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토요일에 소개하는 와인을 잘 읽으려면, 다음의 지도가 필요하다.
지난 주에 이어 계속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 와인을 소개하고 있다. 이 지역의 와인 주요 산지는 위의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북쪽에서부터 샤블리(Chablis), 꼬뜨 도르(Côte d'Or), 꼬뜨 샬로네즈(Côte Chalonnaise), 마꼬네(Mâconnais) 지역으로 이어진다. 지난 주에 우리는 꼬뜨 도르 중에서 북쪽의 꼬뜨 드 뉘이 지역을 살펴 보았다. 이번 주는 그 아래인 또뜨 드 본느를 살펴본다.
꼬트 드 본(Côte de Beaune) 지역은 길이가 25㎞인 완만한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역도 이회토나 석회석, 철분을 포함한 점토질의 석회암 등이 섞여 있어 변화가 매우 많은 토양이다. 재배 면적은 꼬뜨 드 뉘이의 2배가 되며, 생산량의 75%는 삐노 누아르로 만든 레드 와인이고 그 나머지가 샤르도네로 만드는 화이트와인이다. 특히 꼬뜨 드 뉘이는 드라이한 맛의 화이트와인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몽라쉐(Montrachet), 꼬르똥 샤를르마뉴(Corton-Charlemagne), 뫼르쏘(Meursault)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이트와인이 이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다. “따스뜨뱅의 기사단” 축제 둘째 날에는 이 지역의 본(Beaune)에서 새로운 와인의 경매가 열리고 셋째 날에는 뫼르쏘의 대 수확제가 열린다. 축제의 로고가 새겨진 와인 글라스를 사면 누구든지 와이너리에서 마시고 싶은 만큼 마실 수 있다. 꼬뜨 드 본 지역은 마을마다 특징 있는 다음과 같은 와인들을 만든다. 그 마을들을 소개한다.
⋅ 라두아 세리니(Ladoix-Serrigny): 이 마을에서 만드는 레드와인의 대부분은 옆 마을의 알록스 꼬르똥(Aloxe-Corton) 마을의 구역에 포함되어 취급된다. (진한 글씨는 마을 이름이고, 진하지 않은 이름은 밭 이름으로 부르고뉴 그랑 크뤼 와인이다.)
⋅ 알록스 코르통(Aloxe-Corton): 화이트와인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위대한 와인이라고 해서 이 지역을 소유하고 있었던 샤를르마뉴 대제의 이름을 딴 꼬르똥 샤를르마뉴가 유명하다. 레드 와인으로는 꼬르똥이 많이 알려져 있다.
- 꼬르똥(Corton) (레드)
- 꼬르똥 샤를르마뉴(Corton-Charlemagne) (화이트) 고형욱은 자신의 책에서 이 와인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처음에 샤를르마뉴가 마시던 것은 레드 와인이었다. 레드 와인을 마실 때마다 하얗게 센 수염에 와인이 흘러 수염이 빨갛게 되곤 했다. 이를 본 부인이 남편에게 붉은 수염이라는 난폭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레드 와인 대신 화이트와인을 마시면 어떻겠냐고 조심스레 권유했다. 그 권유를 받아들인 샤를르마뉴의 명령에 의해 레드 와인용 포도는 갈아엎고, 화이트용 포도가 비탈에 심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완성된 와인이 지금까지 부르고뉴 최고의 화이트와인 중 하나로 각광받는 꼬르똥 샤를르마뉴(Corton-Charlemagne)인 것이다. 'Corton'이라는 이름은 로마 황제였던 코르똥의 영지(Curtis d'Orthon)이라는 단어가 줄어서 된 것이라는 유래가 있다. (참고, 고형욱「와인 견문록」, PP.100∼101)
⋅ 뻬르낭 베르즐레스(Pernand-Vergelesse): 꼬르똥 샤를르마뉴의 밭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 사비니-레-본(Savigny-lès-Beaune): 특등 급 밭은 없다.
⋅ 쇼레 레 본(Chorey-lès-Beaune): 가벼운 타입의 레드 와인이 나온다.
⋅ 본(Beaune): 특등 급 밭은 없다. 대부분 네고시앙이 소유하고 있는 밭으로 지하에는 곳곳에 동굴을 만들어 다량의 와인을 저장하고 있다. 1등급 와인 밭으로 끌로 데 무슈(Clos-des-Mouches), 레 마르꼬네(les Marconnets), 페브(Fèves) 등이 유명하다.
⋅ 뽀마르(Pommard): 특등 급 밭은 없지만 탄닌이 강하고 숙성에 시간이 걸리는 와인도 만들고 있다.
⋅ 볼네이(Volnay): 특등 급 밭은 없다.
⋅ 뫼르소(Meursault): 특등 급 밭은 없지만 레 뻬리에르(les Perrières), 샤름(Charmes), 즈느브리에르(Genevrières) 등 부드러우면서도 드라인한 맛의 화이트와인을 만들고 있다.
