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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니버의 기도>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플라타너스(platanus)의 우리말 이름은 '버즘나무'이다. '버즘'은 방언이고 '버짐'이 표준말이지만, 그냥 우리는 '버즘나무'라 한다. 이 이름은 수피 문양이 얼룩덜룩 사람의 몸에 피는 버짐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북한에서는 가을에 조랑조랑 매달리는 열매가 귀여운 방울 같다고 해서 '방울나무'라 한다. 어제 아침 글에서 나무 이름을 잘 못 말했다. 플라타너스를 포플러 나무라 했다. 그래 오늘 아침 다시 정정하며, 또한 김현승 시인이 쓴 <플라타너스>를 공유한다.

어제 글을 보시려면, https://pakhanpyo.blogspot.com 으로 오시면 됩니다.

플라타너스는 성장 속도가 빠르고 이식이 쉬우며 추위에 잘 견디므로 따로 관리가 없어도 되며, 열악하고 척박한 도시 환경에서 잘 견딜 수 있는 나무이다. 날로 심각해 져 가는 대기 오염에도 강하며, 공기를 정화하는 능력이 뛰어난 나무라 한다. 도시인들에게 그늘과 깨끗한 공기, 때론 위로와 기쁨을 주는 참 고마운 나무이다.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많이 가지고 고민하는 요즈음이다. 사실 어제는 서울 경희대 강의가 시작되는 날인데, 코로나-19로 대면 강의 대신 인터넷을 이용한 원격 강의를 하라고 해서 서울에 안 올라갔다. 나는 모든 학생들을 밴드 어플리케이션에 가입 시켜 강의 원고와 PPT자료를 올려 집에서 읽어 보는 것으로 강의를 대신했다. 출석은 질문을 하나 던지고, 댓글로 답하는 것으로 했다. 초중고 개학은 2 주 더 연기되었다고 한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코로나와 '우울한 마음'을 뜻하는 블루(blue)가 합쳐진 말이다. 그러나 나는 괜찮다. 이 우울한 마음을 이기는 방법들을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데, 나는 이미 그렇게 살고 있었다. 가장 많이 제안하는 것이 <니버의 기도>이다. "주여,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평화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용기를 , 또한 그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옵소서." 그러니까 통제 가능한 것과 통제 불가능한 것을 구별하는 것이다. 통제 가능한 것에 최선을 다하고, 통제 불가능한 것에 신경을 덜 쓰는 것이다.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 주기에는 착실하게 동참하되,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을 막는 일이나 감염 경로를 밝히는 일 같은 것들은 개인의 노력으로는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이다. 오히려 만일 재택 근무를 하고 있다면, 가족끼리 통제할 수 있는 일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통제 가능한 변수에 집중하며, 이 기회에 자신의 역량을 키우거나, 더 많은 운동을 통해 면역력을 더 키우는 것이다.

그래 오늘 아침은 "가장 지혜로운 채찍은 휴식"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프랭클린 레오나드(Franklin Leonard)를 만난다. 영화업계에서, 그는 흙 속에 묻은 진주를 캐내는 일을 한다. 그는 "성공이란, '내가 버텨내지 못할 실패는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휴식을 하는 시간이다. 프랭클린은 삶에서 소중한 것이 '휴식'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휴식은 아무 것도 안하고 있는 '멈춤'의 상태가 아니라, 몸과 마음을 격렬하게 움직이고, 그 격렬함을 통해 점점 커지는 집착에서 벗어나 새로운 몰입과 집중으로 자신을 이동시키는 것이다. 지금은 조용하게 준비하는 휴식 시간이다. 그래 나는 많은 독서를 하고, 틈나는 대로 밖으로 나가, 홀로 걷기를 많이 한다. 이때 많은 영감을 얻기도 했다.

프랭클린이 말하는 휴식은 몇 시간, 몇 분이라도 '못한 일들을 생각하지 않고' 쉬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조용히 쉬지 않고, 격렬하게 쉰 후, 다시 자신의 일과 관련된 활동을 하면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본다. "진정한 휴식은 일을 열심히 해 뭔가를 성취했을 때 주는 보상이 아니다. 계속 실패하는 자신을 격려하는 선물이다." 그는 인생 초반의 33년에 걸친 실패를 통해, '버텨내지 못할 실패란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여러 번 내가 원하는 일을 실패했지만, 죽지 않고 지금까지 잘 버텨오고 있고, 다시 뭔가를 해보겠다는 열정이 아직까지 식지 않았다.

"버텨내지 못할 실패란 없다"는 확신은 우리를 평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영영 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만큼 우리를 속이는 것도 없다. 그는 가슴 속 한 구석을 차지하고는 열망만으로만 존재하는 일을 꺼내는 가장 쉽고 지혜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하지 않으면 계속 인생에 숙제처럼 남아 있는 일은, 모두 시도하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뼈아픈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 뼈아픈 실패는 고통의 절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고통이 근본적인 변화를 가능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이 생각은 레이 달리(Ray Dalie)로부터 얻은 생각이다. 그의 말을 인용해 본다. "뼈아픈 경험의 복기는 자신의 약점이나 무지, 실수를 정면으로 쳐다볼 수 있게 해준다. 이를 통해 더 개방적인 태도를 갖게 하고, 주체적으로 생각하게 이끈다. 우리가 실패를 거듭하는 이유들 중 하나는, 실패를 '외면하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정면으로 보고 나면, 인간은 자연스럽게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상처 난 곳을 정확히 들여다봐야 좋은 약을 쓸 수 있듯이, 후회 없는 삶을 살려면 아픈 것들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보는 일이 꼭 필요하다."

오늘 아침은 사진이 두 개이다. 하나는 버짐나무를 찍은 것이고, 하나는 '방울 나무'를 찍은 것이다. 오늘 시는 김현승 시인이 1953년에 발표한 시로, '감정이입(感情移入) 기법으로 교과서적인 시를 공유한다.

플라타너스/김현승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올 제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나의 영혼을 불어 넣고 가도 좋으련만
플라타너스
나는 너와 함께 신(神)이 아니다!

이제 수고로운 우리의 길이 다하는 오늘
너를 맞아 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이 있느냐?
플라타너스
나는 너를 지켜 오직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 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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