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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데이비드 브룩스의 『두 번째 산』

우리는 우리 자신을 3인칭으로 놓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과거의 자신을 버리고 새로운 자신을 만들기 위해 자신은, 스스로를 나비가 고치를 버리듯이, 새가 자신을 감싸는 알을 깨고 나오듯이, 과거의 ‘자신'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행위를 '무아'(無我) 혹은 ‘비움'이라고 말한다. 나는 여기서 커다란 한 기지 지혜를 얻었다. '무아,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I'm nothing)'가 그냥 말만으로, 마음만 먹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운 것이다. 나 자신을 3인칭으로 놓고, 과거의 '자신'을 유기하는 큰 도전 후에 이루어진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 "나는 모든 것이다(I'm everything)"라거나 "나는 무언 가이다(I'm something)"라고 생각하는 것은 버려야 할 과거의 '자신'이다.

중년을 벗어나 노년을 향하며 온몸으로 깨닫는 인생의 덧없음, 나는 별거 아닌 존재였다는 겸허한 인정, 이런 것들이 삶을 재정비하게 만든다. 안정, 성공 변화, 혁신 등을 향해 질주하던 인생에서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가족이나 친구 관계. 일상, 종교 같은 것들의 의미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생계를 위한 노동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이라는 전제를 달면, '죽을 때까지' 일하는 것이야 말로 요즘 세상에서 가장 큰 축복이 아닌가 싶다. 이는 곧 건강과 재미와 보람과 사회적 인정을 '죽을 때까지' 누린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퇴 없이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의사이거나 학자 아니면 농부들이다. 농부들의 경우, 젊었을 때 고단했던 노동이 나이 들어서는 활력의 요소가 된다는 게 의사나 학자의 삶과 다를 바 없다.

문제는 대개의 직장인들이 은퇴 이후에 자신이 하던 일을 계속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 은퇴 후 새로운 도전을 하여야 한다. 고령화 시대로 이제는 은퇴 후 '인생 이모작'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이를 위해, 나는 데이비드 브룩스의 『두 번째 산』을 꼼꼼하게 읽고 있다. 일생을 첫 번째 산에서만 머무르는 삶은 성공한 커리어라는 결실을 얻을 수 있게 하지만 대신 그 명함 너머의 진정한 나를 잃어버리는 대가를 치르게 한다. 그러기 전에 우리는 두 번째 산으로 여정을 떠나야 한다.

노화전문가들은 은퇴 이후의 활기찬 삶을 영위하기 위해 책을 읽고 여행을 하는 것도 좋지만 제일 좋은 것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우리가 나이 들면서 가장 두려워 하는 것, 즉 지력(知力)이 떨어지고 마침내 치매라는 공포의 최전방에 다다르지 않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롭고 복잡한 일에 도전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주의 사항은, 젊을 때처럼, 도전에 성공하면 큰돈을 벌겠지, 존경받겠지 하는 기대는 접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필요한 것은 겸손과 의지와 희망을 놓지 않고 도전을 하면서, 나름의 충만한 삶을 누리는 것이다.  그러는 여정 속에서 더욱 깊어지고 넓어진 나를 발견할 때 삶은 기쁨으로 채워져 있는 충만함 그 자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