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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대한민국은 무절제 공화국이다.

단테는 지옥에서 형벌을 받고 있는 인간의 죄과를 세 가지로 구분하였다. 무절제, 폭력, 그리고 사기다. <<신곡>> 의 <인페르노> 제1곡에 등장한 세 마리 짐승이 세 가지 죄의 상징이다. 암 늑대는 무절제, 사자는 폭력, 그리고 표범은 사기다. 욕심은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기 못하고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탐하는 습관이다.  욕심보다 더 심한 죄는 ‘폭력’이다. 자신의 욕심이 지나쳐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로 대표적으로 ‘분노’가 있다. 가장 심한 죄는 ‘사기’다, 사기는 자신의 행위가 제3자 혹은 불특정 다수에게 끼치기 때문이다. 인페르노는 욕심, 폭력, 그리고 사기의 죄를 범한 사람들을 차례로 소개한다.

무절제는 1인칭, 즉 자신에게 가하는 죄이고, 폭력은 2인칭에게 해를 끼치는 범죄이며, 사기는 3인칭, 즉 불특정 다수에게 끼치는 죄다. 사기가 지옥에서 가장 큰 죄다. 무절제의 죄를 지은 사람들은 <인페르노> 제5곡부터 11곡에 차근차근 소개된다. 무절제의 죄명은 색욕(色慾), 식탐(食貪), 인색(吝嗇)과 낭비(浪費), 우울(憂鬱)과 분노(憤怒), 그리고 종파(宗派) 만들기다. 단테는 이 죄를 지은 사람들이 거주는 장소의 입구에, 고대 그리스에 등장하는 신화적인 존재를 배치시킨다. 이 괴물들은 죄인들의 죄과를 묻고 형벌을 가하는 가혹한 심판자들이다.

무절제(無節制)는 글자 그대로 ‘절제하지 못하는 무기력’이다. 자신의 말과 행동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죄다. 인간은 교육과 훈련, 그리고 스스로의 수련을 통해 짐승의 상태에서 서서히 벗어나 개화된 인간, 승화된 인간, 혹은 신적인 인간으로 탈바꿈한다. 인간은 자신을 가만히 응시하여, 자신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욕망을 절제하지 못한다면, 짐승이나 마찬가지다. 단테는 무절제의 개념을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제시한 악의 개념에서 출발한다. 선은 중용이고, 악은 모자람과 과함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 품격의 원칙은 중용을 지키지 못하는 상태, 혹은 중용이 부족하거나 과도한 상태를 ‘무절제’라고 불렀다.

단테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사용한 ‘무절제’ 개념을 <인페르노> 제11곡 82행과 83행에서 이탈리아어로 ‘인콘티넨짜(incontinenza)'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설명한다. 원래 생물학자이며 의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인콘티넨짜’를 원래 생물학적 용어로 사용하였다. ‘인콘티넨짜’는 한마디로 ‘요실금(尿失禁)'이다. 인간의 가장 생리적인 현상인 오줌을 참을 수 없는 상태다. 무절제는 요실금이다. 짐승과 같은 욕망이 한 인간의 주인이 된다. 그런 사람은 욕망의 노예가 되어 성적인 방종, 과도한 음식섭취, 쇼핑중독, 과도한 분풀이, 그리고 자신에 대한 과대망상이라는 병에 걸린다.

나는 나를 관찰하고 훈련시키는가? 입은 말하기 전에 다물어야 하고 눈은 보기 전에 감아야 한다. 말하고 싶다고 말한다면, 눈을 뜬다고 본다면, 들려온다고 듣는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우렐리우스는 자신의 마음속에 높다란 성벽인 ‘내성(內城)’을 건설하여, 성벽위에서 자신을 항상 지켜보았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을 모니터하는 주인을 그리스어로 ‘헤게모니콘(hegemonikon)'이라고 불렀다. 번역하자면, ‘나의 생각, 말, 그리고 행동을 자동적으로 제어하는 대장’이란 의미다.

사람들은 자신의 거침없는 말과 행동을 용기(勇氣)라고 착각하고 그런 집단행동을 민주주의(民主主義)의 발판이라고 호도한다. 대한민국은 무절제 공화국이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고 편협하다.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제외하고는, 인간의 언행을 누군가에게 점검 받아야 한다. 그 누군가는 바로 자신이다. 자신의 언행이, 자신의 최선인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한없이 정제된 언행만이 용기이며, 집단의 숙고(熟考)를 통해 만들어진 결정을 수용하고 준수하려는 과정이 민주주의다. 자신의 주장이 편협한 편견이란 사실을 모르고 말을 쏟아내는 ‘현자’들이 미디어를 통해, 국민의 정서를 점점 각박하게 만든다. 침묵은 자신의 언행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에 대한 감사 표시이고, 언행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준비다. 단테가 상상한 지옥은 자신의 마음 가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사후에 형벌을 받는 장소다. 그들의 죄명은 무절제(無節制)이다. 배철현 교수의 <묵상>에서 읽은 거다. 나를 관찰하고 훈련 시키는 오늘 하루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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