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14일
인문운동가 박한표의 사진, 글 그리고 시
어제는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가슴이 녹았는지, 복합와인문화공간 <뱅샾62>에 단골들이 여럿 왔다. 덩달아 나도 '주님'과 함께 즐거운 저녁을 보냈다. 내가 늘 걷기 운동하는 동네 초등학교에 학생들은 없는데, 목련은 참지 못하고 먼저 꽃을 피웠다. 오늘 아침 사진처럼 조심스럽게. 오늘 아침 공유하는 헬렌 켈러의 말처럼, "행복의 한 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 이번 주말은 봄 꽃들을 만나러 들로 나갈 생각이다.
역량과 인성이 다 좋은 사람은 어디를 가든 환영 받는다. 그들의 모습은 이렇다. 공부도 잘하고 실력도 뛰어나지만 겸손하고, 또한 진지하지만 유머가 있으며, 공부하거나 일할 때 공부하거나 일하고, 놀 땐 확실하게 놀며, 개인플레이와 팀 플레이에 모두 강하다.『발가벗은 힘』을 쓴 이재형의 모습 같다.
그는 책을 쓰면서 다음과 같은 삶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을 했다.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질문의 수준이 그 사람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사실 질문하기 쉽지 않다. 질문을 문장으로 만들어 봐야 한다.
- 나의 남은 삶을 어떻게 살고 싶은가?
- 나는 세상에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
- 나에게 성공한 삶이란 어떤 것인가?
- 내가 잘 하는 게 무언가? 좋아하는 건 무언가?
- 내 역량을 제2의 인생 직업과 어떻게 연계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동안 성장하게 된다. 배철현 교수한테 배운 것이다. 질문(質問)이란 '내가 오늘이라는 숙명적인 과정의 문을 통과하기 위해 내가 반드시 지녀야 하는 가치'란 뜻이다. 그것이 본질이다. 본질은 남들도 다 확인할 수 있는 양이 아니다. 내가 나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 원칙이자 바탕이다. 본질은 보이지 않는 나만의 내공이다. 보통 사람들은 수량에 환호하지만 자신만의 전설을 찾아 나선 인간은 본질을 다듬는데 하루를 사용한다. 질(質)이란 한자어를 풀면, 두 손에 도끼날과 같은 정교한 정과 망치를 들고 자신만의 패물을 만드는 일이다.
질문이라는 것이 그렇다. 질문이 없으면 답도 없고, 질문이 잘못되어도 답이 없다. 그런데 잘 보이지 않던 답도 질문을 바꾸면 길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같은 듯 보이는 문제도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에 따라 다른 답에 이른다. 흥미롭다. 그런데 어떤 질문을 할까? 제임스 라이언이라는 하버드 교육대학원장이 몇 년 전에 "다음의 다섯가지 질문을 습관화한다면 더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했다. 잊을 만한 하면 기억해 둘만 한 가치가 있다.
- 잠깐, 뭐라고?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자신이 이해한 것으로 다시 묻는다.
- 궁금한데요? 늘 호기심을 갖는 질문이다.
- 적어도 이렇게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타협을 차는 방법이다.
-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누군가 도와 상장하게 하려는 마음이다.
- 진짜 중요한 게 뭐 지? 본질을 묻는 질문이다.
그러나 세상에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것은 나에 대해 질문하고 나란 누구인가를 묻는 일이다. 새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자기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의 모습을 냉철하게 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그는 '위대한 개인'이다. 한근태는 자신의 책, 『고수의 질문법』에서 다음과 같은 "자신을 들여 보는 질문"들을 나열하고 있다. 공유한다. 왜냐하면 실제로 자신에 무엇을 물어볼 지 우리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 나는 나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 지금 내 모습이 정말 내가 원하던 모습인가?
- 주변 사람들로부터 내가 듣는 말은 무엇인가?
- 주변에 쓴 소리하는 사람은 있는가? 있다는 어떤 내용인가?
-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그 단점을 고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은 무엇인가?
- 내가 원하는 미래의 모습은 무엇인가?
-만약 스스로 변하고 싶다면 어떻게 변화시키고 싶은가?
