학은 우리를 자유인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제공한다. 그러니까 인문학을 한다는 것은 책이나, 인문학 강의를 들을 때, 생각하며, 그리고 비판하며 읽거나 들어야 한다. 또한 자유인, 곧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가 되고자 하는 열망을 품고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들어야 한다.
 
자유인과 노예의 차이는 무엇인가? 우리 사회는 튀지 말고 나서지 말고 무리 속에 묻혀서 무난하게 지내도록 교육받고 있다. 이게 심하게 이야기 하면 노예적 삶이다. 이들은 자유인적 삶을 두려워 한다. 복학한 학생들이 이렇게 말한다. "차라리 군대 있을 때가 더 좋았다." 제대한 후, 자유가 너무 많이 주어지니까 더 괴롭다는 것이다. 옷을 입는 것도 그렇다. 프랑스에서 가장 싫어하는 직업이 경찰, 군인, 성직자이다. 이유는 제복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롭게 자기가 원하는 대로 옷을 입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에릭 프롬의 "자유로부터 도피"가 이해된다. 그래서인지 우리 사회는 자유인을 위한 인문학적 소양보다는 노예적 삶을 위한 기술과 테크닉에 관심이 많다.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사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드물다. 알량한 인문적 지식을 습득하여 암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인터넷에 떠도는 "좋은 글"을 읽는다고 인문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인문학을 통해 인문정신을 배워야 한다. 6월은 이런 생각으로 시작한다. 좀 더 자유롭고 싶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 제목처럼, "유월의 햇살"과 함께. 그리고 오늘 아침 사진의 잘 익어가는 앵두처럼 말이다.
 
 
유월의 햇살/신석종
 
지금, 밖을 보고 있나요?
햇살이 투명하고 눈부십니다
누군가 내게 준 행복입니다
 
지옥의 문을 들어서는 공간에
당신과, 하늘에는 햇살이 닿아 있고
땅으로는 지열이 닿아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천만다행입니다
 
여느 사람들처럼
손 잡고, 길을 걷지는 못하겠지만
나보다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당신은 내게 그런 존재랍니다
 
삼월에 새싹 돋고
유월에 곧은 햇살 쪽쪽 내리꽂히는
이 세상은, 그래서 나에게는
화사하고 눈부신 낙원입니다
 
당신이 오로지 내게만, 문 열어 준
그 낙원에서, 나 살고 있습니다
 
 
다음은 윌리엄 제임스(1842~1910)가 주창한 상담을 위한 의사소통 4단계이다.
 
- 내가 말했다고 상대가 들은 것은 아니다.
- 상대가 들었다고 상대가 이해한 것은 아니다.
- 상대가 이해했다고 해서 상대가 수용한 것은 아니다.
- 상대가 수용했다고 해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일상에서도, 말을 할 때는
- 상대방에 따라 알아 들을 수 있게 말을 하여야 한다.
- 상대방이 이해했는지 확인하며 질문을 활용하고,
- 상대방이 이해했다고 느끼면 마음으로 수용했는지, 그 사람의 말을 경청해 보아야 한다.
- 그리고 실천해서 변화 점을 듣고 피드백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윌리엄 제임스는 하버드 심리학 연구소를 설립했고, 그곳에서 기능심리학과를 개설하며 지식의 대상으로서의 정신을 연구했다. 그는 기능적이고 본질적으로 유용한 정신을 연구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의식을 생각, 아이디어, 그리고 정신적 이미지의 연속적 흐름인 강으로 보았다. 모든 것이 문맥상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연구를 위해 격리되거나 저장될 수 있는 것은 마음 속에 아무것도 없다. 그는 의식을 부분의 합이 아닌 전체 시스템으로서 이해하고 있다.
 
