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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시선을 우리 사회로 돌려 본다.

코로나-19 이후로 생활 속 거리두기 1단계가 되자, 일상이 기지개를 켜면서 다소 나를 향한 걸음보다 세상에 관심을 두었다. 패거리에 끼지 못한 것인지, 안 낀 것인지 모르지만, 내 눈에는 패거리들의 내부가 상해 있고 와해가 임박해 보인다. 『데미안』의 마지막 장에서 데미안이 다시 나타나 패거리보다 진정한 연대를 강조한다. "진정한 연대는, 개개인들이 서로를 앎으로써 새롭게 생성될 것이고, 한동안 세계의 모습을 바꾸어 놓을 거야." 대신 패거리 짓기를 하는 것은 "자기 자신과 하나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한 거야. 그들은 한번도 자신을 안 적이 없기 때문에 불안한 거야"라고 이어 말한다.

시선을 우리 사회로 돌려 본다. 현재 우리 사회의 비극과 부조리는 근본적으로 부의 편중,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에서 기인한다. 이 불평등은 공공성을 상실한 극소수 기득권층의 사익을 돕는 수단으로 타락해버린 국가권력의 오용 내지 남용이라는 문제와 연관된다. 그런 적폐가 촛불집회 후 4년이 되어서야 정리가 된다. 어제 이명박에 대한 상고심에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났다.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곧 동부 구치소로 수감된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필요한 것이 '완전한' 민주 정치의 실현이다. 절차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인 일상에서의 민주주의가 실현되어야 한다. 다소 효율적이지 못하고, 시끄럽다 할지라도. 그리고 경제민주화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완전한 경제적 평등은 하나의 몽상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경제적 불평등이 극심할 경우, 사회 구성원 다수에게 '자유로운 삶'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꼭 알아야 한다.

나아가 불평등한 사회는 국가 폭력 없이는 하루도 유지될 수 없는 야만적인 사회로 전락하게 될 수 있다. 요즈음 일어나는 각종 사건 사고들을 보면 우리는 알 수 있다. 그 경제적 불평등의 결과는 부자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모두가 망한다는 것이다. 이를 피하려면, 공화주의를 강화해야 한다. 나는 공화주의야 말로 다수 시민의 자유로운 삶을 보장하는 유일한 체제이라고 본다. 그런데 공화정의 최대 방해 자는 부의 균형을 완강히 거부하는 부유층의 탐욕이다. 왜냐하면 부의 과도한 격차는 필연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의 격차를 가져오고, 그렇게 되면 귀족과 평민의 평등한 참정권을 전제로 하는 공화주의는 존속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기득권층의 공통점은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공익 내지 국익으로 끊임 없이 위장, 은폐하면서 상습적인 거짓말을 한다. 프랑스대혁명 이전 몽테스키외는 공화주의에서 시민은 "소박하게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녹색평론의 편집장이셨던 고 김종철의 주장도 마음에 와 닿는다. 그에 의하면, 공화주의자는 "고르게 가난하게 살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부의 완전한 균등화나 사유재산의 폐지를 원치 않는다. 문제는 지나친 격차, 그로 인한 권력의 독점과 공권력의 오용을 말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부자는 자신의 자본으로 일하지 않아도 더 쉽게 돈을 벌며, 가난한 자는 죽어라고 일해도 먹고 살기에 급급하다면 그 사회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직도 돈이 있으면 무죄이고, 돈이 없으면 유죄인 사법 제도의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 그러니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사법부가 독립되어야 한다.

해결책의 하나는 좀 과격하지만, 게르만 족의 공동체가 했던, 만약 부자가 위세를 부리면 "그냥 죽여버렸던" 것처럼 하는 것이다. 물론 정의를 위해 인간을 살해하는 것은 오늘의 상황에서 용인될 수 없다. 다만 평범한 시민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매우 단호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 단호함은 직업 정치인이나 기득권층의 말을 들을 것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응답하는 정권이 가졌으면 하는 것이다.

나는 다음과 같은 세상을 꿈꾼다.
- 과욕에서 소욕지족으로,
- 경쟁과 대립에서 협동과 상생으로,
- 획일과 차별에서 평등과 개성으로,
- 목표와 욕망에서 의미와 나눔으로
- 그리고 동상이몽이 아닌 동몽이상의 화엄세계를 꿈꾼다.

"너희는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사랑하면, 그것이 너희에게 무슨 장한 일이 되겠느냐? 죄인들도 자기네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너희는 너희 원수를 사랑하라." 누가 복음 제 6장 31절을 외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