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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금낭화/안도현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나는 개인적으로 '유' 자를 좋아한다. 특히 난 '4유'를. '여유(餘裕)', "자유(自由)', '사유(思惟)' 그리고 YOU(당신).  

새롭게 시작하는 6월이다. 영어로 유월을 'June'이라 한다. 이 어원은 그리스 신화의 헤라 여신이 로마로 가면서 이룸이 Juno(유노)로 바뀌면서 나온 것으로 본다. 헤라는 신화 속에서 결혼과 가정의 보호 신이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6월에 결혼을 많이 한다. 심지어 이런 말도 한다. "6월의 신부는 행복하다." 헤라의 보호를 받기 때문이라 한다.

나는 오늘 아침부터 삶의 태도를 크게 바꾸기로 했다. 북명(北溟)의 물고기가 에너지를 품고 6개월을 날아서, 남명(南冥)의 하늘 꼭대기에 도착한 6월의 시작되는 날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코로나-불루(코로나-19에 따른 사회 활동 위축과 불안감으로 인한 우울감)에 감염되었는지, 세상이 너무 다 어둡게 보이고, 내 글도 너무 따지고, 포용하기 보다는 배제하는 차가움으로 가득했던 것 같다. 그래 오늘 아침은 좀 '농담' 같은 좀 가벼운 시를 공유한다. 그리고 다짐한다. 지난 글과 시 그리고 사진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만나실 수 있다.

내 글과 생각이, 사람들을 미리 판단하고, 나의 고지식한 잣대로 포용보다는 배제의 논리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렇지 않으려면, 상대가 누구든 장점만 흡수하면 되는데. 상대의 장점을 집중해서 배우려 해야 한다. 싫으면 본인이 알아서 떠날 일이다. 굳이 남의 단점을 말하는 데 시간을 쓰지 말자. 인간은 누구나 흠이 많다. 외부에 드러났는지 차이가 있을 뿐 다들 비슷하다. 안 좋게 보려고 하면 끝이 없다. 본인이 원하는 부분만 적절히 골라 배워서 나쁠 게 없다. 항상 이런 관점에서 상대를 바라보면, 우리는 무엇이라도 하나 얻을 게 보인다. 그리고 SNS에 너무 시간을 보내지 말자. 아침에 한 시간만 허용하자.

그러면서, 몇 가지 다짐을 하는 아침이다. '99의 노예'라는 말을 기억하자. 그것은 가진 것이 아무리 많아도 만족하지 못하고, 부족한 1을 채워 100을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해 일에 매달리는 사람을 말한다. 우리는 모두 부족한 1의 욕심 때문에 가지고 있는 99의 기쁨과 행복을 잊고 산다. 너무 욕심 내지 말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하루에 한 가지 일만 하며, 좀 단순하게 살자. 그리고 좀 더 침묵하자. 눈을 가리면 귀가 열리는데, 침묵을 하면 눈이 열리는 데 말이다. 침묵하면, 밖의 작은 소리도 들린다. 그리고 침묵하고, 상대방을 보니 안보이는 표정도 보인다. 말 많은 남을 탓하기 전에, 나부터 더 말을 아끼자.

너무 생존에 힘들어 하면서, 시간을 쏟지 말자. 그러면 우리는 자기 취향을 모르고 살기에 급급하다. 그래봐야, 사는 형편이 나아지는 게 아니다. 삶이 힘들어 일상에 지치더라도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 그래야 나의 취향이 생긴다. '나는 무슨 색깔의 옷을 좋아하는가?" 그 색깔의 옷을 입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리고 그런 감정을 표현하여야 한다.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어야 한다. 그런 질문을 하며 생각을 해야 여유가 생기고, 자신의 일상을 지배할 수 있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하소연 하지 말자. 하소연이란 나의 억울한 일이나 잘못된 일, 딱한 사정 따위를 말하는 것이다. 다른 이한테 하소연 하는 것은 만나는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다. 투덜대는 말도 하지 말자. 차리리 침묵하자. 일보다 투덜대거나 하소연 들어주는 데, 에너지를 사용하면 그만큼 일하는 데 에너지를 덜 쓰게 된다. 사람 사는 일에서 중요한 것은 에너지를 잘 배분하는 일이다. 쓸데 없는 곳에 자기 에너지를 쓰는 것이 괜찮지만, 내 하소연이나 투덜거림으로 상대의 에너지를 빼앗는 것은 잘못이다.

