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단순 명료하지 않다. 그러니까 복잡한 세상에 '친절한 진실'이란 없다. 뉴스가 시민들의 삶에서 조금씩 멀어져, 이제는 자본과 권력의 광고판으로 전락한 듯하다. 언론이 본연의 가치를 잃은 채 경쟁에만 몰두한 나머지 수많은 '페이크(가짜)'가 '팩트(사실)'의 탈을 쓰고 전달되고 있다. 이것이 과연 터무니 없는 실수인지, 혹은 의도된 전략인지 모를 일이다. 왜곡된 진실이 온 매체에 만연하는 가운데, 우리는 힘들어 하고 있다.
지난 주에 언론에 흥미롭게 읽은 것은 유시민이 펼치는 '이재명 학(學)'이었다. 키워드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였다. ‘생존자/발전도상인/과제중심형’였다. 이 말들이 신선하다. 역시 유시민의 작가적 기질이다.
첫째, 생존자는 이재명이 어려서 가난과 정치 입문 후 각종 논란을 겪고 살아남았다는 의미였다. 결론적으로 이재명은 ‘정치적 생존을 위태롭게 할 어떤 하자도 없는 사람’이기에 살아남았다는 평가였다. 키워드는 이재명을 방어하는데 원용돨 것 같다. 과거 범죄경력이나 욕설 논란은 ‘이런 생존과정에서 난 상처’로 이해하자고 했다. 흠이 아니라, 상처라고하는 말이 흥미롭다. 상처와 흠은 분명히 다르다.
둘째, 발전도상인은 끊임없이 발전하는 사람이란 말이었다. "머리 좋고 학습능력 뛰어나고 목표의식 뚜렷해 자기를 바꿔 나가는 사람"이기에 "앞으로도 계속 발전"한다는 주장이었다. 발전도상이란 개념 역시 이재명 방어용으로 유용하다. ‘불안한 리더십’도 앞으로 나아질 것이며, 대통령이 되면 ‘학습능력을 발현해’ 잘 할 것이란 얘기 같다. 나도 개인적으로 나를 발전도상인으로 여기고 싶다. 죽을 때까지 공부하고 배우고 싶다는 말이다.
셋째, 과제 중심형은 현안을 즉각 해결 해낸다는 말이었다. ‘일 잘 하는 이재명’을 설명하는 키워드라고 본다. 과거 정치지도자들이 철학과 가치를 세우고, 이에 따른 과제와 정책을 선택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재명은 이와 반대라는 해석이다. 이재명의 상대적인 정치철학 빈곤을 역설적으로 장점처럼 포장한 논리로 들렸다.
유시민은 인터뷰 첫머리에서 "이재명 캠프에 참여하지 않고, 이재명 정부가 되어도 직책을 맡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자신의 주장이 정치선전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물론 아무도 믿지 않지만, 이재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일 것이라며 대선승리를 기원했다. 난 원래 정치인들의 말을 믿지 않지만, 스스로 물러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유시민의 태도는 내 삶의 멘토가 될 만 하다고 늘 생각하고 있다. 유시민은 앞으로 방송 고정출연까지 할 예정이라고 했다. 줏대 없는 몇몇 패널들에게 자극이 될 것 같다. 내년 3월 대선 끝날 때까지, 이재명의 좌충우돌을 깔끔하게 논리적으로 봉합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에겐 꼭 필요한 역할이다. 진짜 천군만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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