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안다는 것과 익숙한 것을 구별해야 한다. 우리는 오래 일한 것, 많이 주워들은 것, 즉 익숙한 것을 안다고 착각한다. 우리가 보통 안다고 말하는 것은 전문성을 넘어 통찰력의 단계까지 진화한 것을 뜻한다. 그러려면 자기 분야만 잘 아는 것을 넘어 세상을 보는 관점, 역사적 지식,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춘 것을 뜻한다. 물론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의 본질을 아는 것이다. 그래야 익숙한 걸 낯선 시각으로 볼 수 있고, 거기서 질문이 나온다. 질문이 중요한 건 다 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질문을 하려면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걱정만 할 뿐 제대로 된 질문도 고민도 할 수 없다.
한근태 저자는 '최선(最善)'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히토 모토시계의 『도쿄대 교수가 제자들에게 주는 쓴 소리』라는 책을 소개하였다. 히토 모토시계에 의하면, "연구자의 인생은 3단 로켓이다." 이 말에 나도 동의한다. 연구자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도 그렇다고 본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낡은 로켓을 몇 번은 떼어내고, 새로운 로켓을 점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그 안의 연료를 남김 없이 연소해야 한다. '완전 연소(燃燒)'라는 말을 하면, 최선이란 말이 잘 이해된다. 젊은 시절 목표한 바를 이루지 않고 그 로켓을 떼어내선 안 된다. 최선은 독하게 그 일을 해보는 것이다. 해볼만큼 해보면 결과가 어찌됐건 미련 없이 그 일을 털 수 있다. 젊은 시절 있는 연료도 제대로 태우지 않으면서 떼어낼 생각은 안 했는가? 질문해 본다.
한근태 저자에 의하면, "생각하지 않으면 질문할 수 없다. 반대로 질문하지 않으면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사람은 질문을 받는 순간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질문은 날카로운 송곳과 같다. 잠자고 있던 우리의 영혼을 흔들어 깨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자신에게 자주 던진다고 한다.
▪ 지금 행복한가?
▪ 지금의 삶에 만족하는가?
▪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그 외, 다양한 질문들이 가능하다. 우리는 누구나 잘 살고 싶다. 실제 그렇게 살고 있는지를 알아 보는 방법이 다음과 같이 "살날이 일 년 밖에 남지 않아도 지금처럼 살고 싶은가"란 질문에 "지금과 똑같이 살다가 죽고 싶다"는 대답을 당당하게 할 수 있으면 잘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살다가 죽으면 억울할 것 같은가"란 질문에 "그렇다고"고 답하면, 뭔가 아쉬움이 있는 삶이다.
아쉬움이 남는 삶은 불완전 연소이고, 완벽한 삶은 완전 연소에 해당한다. 불완전 연소는 연기가 많이 나고, 그을음과 냄새도 많이 난다. 완전 연소는 그렇지 않다. 깨끗하다. 나옹 선사는 "태어남은 조각 구름이 일어나는 것, 죽음은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지는 것, 하늘의 구름은 영원히 머물지 않아라. 나고 죽는 인생사가 그러하네"라고 말했다. 살아서는 부끄럼 없이 철저하게 연소하고, 죽음에 이르러서는 생전에 남겼던 이름과 기억마저 훌훌 털어버리는 것이다. 에너지를 모두 쓰고 죽자고 다짐하는 아침이다.
저자는 "실패는 누구나 한다. 실패를 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는 것이다"고 말하였다. 중요한 것은 실패에서 무엇인가를 배우고, 같은 실패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 실패는 가장 중요한 교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를 공유하고 학습해야 한다. 이때도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
▪ 왜 실패했는가?
▪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
▪ 거기서 무엇을 배웠는가?
▪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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