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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봄 바람난 년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우버(Uber)의 최고 브랜드 책임자인 보조마 세인트 존(Bozoma Saint John)은 원하는 상대를 얻고 싶다면, 그가 어떤 책을 읽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라고 한다. 만약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라면, 만나기를 포기하라고 한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과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주변에 현명한 사람들은 예외 없이 독서광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좋은 사람을 곁에 두고 싶다면 그의 독서 목록을 검토하는 일이 가장 우선이라는 보조마의 말에.

그의 말을 직접 들어 본다. "누군가와 함께 읽고, 함께 쓰고, 함께 산책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당신은 이미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을 발견한 것이다." 팀 페리스도 그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진실로 사람을 얻고 싶은가? 먼저 그 사람이 읽고 있는 책 제목을 메모하라." 이런 식으로 상대의 독서 이력을 살피는 건 취미의 공유를 넘어서 가성비 만점인 '사람을 얻는 전략'이 되어준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언어는 우리의 사고를 규정한다. 특히 글이 '이성'이라고 불리는 인간의 능력을 키우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요즈음 이런 언어, 특히 글과 활자매체가 소외 받고 있다. TV의 등장과 함께 서서히 자리를 내주기 시작하더니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이제는 지난 2000년간 누려왔던 지식 소통 수단의 자리를 내주고 있다. 심각한 것은 일상에서 책을 읽는 모습이 사라졌다. 지하철 안에서도 독서하는 사람보단 스마트 폰에 더 집중한다. 최근의 한 통계에 의하면, 한국 남자 대학생이 하루 책을 읽는 시간이 42분인 반면, 인터넷을 이용하는 시간은 127분이라 한다. 한국인 10명 중 셋(33,2%)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책과 글자 대신 이미지와 동영상이 우선이다. 심각한 것은 나이가 어릴수록 글보다 시청각 이미지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요즈음 아이들은 무언가를 찾아볼 때, 네이버로 단어를 검색하기보다 유투브로 동영상을 찾는 데 익숙하다. 뭐 나도 유튜브를 많이 이용한다. 그러나 문제는 문자와 SNS에 길들여져 단문 중심으로 소통하고, 글이나 책은 읽기 어려워 한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대학생들조차도 신문기사 정도의 글을 읽는 것도 어렵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러다가, 미래의 인간은 깊이 있는 생각에서 점점 멀어지고, 추론과 논리 능력도 퇴보할 가능성이 크다. 인간의 지적 능력이 점점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를 씻지 못할 것이다. 시대가 변해 우리가 쓰는 소통의 도구가 이미지와 동영상이 주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노릇이지만, 문자의 역할이 사라지는 건 걱정이다. "내가 아는 세상의 한계는 곧 내가 갖고 있는 언어의 한계"라고 비트겐슈타인은 말했다. 언어가 끝나는 순간 우리의 생각도 멈춰버릴까 걱정이다.

어제부터 구글의 블로그를 개설하여, 그동안의 글을 다 한 곳에 모으는 중이다. 주소는 https://pakhanpyo.blogspot.com/이다. 시간 나실 때 마다 방문하시어, 글과 시를 읽으시면 우리들의 어휘가 풍부해지고 언어를 통한 추론과 논리 능력이 성장하실 것이다. 이게 인문운동가의 역할이라고 나는 믿는다. 2018년 6월부터 현재까지의 시와 사진 그리고 글을 업로드할 생각이다. 그리고 이젠 댓글과 함께 생각도 나누려 한다. 광고의 글은 들어 오지 못하게 할 것이다.

특히 시를 큰 소리로 낭독하시면, 목소리도 안 늙고, 정서의 폭과 깊이가 생길 것이다. 언젠가 공유했던 글을 다시 정리해 본다. 시를 읽으면 다음과 같은 네 가지가 좋다.
(1) 시를 읽으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발견한다. 특히 내 영혼의 떨림을. 나는 이런 단어에 끌리는 구나, 이런 소재에 반응하는구나, 이런 문장에 마음을 내어주는 구나, 몸의 반응을 느낀다.
(2) 시를 읽으면, 내가 시적화자가 되어,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이 배양되기도 한다. 어떤 시는 잘 모르는데, 시를 읽는 순간 내 몸을 파고 든다. '파고든다'는 것은 나도 모르게 시적 상황에 깊이 스며든다는 것이다.
(3) 시를 읽으면, 일상의 새로운 면, 일상에서 자기가 쓰고 있는 언어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다. 시를 읽으면, 질문을 발견할 수 있다. 인문정신의 핵심은 질문하기이다. 질문 그거 싶지 않다.
(4) 시를 읽으면, 나의 발견, 타인의 발견, 일상과 언어의 발견 그리고 다르게 보기의 발견이 된다. 그 발견은 단숨에 사그라지지 않고, 질문으로 이어진다.

오늘 아침 사진처럼, 동네 옷가게 진열장에는 봄이 왔는데, 코로나19로 우리 일상은 아직 겨울이다. 거리에 사람이 없다. KF94 마스크만 돌아다닌다. 그래 오늘 아침은 봄에 관 한시를 공유한다. 이번 주말을 집에만 있지 않으리라.

봄 바람난 년들/권나현

보소!
자네도 들었는가?
기어이 아랫말 매화년이
바람이 났다네

고추당초 보다
매운 겨울살이를
잘 견딘다 싶더만
남녁에서 온
수상한 바람넘이
귓가에 속삭댕께
안 넘어갈 재주가 있당가?

아이고~
말도 마소!
어디 매화년 뿐이것소
봄에 피는 꽃년들은
모조리 궁딩이를
들썩 대는디

아랫말은
난리가 났당께요
키만 삐쩡큰 목련부터
대그빡 피도 안마른
제비꽃 년들 까정
난리도 아녀라

워매 워매 ~
쩌그
진달래 년 주딩이 좀보소?
삘겋게 루즈까정 칠했네
워째야 쓰까이~

참말로
수상한 시절이여
여그 저그 온 천지가
난리도 아니구만

그려 ~
워쩔수 없제
잡는다고 되것어
말린다고 되것어
암만 고것이
자연의 순리라고 안혀라

보소
시방 이라고
있을때가 아니랑게
바람난 꽃년들
밴질밴질 한
낮짝 이라도
귀경할라믄

우리도 싸게
나가 보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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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별 독서인구 [통계청], 윤석만의 인간혁명(중앙일보)에서 재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