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토요일에 있었던 인문학 강의, <인문학의 시대적 가치-왜 '인문학'인가?>에 못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본다.
객관적인 진리 속에서 정답을 찾는 자연과학적 사유와는 달리, 인문학적 사유는 주관성이 개입되어 정답이 없다. 대신 각자의 견해를 다 존중해 준다. 그러나 그 견해가 풍요로운지, 나름대로 정교한 논리와 증거를 가지고 있는지 따진다. 풍요롭고, 다양하며 정교한 논리가 있어야 내 삶을 주체적으로 독립적으로 주인공으로 살 수 있다. 그래 인문학적 사유가 중요하다. 그게 기본이다.
그런 인문학을 딱 잡아 말하면, 인문학은 우리들에게 '건너가기'를 부추긴다. 늘 행복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려면 자주 변해야 한다. 내 방식으로 말하면, '건너가기'를 위해 늘 도전해야 한다. 지적인 상승과 확장은 아는 것을 바탕으로 하여 모르는 곳으로 넘어가고 건너가려고 발버둥 치는 일에서 이루어진다.
<반야심경>의 핵심정신인 '바라밀'이 ‘건너 가기’를 뜻한다. '바라밀'이라는 말은 '파라미타'에서 온 것으로, 파라미타는 '파람(저 멀리)+이타(도달하다)'의 합성어이니, 저 멀리 로 건너 가기를 하는 것이 '6 바라밀'인 것이다. 바라밀의 뜻이 궁극, 즉 멀고 험하게 보이는 부처가 되는 길을 꿋꿋하게 걸어서 이른다는 것이니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강의에서 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 오늘은 '6바라밀'에 대해 오래 전에 적어 두었던 내용을 소환해 다시 내 일상을 검토해 본다. 우리의 마음 안에 들어온 생각, 감정, 오감을 6바라밀로 성실하게 대면하고 처리하는 것이 불교에서는 '보살의 길'이라 한다. 중력의 법칙만큼, 6바라밀을 어기면 악이 되고, 지키면 선이 된다. 이는 카르마의 경영법이고, 선업을 쌓는 길이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내 삶의 '건너가기'이다. 유교에서 말하는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도 마찬가지 같다. 한 마디로 하면, 우리의 마음의 법칙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이 우주의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는 법칙이다.
나는 '거인욕, 존천리(去人欲, 存天理)'를 말하고 싶었다. '거인욕, 존천리'라는 말은 '인간의 욕심을 버리고, 하늘의 이치를 따르라'는 뜻이다. 에고의 욕심(호리피해, 好利避害)을 버리고, '참나'가 지니고 있는 양심(良心=인성人性), 아니면 다음과 같이 우주의 원리인 "6바라밀(세상을 건너는 일, 세상을 사는 일, 6 가지 인격의 기둥)"에 머물라는 것이다. 우리가 건너가야 할 수준을 다음과 6 가지로 말하고 있다.
▫ 보시 바라밀: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유교식으로 말하면, 인(仁)에서 나오는 측은지심(惻隱之心-남을 나와 다르게 보지 않고, 나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예컨대, 네가 갖고 싶은 것을 상대도 갖고 싶어한다는 것을 우리 양심으로 안다. 그러니 '자랑질' 하지 말라, 그것도 보시이다.
▫ 지계 바라밀: 계율을 지키는 것, 아니 유혹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 지는 것이다. 유교식으로 말하면, 의(義)에서 나오는 수오지심(羞惡之心-내가 당해서 싫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하지 않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뿌린 대로 거두리라"라는 마음이다.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논어』) 정신이다.
▫ 인욕 바라밀: 수용(受容), 즉 온갖 모욕에도 원한을 품지 않는 것, '욱'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참아내는 것이다. 단 자명한 것 앞에서 참는다. '인욕'이란 무조건 참아내는 것이 아니라, 양심에 따라 진리를 인가(수용)하며 참아내는 것이다. 이 때 참아내게 하는 힘은 지혜에서 나온다. 자명한 상황을 받아들이며 참아내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욕심에 나오는 화는 참고, 양심에서 나오는 분노는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진리를 인가, 수용하는 것이다. 자명을 인정하는 것이다. 지혜(양심=진리)에서 나오는 것을 참는 것이 인욕이다. 유교식으로 말하면, 예(禮)에서 나오는 사양지심(辭讓之心)이다. 타인을 배려하면서, 매너를 지킨다는 말이다.
▫ 정진 바라밀: 악을 제거하려고 치열하게 노력으로 나태하지 않는 것이다. 유교식으로 말하면, 신(信)에서 나오는 성실지심(誠實之心)이다. 성실하게 일상을 잘 살아내는 것이다.
▫ 선정 바라밀:마음을 응시하며, 심난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유교식으로 말하면, 경(敬)에서 나오는 몰입이다. 현재 하는 일을 제외하고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 것으로, "깨어 있으라"는 말이다.
▫ 반야=지혜 바라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지 않고, 자명한 것만 받아들이는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이다. 유교식으로 말하면, 지(智)에서 나오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이다.
그러니까 이 6 가지 바라밀은 우리가 세상을 건너는 일, 세상을 사는 일이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는 일이다. 궁극에 이르는 것이다. 인문학의 결론이기도 하다. 사랑(나눔), 정의(절제), 예절(수용), 성실, 몰입, 지혜(통찰-'탁!'하면 아는 것). 이 6가지가 인문학의 핵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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