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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다른 이에게 생명을 주는 하루가 되도록 "서 있고" 싶다.

850.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문화와 환경이 함께 걷는 생태문화탐방"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대전문화연대와 대전환경운동연합은 매월 셋째주 일요일마다 대전을 걷는다. 어제는 대청호 <찬샘마을>에서 출발하여 성황당고개, 찬샘정, 냉천골, 미륵원지, 할먼네집까지 함께 걸었다. 점심은 <찬샘마을>로 되돌아 와 <메기 매운탕>으로 함께 했다. 즐거운 만남이었다.

『주역』은 음양의 변화를 통한 변화 철학을 말한다. 그 책을 보면, "극즉반(極卽反)"이란 말이 핵심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극점에 이르면 반드시 되 돌아간다. 그러니까 정점에 도달하면 내려올 일밖에 남지 않고, 반대로 최대점으로 추락하면 올라갈 일만 남게 된다. 자연의 춘하추동 순환도 그렇다. 이런 운동의 에너지는 모두 다 온도, 즉 따뜻함의 정도라고 나는 본다. 따뜻하면 꽃이 저절로 피듯이, 내가 따뜻하면 내 주변에도 따뜻한 사람이 모여든다. 나도 그들과 함께 따뜻한 꽃을 같이 피워 화엄세계를 만들려는 것이 남은 내 생의 목표이다.

미세먼지에 빼앗겼던 봄이 대청호 길에는 별 탈없이 와 있었다. 봄빛이 비치면, 식물이든 꽃의 씨앗은 싹트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따뜻한 사랑은 세상이 아무 차더라도 꽃이 핀다. 그래 사랑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이게 내 생각이다. 삶을 너덜거리지 않게 보듬도록 하는 에너지는 사랑이다. "매일 우리가 맞는 아침은 사랑을 위해 다시 창조하고, 다시 규정하고, 다시 버리고 조정해야 하는 24시간으로 찾아온다."( 지그문트 바우만)

이런 마음으로 대청호의 물들을 실컷 만났다. 그냥 흐르기만 하는 물도 "생각에 잠기는" 사색과 성찰을 하면, 남 따라 그저 내려고 흘러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꽃을 피우고, 가지를 키우는 나무들의 몸 속으로 들어가 "서 있는"다. 힘들지만 나를 버리고 다른 이들에게 생명을 준다. 나무 속으로 들어가 팔을 벌리고 있는 물을 본 시인의 안목에 나는 박수를 보내며, 다른 이에게 생명을 주는 하루가 되도록 "서 있고" 싶다.

서 있는 물/김금래

바다가 되기 싫은
물이 있지

가던 발길 멈추고
고요히

생각에 잠기는
물이 있지

세상 물들이 모두
바다로 갈 때

나무 속으로 들어가
팔 벌리고 서 있는 물이 있지

잎으로 꽃으로 피는
물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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