이재형 작가는 "시간이 흐른다고 미래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타고난 낙관주의자라고 한다. 나도 '거의 근거 없는 낙관주의자(optimist)'이다. 낙관주의자는 인생의 긍정적인 면을 보기 때문에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마틴 셀리그만의 『학습된 낙관주의』에 의하면, 20세기 심리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고통을 덜 수 있을까'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을 뿐, '인생에서 가장 좋은 것을 어떻게 찾을 것이며, 그에 따라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반성하고 나온 것이 '긍정 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이다.
그러니까 심리학의 역사는 ‘모든 문제의 원인은 너 자신’이라는 명제에서 출발했다. 드러난 심리적 문제가 명확하지 않을 때는 무의식까지 들춰내며, ‘네가 모르는 뭔 가가 있어’라며 협박해 왔다. 온갖 종류의 심리학적 상담, 심리치료는 바로 이 인간의 ‘결함모형’에 기초하고 있었다. ‘콤플렉스’, ‘우울’, ‘불안’ 등과 같은 심리학적 개념의 철학적 전제는 ‘부정적 인간관’에서 나왔다. 최근 ‘결함모형’에 기초한 심리학에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긍정심리학’이다. 이제까지 인간의 약점과 부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 연구해왔던 심리학의 접근방식에 대한 반성이다. 인간의 약점을 고치기보다는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자꾸 키워 나가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최근 뇌과학에 따르면, 마음이 움직이는 뇌의 활동을 보면, 우리의 일상적 삶이 달라진다고 한다.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사랑하려는 마음을 먹으면, 뇌가 그렇게 반응하며 그 부분의 뇌가 활성화되어 관성 화된 삶을, 다른 일상으로 습관화 시킬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긍정심리학은 '인간은 행복과 성장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전제 하에 낙관주의에 보다 더 관심을 보인다. 이재형 작가는 가급적이면 낙관주의자라도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무장하자'고 한다. 그러면서 피터 틸과 블레이그 매스터스가 공동 집필한 『제로 투 원』에서 말하고 있는 낙관주의와 비관주의의 구분을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했음을 소개하고 있다.
- 불명확한 낙관주의자: 미래가 현재보다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정확히 어떻게 저 좋아질지는 모르기 때문에 그 어떤 구체적인 계획도 세우지 않는다.
- 명확한 낙관주의자: 자신이 미래를 계획하고 더 나은 미래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 불명확한 비관주의자: 미래가 암울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며, 미래를 위해 아무 준비도 하지 않는다.
- 명확한 비관주의자: 미래는 예측할 수 있다고 믿지만, 그 미래가 암울할 것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나는 이 네 가지 유형 중에 어디에 해당하는가? 나는 명확한 낙관주의자에 속한다. 그러나 이재형 작가는 낙관과 비관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현재를 즐기면서 동시에 미래를 준비한다면 멋지게 '워라벨(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실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는 삶을 '균형(balance)'이라기 보다는 '균형 찾기(balancing)'이라 생각한다. 완벽한 대칭은 죽음이고, 생명은 대칭이 깨어지면서 태어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생명은 대칭이 깨어지면서 태어나지만, 다시 대칭을 향해 노력하며 나아간다. 그러니까 생명은 대칭을 깨고 유지하려는 몸부림이 아닐까? 대칭으로 명사이면 죽는 것이고, 대칭을 위해 흔들리는 동사이면 살아있음이다. 영어로 하면 동명사인 밸런싱(balancing)은 생명이고, 명사인 밸런스(Balance)는 대칭으로 죽음이라고 보는 것이 내 생각이다.
행복의 문/헬렌 켈러
행복의 한 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그러나 흔히 우리는 닫혀진 문을 오랫동안 보기 때문에
우리를 위해 열려 있는 문을 보지 못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는다.
단지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유성마을대학 #사진하나_시하나 #헬렌_켈러 #복합와인문화공간_뱅샾62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아하는 시 (0) | 2021.03.15 |
---|---|
좌정(坐定)이 거룩이다. (0) | 2021.03.14 |
"악구(惡口)" (0) | 2021.03.14 |
진실은 알지만 기다리고 있을 때다. (0) | 2021.03.14 |
봄 바람난 년들 (0) | 2021.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