⋅ 쀨리니 몽라쉐(Puligny-Montrachet): 강하면서도 섬세한 맛을 지닌, 세계 최고의 드라이한 맛의 화이트와인을 만들어 내는 특등 급 밭이 있다.
- 몽라쉐(Montrachet) (화이트)
- 슈발리에-몽라쉐(Chevalier-Montrachet) (화이트)
- 바따르-몽라쉐(Bâtard-Montrachet) (화이트)
- 비앵브뉘-바따르-몽라쉐(Bienvenue-Bâtard-Montrachet) (화이트)
⋅ 샤샤뉴 몽라쉐(Chassagne Montrachet): 쀨리니 만큼 섬세한 맛은 없지만 향이 좋은 화이트와인과 힘 있는 레드와인을 생산한다. 특 등급 밭은 1개 있다.
- 크리오-바따르-몽라쉐(Criots-Bâtard-Montrachet) (화이트)
이 지역에서 레드 와인을 생산하는 그랑 크뤼는 알록스 코르통 마을에만 있다. 그리고 세계 최상급의 화이트와인을 생산하는 5개의 그랑 크뤼 급 포도밭은 몽라쉐(Montrachet), 바타르 몽라쉐(Batard-Montrachet), 슈발리에 몽라쉐(Chevalier Montrachet), 비엥브뉴-바타르 몽라쉐(Bienvenus-Batard-Montrachet), 크리오-바타르 몽라쉐(Criots-Batard-Montrachet)이다
이젠 오늘 소개되는 조셉 드루엥(Joseph Drouhin) 네고시앙에서 만든 뫼르쏘(Meursault) 지역 와인 읽기를 한다.
- 2016년 빈티지이다. 즉 2016년 에 포도를 수확하여, 양조를 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와인의 나이가 4살인 것이다.
- Joseph Drouhin: 와인을 양조하고 숙성시킨 후 유통까지 하는 와인 도매업자이다. 우리는 그걸 네고시앙이라 한다. 네고시앙의 양조기술에 따라 맛과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부르고뉴 와인을 고를 때는 이들의 명성이 중요하다. 한마디로 말하면, 부르고뉴 와인은 양조 자가 중요하다. 조셉 드루엥(Joseph Drouhin), 루이 라투르(Louis latour), 루이 자도(Louis Jadot), 페블레이(Faiveley), 부샤르 뻬르 에 피스(Bouchard Père & Fils) 조르쥐 뒤뵈프(George Duboeuf) 등이 품질 좋은 와인을 많이 생산하는 전통 있는 양조 회사들이다.
- MEURSAULT(뫼르쏘): 와인 이름이다. 이 와인의 포도 원산지 마을 이름이며, 동시에 와인 이름이기도 하다. 이 이름을 마음대로 쓸 수 없다. AOC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 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 AOC 등급 와인이란 말이다.
- 그 다음은 프랑스 본(Beaun)에 주소를 두고 있는 조셉 드루엥에서 병입했다는 말이다. 누가 병입을 했는가는 법적으로 라벨에 반드시 써야 한다.
- 13% vol. 750 ml: 법적 강제 사항으로 알코올 도수와 용량이 적힌다.
이 와인의 이름 <뫼르쏘>는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소설 주인공 이름이며, 또한 와인 이름이기도 하다.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까뮈(Albert Camus)의 『이방인』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어제, 잘 모르겠다." 그 주인공 뫼르쏘는 무엇을 하는 것과 무엇을 하지 않는 것 사이에 아무런 가치의 높낮이가 없다. 그의 마음 속에는 우선순위가 없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른 후, 그가 살인을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이유를 잘 알 수 없다. 살인에 대한 그 '이해할 수 없는 행동' 이야말로 우리가 인간이라는 존재를 받아들이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모든 것을 분석하고 해부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이야 말로 인간에 의해 인간을 향한 폭력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행동의 이유를 '너무' 알려고 한다. 그래서 뫼르쏘는 안간 힘을 써서 이 사회에 일부분으로 살아간다는 것, '이 세상'에 속하기 위해 때로는 온갖 상처를 감내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를 알고 있었다는 듯, 자발적으로 이 세상을 떠난다.
뫼르쏘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남자이다. 그래서 그는 이방인이다. 그는 죽음이 삶보다 더 나을 게 없다는 냉혹한 부조리의 시선 속에서 죽음을 자발적으로 택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아니라, 재판에서의 사형을 받아들인다. 그는 자신의 본성을 속이고 공동체에 억지로 편입되어 생존을 구걸하는 대신 누구에게도 이해 받지 못하지만 자신이 '온전한 나'일 수 있는 너무도 좁은 죽음의 길을 택했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자유와 해방을 꿈꾸며 속물적 삶의 안정감을 박차고 공동체의 울타리 바깥으로 뛰쳐나가야 한다면, 나는 고독한 뫼르쏘처럼 세상에 반항하겠다. 그러니까 뫼르쏘는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소설 주인공이며 와인 이름이기도 하다. 알베르 까뮈는 『이방인』을 쓰면서 이 와인을 자주 마시고 좋아해서 자신의 소설의 주인공을 이 와인 이름으로 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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