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인문학이 아니다. 오늘 아침은 필링 인문학이다. 필링의 인문학은 생각을 지배하는 모든 권력, 구조, 자본주의의 관계를 문제 삼아 내가 진짜 생각하는 지를 성찰하는 것이다. 필링의 인문학은 실존적 나가 생각 당하는 나인지 모른다고 의심하고, '성찰하는 나'가 '필링하는 나'라고 주장한다. 필링의 인문학은 나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생각하는 나인가, 생각 당하는 나인가, 이 질문을 하면서 내 생각의 제작자를 찾아내 맞서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왜'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언젠가 홍세화의 강의를 듣고 받아 적어 둔 것을 오늘 또 공유한다.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생각은 가정과 학교에서 구축됐다. 문제는 두 곳 모두 ‘생각 하다’라는 과정이 없다는 것이다. 유대인 부모와 한국 부모를 비교하면 더욱 명확하다. 유대인들은 부모가 자녀에게 묻는다. “네 생각이 뭐니?” 자녀는 어렸을 때부터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정반대다. 부모가 자녀에게 생각하기를 이끌기는 커녕 자녀의 “왜”라는 질문에 대답도 잘 안 해준다. 그러니 이런 에피소드가 연출된다,
“제가 파리에서 살다가 귀국해서 생긴 일화를 말씀드릴게요. 서울에서 택시를 타면 귀국 초기에는 참 감개무량했어요. 제가 택시기사 출신이라고 이야기하면 분위기 괜찮아요. 그러다가 ‘지금은 뭐 하세요’라는 질문에 ‘한겨레신문사 다닙니다’는 답을 하면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썰렁해져요. 제가 감을 잡은 뒤에는 물어봤어요. ‘한겨레신문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생각을 물은 거죠.”
홍 대표는 그 일화를 소개하며 자신이 듣고 싶었던 대답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예상 가능한 대답은 세 가지 정도다. 첫 번째는 ‘괜찮은 신문이죠’라는 긍정적인 평가. 두 번째는 ‘한겨레신문을 읽은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정답이지만 이마저도 듣기 힘들다. 대부분 반응은 ‘친북신문이다. 빨갱이 신문이다. 불평만 늘어놓는 신문이다. 전라도 신문 아니냐 하는 것이었다. 신문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 가지는 부정적인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 그는 아니라고 답했다. 내 문으로는 지금 한겨레신문도 예전 같지 않다.
본 적 없는 신문에 부정적 견해를 갖는 것은 특정 직업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 사회 구성원이 비슷한 방식으로 생각을 형성한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그는 우리가 생각을 창조하는 것은 아니라고 홍세화는 말하였다. 고집하면서 살아가는 생각은 ‘사회화 과정’을 통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최근의 <조국의 시간>도 그런 식이다.
아니면, 적어도 지적으로 부지런해야 한다. 생각이 비뚤어지면, 창피한 줄도 모르고, 쉽게 말하고 행동한다. 모과나무처럼, 심사가 뒤틀렸으면, 모과 꽃 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이목을 끌지 않고 조용히 있었으면 한다. 아니면 지적으로 부지런한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다른 사람이 해 놓은 생각의 결과들을 수용하고, 해석하고 확대하면서 자기 삶을 꾸리는 사람은 지적으로 게으른 사람이다. 지적 '부지런함'이란 단독자로 자신의 개성을 유지하고 독립적인 삶을 사는 것으로 '따라 하기'의 '편안함'과 '안전함'에 빠지지 않고, 다가오는 불안과 고뇌를 감당하며 풀릴 길이 보이지 않는 문제를 붙들고 계속 파고 들어가 가능해지도록 '틈'을 벌리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대답에만 빠지지 말고, 질문하는 사람이 지적으로 부지런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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