인터넷에 많이 회자되는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윌리엄 제임스의 10가지 명언을 우선 나열해 본다.
1. “상상하는 모든 것은 당신의 것이 될 수 있다.”
2. “우리 세대의 가장 큰 발견은 인간이 태도를 바꿔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3. “자연에서 가장 불변의 장벽은 한 사람의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 사이에 있다.”
4. “신뢰는 실제 사실을 만들어낸다.”
5. 두 명의 사람이 만나면 6명이 존재하는 것과 다름 없다. 각자가 자기를 보는대로, 또 타인이 자신을 보는대로, 그리고 자신 그대로의 자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6. “우리의 세계관은 우리가 진정 듣기로 결정한 것에 의해 형성된다.”
7. “무엇을 들은 자들이 오해한 진실보다 더 나쁜 거짓말은 없다.” 마음 기능의 주된 생각은 실제로 작용하는 것은 진실이라는 것이다. 여기서의 ‘진실’은 유용성에 기반을 둔다. 실용적인 측면에서 무엇이 유용한가 하는 것이다. 결과, 영향, 그리고 어떤 것으로부터 우리가 얻는 것은 진실 혹은 거짓으로 구분할 수 있게 해준다.
8. “절대적으로 공공연하고 보편적 관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 진실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단지 관점이라는 것이다.
9. “기분이 나쁘고 오래 걱정을 한다고 해서 과거에 일어난 일이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면 당신은 다른 현실 시스템을 가진 행성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 말은 결과에 기초하여 우리가 경험이나 행동에 대한 의미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말해준다. 즉, 우리는 사건이 일어난 후 사물을 판단하고, 이는 의미를 찾는 아주 상대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10. “행동은 감정을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정한 행동과 감정은 공존한다. 또한 의지보다 더 직접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행동을 규제함으로서 간접적으로 감정을 규제한다.” 그는 감정에 관한 정신 물리학적 이론 중 하나를 제안했다. 이는 '제임스-랑게' 이론으로 알려져있다. 1884년 칼 랑게와 그는 다른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같은 이론을 제안했다. 이는 감정이 생리적 변화에 대한 내적 인식의 결과라는 생각에 기반을 둔다. 우리가 슬프기 때문에 우는 것이 아니라, 울고 있는 것을 인지하기 때문에 슬프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신체적 변화와 자극 사이의 관계를 말해주기 때문에 정신 물리학적이라고 말한다.
 
'제임스-랑게'이론에 따르면, 정서 경험은 외부 자극에 대한 신체 반응을 지각한 결과로 생긴다는 이론이다. 자극, 정서, 신체적 변화의 순서가 아니라, 자극, 신체적 변화, 정서의 순서라고 주장하는 거다. 좀 쉽게 말하면, 사람들은 눈물이 흐르기 때문에 슬프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 때문에 두렵다는 거다. 사람들은 생리적 반응을 인식하고 난 다음에 비로소 정서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숲 속에서 곰을 만났을 때, 우리의 자율 신경계는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서 심장 박동이 증가하고, 호흡이 빨라지고, 땀이 나는 것과 같은 자동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으로 나타난다. 그런 반응들을 경험하고, 그 순서를 인식한 후에 비로소 우리는 '공포'라는 정서를 느끼게 된다는 거다.
 
우니까 슬퍼지고, 도망가니까 무서워지고, 웃으면 행복해진다는 거다. 인간의 외적 행동이 내적 마음이나 사고를 지배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슬프니까 울고, 무서우니까 도망가고, 즐거우니까 웃는 게 아니라, 우리는 우니까 슬퍼지고, 도망가니까 무서워지고, 웃으니까 즐거워지는 거다.
 
이 이론을 현대적으로 연구한 사람이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에이미 커디(Amy Cuddy) 교수이다. 그는 "마음이 몸을 바꾸듯, 몸이 마음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당신의 신체 언어가 당신이 누구인지 결정한다"는 TED 강의로 잘 알려져 있다. 그 강의 핵심은 '우리의 자세가 마음가짐을 바꾸고, 마음가짐은 행동을 바꾸고, 행동은 결과를 바꾼다'고 설명하며, "될 때까지 그런 척을 하면 실제로 그렇게 된다"는 거였다. "정말로 그렇게 될 때까지 그런 척을 하면 바뀝니다. 그렇게 될 때까지 속이세요." 이건 단순히 행동을 반복하라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의미가 담겨 있다.
1. 내가 원하는 정체성을 그리고 이미 그런 사람이 된 것처럼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2. 그런 사람이라면 어떤 행동을 할지 생각해 본 뒤 그 행동 양식을 반복하는 거다.
 
더 나아가 그 행동을 습관이 될 때까지 충분히 많이 하는 거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통찰이 생긴다. 그렇게 우리가 반복하는 행동이 우리의 정체성을 만든다는 거다. 너무 글이 길어지니, 이어지는 이야기는 내일로 넘긴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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