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6.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미세먼지에 봄을 빼앗겼다가, 어젠 파란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구름들을 되찾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깜짝 추위가 찾아 왔다. 우린 이걸 "꽃샘추위"라 한다. 이른 봄철의 날씨가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듯 일시적으로 갑자기 춥다고 해서 하는 말이다.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오던 봄 돌아가나. 네가 아무리 추워 봐라. 옷 사 입나. 술 사 먹지." 언젠가 허름한 술집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 나는 아침이다. 혼자 피~싯 웃었다.
어제는 "<화엄경> 함께 읽기" 모임에서 남을 성나게 하고 괴롭히는 나쁜 말이라는 뜻의 "악구(惡口)"라는 말을 만났다. 요즈음 우리 정치인들이 말을 함부로 하여, 봄이 오던 것이 멈춘 게 아닐까? 우린 보살(=군자=선비=신사)이 지녀야 할 10가지 마음에 대한 부분을 읽었다. 불교에서는 이를 "10선"이라고 말한다. 그 반대가 "10악"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일상에서 "10선"을 실천하려 하기 보다는 "10악"을 경계하려는 것이 더 실천적이라고 본다. "10악"을 나열해 본다 (1) 살아 있는 것을 죽이는 살생 안 하기 (2) 다른 이의 물건을 훔치는 도둑질 안 하기 (3) 도덕을 문란케 하는 간음 안 하기. 이 네 가지는 몸의 문제이다. 다음 10 개중 4개가 입 조심하는 것이다. (4)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하는 거짓말 안 하기 (5) 실없고 헛된 말을 하는 헛소리 안 하기 (6) 타인에게 욕하거나 멸시 하지 않기 (7) 이간질 안 하기. 그리고 나머지 3개는 생각 차원의 문제이다. (8) 욕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탐욕부리지 않기 (9) 노여움이나 증오나 혐오에 빠지지 않기, 다시 말하면 아무 때나 버럭 화를 내지 않기 (10) 올바른 견해를 갖지 못하는 미련스러움이나 어리석음을 버리기. 우리는 끝의 3가지를 "탐진치"라고 말한다.
꽃샘 추위로 아침 운동을 나가지 않고, 이런 생각을 하다가 "10악"을 저지르는 사람의 모습을 그려 보았다. "10악"을 가까이하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기 어렵지만, 혹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해도 단명하고, 잦은 질병이 있고, 가난하여 궁핍하고, 돈이나 재물이 있되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아내가 정조를 지키지 않고, 자식들이 순종하지 않고, 남에게 속고, 남으로부터 욕을 듣고, 다툼이 많고, 남이 나를 믿지 않고, 욕심이 많아 만족할 줄 모르고, 따돌림 받고, 시비가 잦고, 아첨하기를 좋아한다. 뜨금하다.
추우면, 술 사 먹지 말고, 옷 사 입는다고 이젠 말할 거다. 말이 씨가 된다. "꽃샘추위"라는 말도 없애자.
꽃샘추위/김옥진
인사를 빠뜨려서
되돌아 왔나
아랫목 이불 속이
그리워졌나
3일만 묵겠다고
아양을 떤다
어차피 한 번은
떠나야 하는 걸
갔다가 나중에
다시 오면 되는 걸
미적미적 하다가
막차 놓칠라
#인문운동가박한표 #대전문화연대 #꽃샘추위 #사진하나시하나 #와인바뱅샾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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