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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나는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다('Dum vita est, spes est')."

오늘 아침은 희망을 본다. 밤의 길이가 길다는 동지를 다르게 생각하면, 오늘은 낮이 가장 짧은 날이 아니라, 오늘부터 낮의 길이가 길어 지기 시작하는 날이다. 가장 짙은 어둠에서 빛이 가장 잘 발휘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래 오히려 희망이다. 또한 이 번주에는 성탄절도 있다. 배철현 교수에 의하면,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지금부터 1만2000년 전까지 빙하시대에 살고 있었다. 기원전 1만년쯤 지구 전체의 온도가 높아졌다. 우리는 이전 빙하기와 앞으로 다가올 빙하기 사이인 간빙기에 잠시 살고 있다. 빙하기에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을 가장 위협하는 시기가 '동지'(冬至)였다. 1년 중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이다. 그들은 낮에 본 태양이 땅거미 아래로 내려가 영원히 다시 떠오르지 않을 것만 같은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동물들은 겨울이 되면, 먹을 것을 찾지 못해 동면(冬眠)에 들어간다. 강이나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을 수 없고, 눈으로 덮인 초원엔 먹을 만한 과실이나 풀이 없기 때문이다. 창, 도끼, 활로 무장한 인류는 얼어붙은 자연과 정지된 먹이사슬에서 배고픔을 견뎌야 했다. 어떻게 인류는 차디찬 겨울을 생존할 수 있을까? 그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어둠의 터널에서 희망을 봤다. 희망이란 절망을 처절하게 경험한 인간들이 피워내는 불씨다. 희망이란 가치는 인간을 인간 답게 만들 뿐만 아니라, 인간을 신적인 존재로 만드는 이상을 저버리지 않고 작동시키려는 엔진"이라 했다.

배철현 교수에 의하면, "'마태복음서'나 '누가복음서' 저자들은, 수만 년 전부터 인류의 생명을 근본적으로 위협한 동짓날 희망에 관한 전설을 전해 들었고, 그들은 이를 예수 탄생에 관한 이야기로 승화'했을 것으로 보았다. 이 것이 '크리스마스(Chrismas)'이고 그 노래가 '아베 마리아(Ava Maria)'다. 크리스마스(Christmas)는 'Christ(그리스도, 예수)+mas(미사를 드린다)'란 말이다. <아베 마리아>는, 루가 복음(1:39-56)에 의하면, 세레자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이 마리아에게 한 인사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성모송의 라틴어 기도문을 여러 음악가들이 가사로 붙인 곡을 말한다. 크리스마스는 희망이다. 그 노래가 '아베 마리아'이다.

"끊임없는 물음으로 가는 사람에게는 결코 희망의 등불이 꺼지지 않는다."(시인 박노해) 희망이란 절망을 처절하게 경험한 인간들이 피워내는 불씨다. 희망이란 가치는 인간을 인간 답게 만들 뿐만 아니라, 인간을 신적인 존재로 만드는 이상을 저버리지 않고 작동시키려는 엔진이다. 인류를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춥고 배고픈 육체적인 고통과 괴로움이 아니라, 삶이 무의미하며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체념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 속에서 스스로 마련하지 못하고 시기, 질투, 그리고 상대방의 불행을 통해 스스로 정의를 실현하고 있다고 위안하며 지낸다. 희망의 별이 책이나 논쟁에서 발견될 리가 없다. 그 희망의 별은 고개를 숙이고 발 아래 땅만 쳐다보며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려는 이기적인 인간이 볼 수 없는 장소에 있기 때문이다. 희망이란 고개를 높이 들고 밤하늘에서 자신만의 별을 발견하는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다. 그 별은 자신만이 찾을 수 있는 빛나는 별이다. 희망이란 가축 먹이통 구유와 같이 자신의 일상에서 가장 흔한 것에서 발굴되는 보석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그 일상을 지속가능 하도록 계속 잘 유지하는 자에게 희망이 보인다.

"나는 희망한다. 너희도 희망하라." 이를 라틴어로 말하면, "Sepera, spero!"이다. 코로나-19는 잡힐 것이다. 따라서 주어진 일상에 우선 최선을 다하고, 방역의 삶에 충실 할 생각이다. "나는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다('Dum vita est, spes est')." "나는 숨 쉬는 동안 희망은 있다('Dum spiro, spero)." 내가 좋아하는 라틴어 문장들이다.

