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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휴지하면서, 조용히, 침묵하면 우리는 유연해 진다.

배철현 교수가 말하는 창조는 무엇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삼라만상이 원래 있어야 할 곳에 적절하게 배치하는 행위이다. 이 '창조'가 그는 '법'의 의미와 유사한 단어라고 본다.  그러니까 법이나, 창조는 '우주의 원칙에 따라 적재적소에 두다'란 의미이다. 신이 다음 네 가지를 창조했다. (1) 우리가 발로 밟고 있는 이 땅(地) (2) 우리가 보고 있는 저 하늘(天) (3) 그리고 그 가운데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인간(人) (4) 그리고 행복(道法自然)이다.

인간만이 죽는다는 사실을 유일하게 인식하는 동물이다. 인간만이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인식하며 산다. 그 인식이 나에게 주어진 오늘을 빛나게 만든다. 그래 순간을 사는 인간이 행복하고 고요하다. 고요는 조용이다. 조용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고요이다.

자연은 조용이다. 조용은 우주와 자연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다. 조용할 때 힘이 생기고 떠들 때 힘이 빠진다.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스스로 자전하는 지구는 소리가 없다. 자연은 언제나 침묵한다. 자녀를 위해 기도하는 어머니의 간절한 마음도 간절하게 조용하다. 빅뱅이 생겨나기 전 상태는 어떤 소리도 허락하지 않는 진공(眞空)이다. 진공 속에 탄생하여, 우주를 만들고 그 안에 생명을 만든 것은 조용한 생각이다. 생각은 말이 없고 스스로를 간결하고 강력하게 다듬는다. 창조주, 발명가, 건축가, 작곡가, 작가 그리고 기업가는 먼저 조용한 생각으로 구상하고, 그 청사진 위에 완벽하고 조화로운 부분들을 채워 넣는다. 생각의 특징은 조용이며, 조용의 유전자는 완벽과 조화이다.

이런 측면에서 특정한 종교나 철학만이 유일한 진리라고 주장한다면, 이 체계들을 주장한 성인들이나 성현들의 고귀한 삶에 대한 모독이다. 종교와 혹은 그 한정된 집단에서 진리라고 주장하는 교리와 학설을 무조건 수용하지 말고, 한 걸음 떨어져서 가만히 응시해야 한다. 윌트 휘트먼의 <<내 자신을 위한 노래>>에서 말하는 "교리와 학교는 휴지(休止)시키고"에서, 휴지는 영어로 Abeyance이다. 이 말은 법정용어로 최종 판결을 유보하고 일단 지켜보는 과정이다. 그러니까 위의 시구는 종교와 학교, 혹은 그 한정된 집단에서 진리라고 주장하는 교리와 학설을 무조건 수용하지 말고, 한 걸음 떨어져서 가만히 응시해야 한다는 거다.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우연히 접한 학문들에 대한 태도는 유보적이어야 한다. 인간은 부모를 통해 몸을 가진 존재로 태어나고, 학교를 통해, 자신이 속한 가족이나 공동체와는 다른 종교와 철학을 섭렵하여, 취사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취사선택을 허용하지 않는 교육은, 사람을 진부한 인간으로 전락시킨다. 인간은 교육과 배움을 통해, 타인의 입장에 서 볼 수 있는, 역지사지가 가능한 유연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기 때문이다.

휴지하면서, 조용히, 침묵하면 우리는 유연해 진다. 정신적으로 유연한 인간은 이제,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관들 가운데 자신에게 어울리는 세계관을 선택하기 전에 휴지기간을 자져야 한다. 그 휴지 활동 기간 중에, "그들이 무엇이든 간에 만족하여 잠시 퇴거 시키지만, 결코 망각하지 않는다"이다. 뉴톤의 말처럼, 인류는 이전에 혁신적인 사상과 체계의 발전을 시켜온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볼 때, 한 걸음 진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통념, 신념, 관습 그리고 법보다는 자신의 안목, 영감, 자신의 습관 그리고 양심을 믿고 행동하는 것은 위험하다. 다른 사람들이 오해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양심(스스로 그러함)에 따라 행동하는 고독한 사람들은 오해를 받는다.  그러나 위대한 인간이 된다는 것은 오해 받는 인간이 되는 거다. 우리는 그런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내가 해야 할 말을 하여야 한다. 그것이 선과 악이라는 이원론에 세뇌 된 타인의 눈에는 오해이며 신성 모독이다.

긴 사유였다. 제 때에 쓰지 못한 <인문 일기>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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