투덜거리지 않으려면, 피해의식을 버려야 한다. 그 피해의식은 차별 받는다고 생각하는 데서 시작된다. 다름이 피해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다름이 다양성으로 존재하여 그 조직을 더 생기 있게 한다고 믿어야 한다. 다양성은 서로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만들어 더 경쟁력 있게 만든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세상 만사는 다 양면성이 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 그러니 그걸로 인해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다. 또 무언가를 얻었을 때는 '이걸로 인해 잃을 수 있는 것은 없을까 질문해 보는 것도 좋다. 그럼 시선이 높아지고, 거기서 시야를 다양하게 바꾸어 볼 수 있다.

세상을 밝은 눈으로 보며, 마음 비우고, 웃으며 살기로 다짐하는 반성문이다. 한 지인이 카톡에 "내가 바라는 유월"을 올리셨다. 그 중 두 가지만 나도 바란다. 딱딱하고 굳은 것은 죽음의 길이요,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것이 삶의 길임을 깨닫고, 몸과 마음이 유연(柔然)해 유(柔)월, 세상 일에 다 원인과 이유가 있음을 알아서 그저 남의 탓만 하지말고 먼저 나를 돌아보고 나로 말미암아 시작하는 유(由)월을 살고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유' 자를 좋아한다. 특히 난 '4유'를 자주 생각한다. '여유(餘裕)', "자유(自由)', '사유(思惟)' 그리고 YOU(당신).  

금낭화/안도현

6월, 어머니는 장독대 옆에 틀니 빼놓고
시집을 가고 싶은가 보다
장독 항아리 표면에 돋은 주근깨처럼 자잘한 미련도 없이
어머니는 차랑차랑 흔들리는 고름으로 신방에 들고 싶은가 보다

따뜻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우리는 코로나-19로 상처가 너무 크다. 나는 일주일 한 번씩 백영옥 소설가의 글을 찾아 읽는 것이 즐겁다. 기다려진다. 어제도 참 따뜻한 위안이 되는 글이었다.  "깨진 잔 속의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쏟아진 물 앞에서 운다고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깨진 잔을 치우고 쏟아진 물을 닦는 것뿐이다."  지난 일들을 후회하지 말고, 오늘부터 나를 다른 자아로 변화 시키는 것이다.

엎질러진 물을 어쩌겠는가? 그 어떤 경우에도 해결책은 지난 과거라는 나의 밖에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 있을 뿐이다. 우리는 그걸 믿어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이다. (1) 그 어떤 것도 당연하지 않다는 것. (2) 컵은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것. (3) 깨진 컵을 주워 담고 쏟아진 물을 닦는 지금이 없는 한, 미래는 허상일 뿐이라는 걸 아는 일이다. 난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고통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우선 누군가를 원망하는 일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후 내가 겨우 알게 된 건, 모든 고통에는 '의미'가 있다고 믿어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를 이겨낸 사람들에겐 항체라는 훈장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근거 없는 낙천주의자'라고 말하고 다닌다. 원래 타고난 것은 아니다. 내면의 평화를 통해, 초조함과 조급함을 몰아낸 인문정신으로 사유를 높였기 때문이다. 소설가 배영옥의 주장에 나는 동의한다. "낙천성은 운 좋게 타고나는 것이지만, 낙관성은 훈련으로 키울 수 있다. 애초에 스트레스 받지 않는 낙천성이 아니라, 스트레스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낙관성, 우리가 평생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은 그것이다."

그 다음으로 일상을 충만하게 하려면, 다른 이들과 관계를 따뜻함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슬픔이 끝나는 건 슬픔이 사라지는 순간이 아니라, 내 눈물을 닦아줄 누군가 옆에 있을 때 뿐이다." 그래 제아무리 언택트(untact) 시대라 해도 인간의 온도가 차가워져서는 안 된다. 우리에겐 365일 36.5도가 필요하다.

코로나-19롤 지친 나를 위로하고 싶던 차에 소설가는 좋은 지혜를 주었다. "세상 그 어떤 것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좀 더 충만한 인생을 살아낼 수 있다. 위안은 찾아오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일에 가깝다. 공기처럼 늘 내 곁에 머물러 있지만 사라진 후에 기억하는 많은 것들이 그렇다. 깊은 내 불안을 잠재워 줄 존재는 그러므로 '내 안에 존재 했던 것들'이다."  그걸 발견하고, 소설가는 "세상엔 '기쁨만 넘치는 게' 아닌 슬픔도 함께 있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나는 그녀보다 더 나이를 먹었는데, 나는 이제 그걸 알았다. 오늘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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