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젠 바빠 시를 공유하지 못했지요. 지난 화요일 밤에는 함께 모여 네루다와 정현종 시인의 시들을 읽었어요.
시를 읽을 때, 우리는 자기 스스로를 발견합니다. 특히 영혼의 떨림을. "이런 단어에 끌리는 구나!", "이런 소재에 반응하는구나!", "이런 문장에 마음을 내어주는 구나!"하면서, 우리의 몸의 반응을 느낍니다.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는 늘 저 단어가 있었으며, 저 단어가 내 인생에서 단단한 매듭을 만들어 주었다." 이런 식일 겁니다.
그리고 시를 읽으면, 우리가 시적화자가 되어,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이 늘어납니다. 어떤 시는 잘 모르는데, 시를 읽는 순간 내 몸을 파고 든다. '파고든다'는 것은 나도 모르게 시적 상황에 깊이 스며든다는 것입니다.
그 다음, 시를 읽으면, 일상의 새로운 면, 일상에서 자기가 쓰고 있는 언어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떤 시를 만나면 가슴에 빗금이 그어집니다. 시 뿐인가요? 사람을 만나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질문의 책>/ 파블로 네루다(정현종 역)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그는 알까
그리고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왜 우리는 다만 헤어지기 위해 자라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썼을까?
내 어린 시절이 죽었을 때
왜 우리는 둘 다 죽지않았을까?
만일 내 영혼이 떨어져 나간다면
왜 내 해골은 나를 쫓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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