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소설 속에서 소년 마놀린은 '믿음이 깊지 않은' 제 아버지보다도, 서로 믿는 사이인 노인 산티아고에게 존재의 많은 부분을 열어주었다. 여기서 "존재의 많은 부분을 열어 주었다"는 말에 마음이 잠시 멈추었다. 나는 무엇으로 내 존재의 충만함을 고양하는가? 그걸 찾은 것이 아침에 <인문 일기>를 쓰는 것이다. 읽지만 않고, 이런 식으로 쓰는 데서 나오는 힘이 아닌가 생각한다.
소설 속에서 소년 마놀린은 바다로 나가는 어부 노인에게 "두 마리의 신선한 작은 참치 또는 날개 다랑어를 주었는데, 그것들은 가장 깊은 곳의 낚싯줄 두 개에 추처럼 매달았다. 680Kg의 거대한 청새치는 바로 이 소년이 준 미끼를 물었다. 이런 식으로 믿음, 아니 신뢰는 항상 빛나는 결과를 안긴다. 이런 식으로 자신을, 다른 사람을 그리고 세상을 믿고 자신을 향해 쉼 없이 걷는 일이 삶인 것이다. 이런 낙관적인 자세는 자신을 믿는 자에게만 허용된다. 신뢰하여야 한다. 나를 세상을 그리고 함께 하는 모두를.
어부 노인 산티아고는 소년 마놀린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네 스스로에게 당당하고 확신을 주는 게 낫지 않겠나?" 나도 "스스로에게 당당한 자"가 되고 싶다. 최교수의 말처럼, 나도 "집단적으로 공유하는 이념이나 믿음에 당당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당당한 자"가 되고 싶다. "다른 사람의 인정에 좌우되지 않고 자신에게 떳떳한 자"가 되고 싶다.
소설 속에서 어부 노인은, 어부로 살면서 "단지 살기 위해 그리고 먹거리를 팔기 위해 물고기를 죽였던 건 아니었다." 그는 "자부심을 위해 물고기를 죽였다. 왜냐하면 어부니까." 소유보다 존재에 더 관심을 두었던 산티아고의 이 말은 나에게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주었다. 법정 스님의 이 말이 생각난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늙음이 아니라, 녹스는 사람이며,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어야 한다."
소설 속에서, 노인 어부 산티아고가 상어 떼와 목숨을 건 싸움도 자신이 잡은 청 새치를 하나의 전리품으로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어부로서 자부심을 지키려는 것이었다. 나는 '자부심(自負心)' 넘어, 더 높은 곳을 꿈꾼다. 자존심이 아니라, 자존감이다. '자존심'은 '나는 잘났다'면서 자신을 지키는 마음이고, '자존감'은 '나는 소중하다'하면서 자신을 존중 하는 마음이다.
인간은 두 가지 본능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생존 본능, 또 다른 하나는 종족 보존을 위한 복제 본능이다. 생존을 위한 욕구는 의식주와 같은 몸을 위한 욕구와 심리적 안정을 위한 안전, 사랑, 지위, 소속감 그리고 자부심과 같은 정신적인 욕구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저 생존할 뿐만 아니라, 삶의 환희를 경험하는 또 다른 삶의 영역이 존재한다. 인간은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된 후에, 자기 존재의 의미를 찾기 위해, 전혀 다른 성격의 욕구를 찾아 나선다. 인간은 물질적이며 정신적인 욕구를 넘어선 영적으로 만족스런 그 무엇을 추구하게 된다. 그 무엇이란 개인이 도달할 수 있는 '최선'이 되는 것이다. 탁월하려는 것이다.
그래 노인 어부 산티아고는 청 새치를 차지하는 데에 실패하더라도 자신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를 알 정도로 영적인 곳까지 승화하였다. 최교수는 독후감에서 "소유의 길이 아니라 존재의 길을 가는 자들은 언제나 자신에게 당당하다"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노인 어부의 "인간은 파멸할 수는 있어도 패배하지 하지는 않는다" 그 '유명한' 문장이 오늘 아침 더 강하게 와 닿는다. 이는 "청 새치를 다 뜯겨 뼈만 남기는 한이 있더라도, 더 나아가 청 새치를 지키다가 상어에게 물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어부로서 자부심만을 잃지 않겠다는 자세이다." 이는 "작은 이익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라, 존재적 존엄과 자존을 지키는 삶을 살겠다는 인간 선언"이라고 최교수는 쓰고 있다. 존재의 충만 함이고, 풍성한 존재로 늙어도 녹슬지 않은 삶이다. 다음과 같이 우리는 숙고를 통하여 존재를 고양시켜야 한다.
이어지는 글은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으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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