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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지금은 플랫폼 기업의 황금기이다.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환경은 어떻게 변화될까? <날카로운 상상력 연구소>의 김용섭 소장에 의하면, 위기 때 기업이 어디에 돈을 쓰는가를 보면 일자리의 방향을 알 수 있다고 했다.  9·11 이후에는 금융사들이 백업시스템을 만드는 데 돈을 썼다. 2008년 외환 위기 때는 IT에 돈을 썼고, 지금은 리스크를 줄이는 데 돈을 쓴다. 당장 생산공장을 중국에서 다른 나라로 분산시키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사람이 가장 큰 리스크라는 걸 알게 됐다. 감염자가 생기면 공장을 멈춰야 하니, 아마도 자동화 속도는 더 가속화될 것이라 본다. 기업은 이미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생산, 물류 자동화에 돈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그리고 에어비앤비(airbnb)의 대규모 감원, 항공사 무급 휴가 등이 이어지고 있다. 관광 산업의 전망은 여전히 어두워,  여행 산업은 당분간 살아나기 힘들 거다. 사실 그동안 관광 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 건 가격이 싸져서 였다. 관광 사업 종사자의 헌신, 지구 환경의 희생을 저당 잡아서 싸졌던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를 겪으면서 각종 검사로 국경의 장벽은 더 높아졌고, 비행기가 배출하는 탄소 문제도 점점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 조사했는데, 많은 승객이 돈 더 내고라도 바이오 연료로 전환한 비행기를 타겠다고 했다. 그러나 좌석 간격을 넓히고, 바이오 연료 사용한다면, 당장 항공권 값이 크게 오를 것이다. 따라서 단체 깃발 드는 저가 여행 시장은 죽고, 부자 여행만이 살아 남을 것으로 본다. 물론 싸게 누리면서 희생하고 파괴했던 것들이 제자리를 찾게 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다.

기후 변화가 그렇게 뼈아픈 거다. 코로나-19가 편리함을 걷어내고 함께 오래 가는 과제를 우리에게 고민하도록 기회를 내준 셈이다. 김소장에 의하면, 혼란과 위기 상황에서 더 성장한 기업도 있다고 했다.  "아마존, 페이스북은 다 매출이 올랐죠. IT 업계가 유리한 건 당연하지만, 산업 전반에 IT 화가 더 가속화됐어요. 특히 캐나다의 쇼핑몰 구축 서비스 ‘쇼피파이’가 시가 총액 최고치를 경신했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신생 기업이 순식간에 삼성전자를 잇는 2위로 성장한 거죠. 지금은 플랫폼 기업의 황금기예요. 동네 쌀가게 아저씨도 맘만 먹으면 온라인으로 전국에 쌀을 팔 수 있는 시대죠.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먼저 변화한 기업이 열매를 땄어요. 던킨도너츠는 던킨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커피 브랜드가 됐어요. 도넛이 안 팔리니까 재빠르게 몸을 바꿨죠. 작년부터 스마트 오더로 드라이브 스루를 했는데 패스트푸드 업계에서는 가장 먼저 준비해서 이미 1년 치 고객 데이터가 쌓였어요. 그 차이가 굉장히 커요." 나같은 인문운동가로서는 시장 상황을 잘 모르는데, 아주 좋은 정보이다. 상상을 해 봐도, 김 소장의 주장은 그럴 듯하다.

비대면 욕구의 흐름에서 일본의 ‘침묵’ 서비스 택시와 화장품 매장의 ‘혼자 볼게요' 바구니 같은 것들도 인상적이다. 코로나 시기에 물류와 배송 시장도 폭증했는데, 부작용은 없는가?  김소장의 멋진 지적이다. "확실히 ‘미안함'이라는 감정이 줄었어요. 얼굴 안 봐도 새벽에 문 앞에 물건이 와있으니까요. 배송 시장이 커지고 택배 노동자가 많아지면 비용은 상승해요. 그게 정상이죠. 뼈 빠지게 고생한다고 안쓰러워 하면서 임금 인상 얘긴 쏙 빼면 그게 무례죠. 전 세계에서 한국이 택배비가 가장 쌉니다. 곧 적정 가격으로 상승할 거예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택배하시는 분들이 너무 고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