배철현 교수에 의하면, 신은 우리 인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미래를 창조하였다고 본다. 위에서 말한, "'마태복음서'나 '누가복음서' 저자들에게 인류를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춥고 배고픈 육체적인 고통과 괴로움이 아니라, 삶이 무의미하며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체념이었다. 당시 지식인들은 그 희망을 율법과 교리에서 헛되이 찾고 있었다. 이들은 경전의 사소한 구절에 대한 해설로 상대방을 비난하고 깎아내리는 데 세월을 보냈다. 이들은 위안을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마련하지 못하고 시기, 질투, 그리고 상대방의 불행을 통해 스스로 정의를 실현하고 있다고 위안했다. 희망의 별이 책이나 논쟁에서 발견될 리가 없다. 별은 고개를 숙이고 발 아래 땅만 쳐다보며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려는 이기적인 인간이 볼 수 없는 장소에 있기 때문이다." 계속 인용한다.

"복음서 저자들은 희망을 낮에는 보이지 않다가 밤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별"에서 찾았다는 거다. 이 별은 고개를 가만히 들고 드넓은 밤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을 조용히 찾으려는 소수에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마태복음서' 저자는 이 별을 발견한 자를 '동방박사'라고 소개한다. 동방박사는 머나먼 땅 페르시아에 거주하면서 '빛의 신'인 아후라 마즈다(Ahura Mazda)를 섬기는 사제인 '마기'(Magi)들이었다. 마기들은 한글 성경에는 동방박사로 번역됐다. '마술사'를 의미하는 영어단어 'magician'이 이 단어에서 파생했다고 한다. 별의 움직임을 보고 미래를 예측하던 '마기'들은 밤하늘에 등장한 커다란 별을 보고 유대까지 왔다. 이들이 별을 따라 도착한 곳은 예루살렘 궁궐이 아니라, '베들레헴'이라는 조그만 동네의 누추한 마구간이었다." 인상적이고 멋진 지적이다.

'메시아'라는 희망을 발견한 사람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종교인이나 지식인이 아니라, 머나먼 이국 땅에서 온 외국인이었다. 배철현 교수에 의하면, "또 다른 부류는 들판에서 양떼와 잠을 자던 목동들이었다. '누가복음'에 등장하는 목동들은 하루하루 연명하기 위해서 자신에게 맡겨진 양들을 인도해 초원으로 가서 풀을 뜯어 먹게 하고 시냇가로 인도해 물을 먹이는 노동자다. 목동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고유한 의무를 묵묵히 완수하는 자다. 그는 양떼를 자신의 자식처럼 여기며, 양을 치는 일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로 여기는 자다." 배철현 교수의 해석이다. 그의 말을 직접 더 들어 본다.

"목동들은 어느 날 양떼를 방목하다 집에서 너무 멀리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은 양떼와 함께 들판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고요한 한밤중에 목동들은 잠을 잘 수 없었다. 근처에서 이들을 공격해 물고 가려는 늑대와 여우와 같은 야생동물 때문이다. 목동들은 쌔근쌔근 잠을 자는 양떼 위를 환하게 비추는 큰 별을 봤다. 그 큰 별들이 목동들에게 말한다.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너희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러 왔다. 모든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이다. 오늘 밤 너희의 구세주께서 다윗의 고을에 나셨다. 그분은 바로 주님이신 그리스도이시다. 너희는 한 갓난아이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것을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바로 그분을 알아보는 표다." 메시아가 탄생했다는 복음을 가장 먼저 들은 사람은 종교인이 아니라 일상의 생계를 위해 묵묵하게 일하는 보통 사람이었다.

천사가 전달한 내용도 파격적이다. 인류를 구원할 메시아가 포대기에 싸여 베들레헴의 한 마구간 안에 있는 말과 소 먹이통인 구유에서 태어날 것이라는 예언이다. 희망이란 고개를 높이 들고 밤하늘에서 자신만의 별을 발견하는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거다. 그 별은 자신만이 찾을 수 있는 빛나는 별이다. 희망이란 가축 먹이통 구유와 같이 자신의 일상에서 가장 흔한 것에서 발굴되는 보석이다. 멋진 말이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마비된 올해의 크리스마스도 우리 자신들만의 별을 찾을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었으면 한다. 나는 고개를 들고 밤하늘에서 나만의 별을 응시하고 싶다. 나는 나만의 먹이통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싶다. 배철현 교수의 칼럼에서 힘을 얻어 쓴 글이다. 오늘부터 한 해를 잘 마무리하면서, 나만의 별을 찾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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