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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산다는 것은 아픔을 견디는 것이다.

가을을 흔드는 거미의 삶과 안쓰러운 잠자리의 바둥거림의 아픔 사이에서. 오늘은 코로나-19 이후의 문화 산업 시장을 살펴 볼 차례이다. 공연이나 강연 등 콘텐츠 시장의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또 김소장의 몇 가지 정보들을 들어 본다.
- 얼마 전 SM에서 온라인으로 슈퍼M 'Beyond LIVE' 콘서트를 했다. 3만 원 티켓값을 치르고 7만 5천 명의 유료 관객이 등판했다. 관객을 화면에 배경으로 띄우고 인터랙티브를 구현했다. 우리가 과거의 경험치에 갇혀 있는 동안 경이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공연 라이브는 실황으로 팔고, 이후 녹화 콘텐츠도 유료로 팔 수 있을 것이다.
- 몇몇 행사에서는 기자 회견도 홀로그램으로 했다. 영화 ‘킹스맨; 골든서클'의 홀로그램 회의가 현실이 됐다. 앞으로 선거 찬에서도 홀로그램 선거 유세가 폭증할 것이다.
- 강연 시장도 몸살을 앓고 있다. 기업 스트리밍 강연은 꼭 필요한 콘텐츠만 선별하고, 교양은 직원들이 각자 쌓으라 한다. 전체 강연 시장은 죽었지만 기준은 더 엄격해 졌다. 대학과 교회는 온라인 강연으로 더 ‘수평화'가 진행되고 있다. 오프라인에선 높은 단상에서 10년 전 노트로 강의해도 대충 참아줬지만, 이젠 안 된다. 강의가 녹화되고, 쉽게 다른 강의들과 비교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면, 학생들이  등록금 돌려 달라고 할 것이다.  온라인에선 숨을 틈이 없다. 실력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쉴 새 없이 메시지를 줘야 하니 밀도 높은 콘텐츠만 살아남는다. 결국 실력 있는 자가 이기게 된다.

이런 문화 산업의 변화 속에서, 소비자들이 체험하는 경험의 질과 빈도도 달라질 것이다. 엄밀히 보면, 접촉을 줄인다고 경험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물리적인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줄이고 경험의 질을 극대화하려 할 것이다. 김소장은 이런 예를 든다. 뉴욕 출장 여러 번 갔다면, 이젠 한 번으로 이슈를 흡수하고 나머지는 온라인으로 대체 가능하다. 유명 변호사와 더  쉽게 상담 받고, 셀러브러티와 더 가깝게 접속 가능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온라인을 자주 경험할수록 오프라인은 더 활성화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실제 체험을 통한 경험 시장은 좀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선택지가 될 것이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김지수 기자는 김소장에게 이런 질문을 했더. "비대면에서 진정성의 문제는 없을까?" 김 소장의 답은  "만난다고 진정성이 확인될까요? 태도 문제는 사회 문제예요. 내 눈앞에 있고 없고로 분별 못 해요. 선악과 진위의 행태는 온이냐 오프냐가 아니에요. 진짜는 그냥 진짜고, 가짜는 가짜예요."였다.

끝으로 김소장은 언컨택트 시대의 가장 환상적인 풍경을 다음과 같이 그린다.  "환상적인 풍경은 투명하고 공정한 관계로 신뢰를 구축하는 거예요. 쓸데없는 데 낭비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시간을 써서 자아 성취한 개인들이 많아지는 거고요. 각자 기준에 따라 컨택트와 언컨택트를 자율적으로 관리하면서요. TV에서 여행 프로 자꾸 보면 가고 싶잖아요. 가령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는 직접 눈으로 보고, 몇몇 미술관은 또 시간 줄여서 온라인으로 즐기면 돼요. 과잉 접촉 사회에서는 상사가 일 잘하는 후배는 모른 체하고, 직계 후배 몰고 다니며 사내정치를 했잖아요. 그런 ‘라인'에 연연해 줄 안 서도 되니, 언컨택트 사회는 더 실용적이고 안전해요."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사회가 정말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가짜는 사라지고 이젠 진짜만이 살아 남을 것이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비대면 사회’를 맞아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변화에 빨리 따르고 적응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김소장도 그렇게 말한다. "이 변화가 당황스러운 분들은 사실 일반인입니다. 기업은 다 알고 있었어요. 코로나가 또 올 수도, 더 빨리 올 수도 있다는 것도요. 당장은 어색하고 내가 손해 보는 것 같아도 이 흐름을 빨리 따라가야 해요. 사회적 욕망은 과잉 컨택트가 줄어드는 쪽으로 진화해 왔어요. 5년 10년, 20년 단위로, 더 나은 욕망을 찾아 사회는 확확 변해요. 더 괜찮은 사회를 향해서요. 핵심은 하나예요. 변화를 받아들이세요. 기업이든 사람이든 먼저 대비하는 자가 열매를 땁니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조선일보의 김지수 문화전문기자의 인터뷰를 통해, 김용섭 소장의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듣고 시대의 흐름을 파악할 기회를 주어 감사하다. 사실 조선일보는 정치 기사를 빼고는 다른 기사는 훌륭한 것들이 많다. 순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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