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시대정신
사람이란 단어를 인수분해하면 삶이 된다. '람'자에서 공통분모 ㅏ를 빼면, ㄹ과 ㅁ만 남는다.
삶을 풀면 사람이 된다. 삶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니까. 그 만남의 삶은 유혹이 기초가 되어야 한다.
그럼 물고 물리는 성폭력의 아픔이 없었을 텐데…
최근 #mee too로 시작된 성폭력 고발이 핫 이슈이다.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우리는 유혹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보고, 그동안 생각했던, 그리고 적어 두었던 유혹의 정의를 다시 정리해 본다.
유혹이란 상대가 나와 다름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상대의 욕망을 탐험하고 고민하여, 그가 내게 자발적으로 다가오도록 하는 행위이다. 그러니까 유혹에 전제가 되어야 할 것 역시, 타자성의 발견이다.
나의 즐거움과 너의 즐거움이 만나는 자리를 고민하고, 어느 순간 우리의 즐거움이 부쩍 가까워진 것을 발견하는 경이로움을 만나는 곳에 유혹이 있고, 그것이 유혹의 가장 큰 보상이다.
물론, 타자성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일은 두렵고도 힘든 과정이 요구될 수도 있다. 거부당할까 두려워 도망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공격적 태도로 미리 무장하기도 한다. 유혹은 이와 같은 두려움을 해소하는 방식이다. 유혹은 우리가 서로에게 위험한 상대가 아니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상대임을 설득하며 다가가고 또 상대를 자발적으로 다가오게 하는 일이다. 물론, 그 설득은 상대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내가 먼저 상대에게 즐거움 주는 존재인가 묻는 것이다.
‘유혹하다’라는 의미의 seduce라는 단어는 라틴어 seducere에 연원을 두고 있다. se는 away, 즉 떨어져 있음을 의미하고 ducere는 lead, 즉 이끈다는 의미다. 연결해보면, "떨어져서 이끄는 것"을 말한다. 함부로 침범하고 윽박질러 끌어오는 것이 아닌, 거리를 두고 다가오게 하는 일이 유혹이다. 나는 여기에서 등장하는 거리를 두려움을 넘어선, 상대에 대한 존중의 공간이라고 받아들인다.
이 유혹의 아름다운 정의와 기술을 모르니, 성폭력이 나온다고 본다. 그냥 '갑'의 얄량한 권위만을 갖고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짓밟는 것이다, 그래서 폭력이다.
유혹이야기를 다시 해보자. 유혹은 모든 관계의 기초이다, 유혹 행위는 유혹함으로써 자신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유혹은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고, 그것을 통해 관계를 다른 이들과 형성해 나가는 존재방식이다.
삶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이다. 이 삶을 잘 이끄는 길은 유혹의 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폭력은 한 존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무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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