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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길 위에서/이정하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 아침도 몇 일전에 이어 스테판 M 폴란이 말하는 '8가지만 버리면 인생은 축복'이란 이야기를 하려 한다. 그 8가지를 나열해보면, 나이 걱정/과거에 대한 후회/비교 함정/자격지심/개인주의/미루기/강박증/막연한 기다림이다. 오늘 아침에는 버려야 할 것 중 나머지 네 개, '개인주의', 미루기', '강박증' 그리고 '막연한 기다림'에 대해 생각해 본다.

여기서 말하는 개인주의는 남의 사생활에 관여하지 않고, 내 사생활도 침해 받지 않으려는 성향을 말한다. 이걸 다르게 말하면, 나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남도 나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태도이다. 그러나 여기에 문제가 있다. 이러한 개인주의 성향이 심해지면,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생겨도 혼자 해결하려 할 뿐이고 주위에 도움을 구하지 않고, 또한 주위에 어려운 사람이 있어도 무관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알게 하는 것과 관심을 갖고 사랑하게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가령 과학지식을 가르쳐 알게 하는 것은 과학교육이지만, 과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게 하는 것은 문화가 있어야 한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도 인문지식을 배우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인문정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게 하는 문화가 중요하다. 인문학의 역할은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해지지 말아야 한다는 각성을 요구하는 일이다. 더 나아가 고통받는 타인을 향한 위안과 공감을 불러내, 보이지 않는 연대를 이루는 일이다. 나 자신의 존재만을 위해, 나만 잘 살려고, 내 존재만 풍성하려고, 공부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나만 '가진 자'가 되자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약자를 배려하고 많은 사람들이 다같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 고민하여야 한다. 마침 지난 5월 28일 최초로  "사회적 가치 민간 축체 'SOVAC, social value connect) 2019'가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이제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혁신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는 사회 속에 산다.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 무리를 지어 살며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밖에 없다. 이를 인정하며 주위의 도움으로 더 많은 기회가 열리고 나의 도움으로 주위 사람들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남에게 주저하지 말고 도와 달라고 청하고 주위의 어려운 사람은 주저 말고 도와주면 삶이 충만해진다.

그리고 삶의 여유를 가지려면, '미루기'를 버려야 한다. 많은 일상을 소화하면서 여유를 지니려면, 무슨 일이든 그 자리에서 해결해야 한다. 미룬다는 것은 가슴에 담아두는 거다. 담아두는 것은 다 짐이다. 행복도 지금 행복하면 되고, 슬픔도 지금 슬퍼하면 된다. 새들은 주머니가 없다. 인간이 그토록 희구하는 새의 자유로운 삶은 거기에서 나온다. 자유롭고 싶으면 미루어 두는 주머니가 없어야 한다. 해야 할 일을 즉각 처리하면 일상의 삶이 가벼워진다. 하고 싶은 일도 가능할 때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미련이 남지 않는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하면 미련이 남지 않고 경험이 남는다.

다음으로 버려야 할 것이 강박증이다. 강박증이란 불안 장애의 하나이다. 원하지 않는 강박적 사고와 행동을 반복하는 병이다. 왜 그런 가? 무엇인가에 얽매여 그 무엇인가가 생각대로 되지 않았을 때 불안해지는 것이다. 무엇인가 마음대로 되지 않았을 때도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삶이 편안해 진다. 무엇인가에 집착하는 순간 우리는 그 무엇인가의 노예가 된다. 그냥 내 뜻대로 잘 안되어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서 최선을 찾는 태도가 즐거운 인생이다.

끝으로, 막연한 기대감 또한 버려야 한다. 어디든지 바람처럼 가야 한다. 동사적 삶이다. 지금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미래를 낙관하는 태도는 무책임한 일이다. 진인사대천명(眞人事待天命)이다. 할 수 있는 일을 다한 뒤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삶이 가치가 있다. 막연한 기대감은 무책임한 선택이다. 우리는 버릴 것은 버려야, 더 큰 것을 얻는다.

"길 위에서" 만난 한 카페의 창문에서 만난 생각이다. 어디든 갈 수 있는 바람을 부러워하지 말자. 떠나는 것을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 자신을 제외하고. 내 안에는 여러 자아가 산다. '여러 묶음의 자아'가 있다. 그 자아를 세지 말자. 사는 건, 각자의 자아가 "그 길"을 찾는 과정 속 여정일 터이다. 버리니, 서두름이 잦아든다. "확신도 없이 혼자서 길을 간다는 것은/늘 쓸쓸하고도 눈물겨운 일이"지만, 계속 길을 가기로 다짐한다.

길 위에서/이정하
  
길 위에 서면 나는 서러웠다.
갈 수도, 안 갈 수도 없는 길이었으므로
돌아가자니 너무 많이 걸어왔고,
계속 가자니 끝이 보이지 않아
너무 막막했다.  

허무와 슬픔이라 장애물,
나는 그것들과 싸우며 길을 간다.
그대라는 이정표
나는 더듬거리며 길을 간다.
그대여, 너는 왜 저만치 멀리 서 있는가
왜 손 한번 따스하게 잡아주지 않는가
길을 간다는 것은,
확신도 없이 혼자서 길을 간다는 것은
늘 쓸쓸하고도 눈물겨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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