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3. 인문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10월 7일)

오늘 아침도 조던 B.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12 rules for life)>> 중 다섯 번째인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말라"는 훈육(訓育) 이야기를 공유한다.
훈육이 필요하다는 거다. 피터슨이 말하는 훈육의 원칙은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이다.
(1) 중요하게 생각하는 최소한 규칙만 남겨라.
(2) 그 규칙을 적용할 때 최소한 힘만 사용하라
(3) 부모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4) 부모는 자신들도 냉정하고 교만하고 원망하고 분노하고 기만하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5) 부모에게 현실 세계의 대리인의 행동할 의무가 있다.
인간은 어리석고 쉽게 상처 입는 존재라서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그리고 인간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존재이다. 죽음을 반기는 사람은 없다. 죽음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나쁘다. 그러나 이런 부정적인 감정은 불쾌한 기분을 자극함으로써 우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손해를 보면 감정이 상하고 창피하고 화가 난다. 그래서 손해를 피하려고 애쓰고 손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사실 고통이 즐거움보다, 불안이 희망보다 우리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그 사실을 간과한다. 고통은 그것을 일으키는 행동, 예를 들어 개인적인 피해와 사회적 소외로 이어지는 행동을 하지 않게 만들고, 불안은 마음을 상하게 하는 사람이나 불쾌한 장소를 피하게 한다. 그래서 애초에 고통이 생길 만한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만족은 우리 행위가 적절했다는 걸 말해 주고, 희망은 바람직한 것이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건 긍정적인 감정이다.
그러니까 부정적인 감정과 긍정적인 감정은 서로 균형을 이루어야 하고, 상황 변화와 맥락에 따라 적절하게 판단해야 한다. 삶의 활력을 잃지 않고,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려면 이런 감정이 모두 필요하다. 그래서 아이들의 훈육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보상은 바람직한 행위를 강화하는 수단이고, 위협과 처벌은 나쁜 행위를 중단시키는 수단이다. 아이를 두려움과 고통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오히려 배워야 할 것을 잘 배울 수 있도록 아이의 학습 능력을 길러 주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
우리는 아이의 주변 세계에 있는 부정적인 것을 완전히 제거하려 하지만 완벽하게 보호하지 못한다. 오히려 과잉 보호 때문에 더 위험한 상황에 놓인다. 예를 들어 아이가 너무 순진하고 미숙하며 유약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이들은 부정적인 감정에 대처하는 법을 배울 기회를 잃으면 성인이 되지 못하고 미성숙 상태로 남게 된다. 함께 어울려 사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훈육 책임을 등한시하는 부모들은 올바른 양육에 필요한 갈등을 피하고 싶어 한다. 잠깐 악당이 되기 싫어서 자녀를 영원한 고통의 구덩이로 밀어 넣는다. 사회는 어떤 부모보다 비판적이고 매정하기 때문이다. 사랑을 핑계로 훈육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비겁한 직무 유기이다.
모든 아이는 시민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다고 사회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많은 연구들에 의하면,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올바로 행동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친구를 사귀는 데 평생 어려움을 겪는다. 왜냐하면 다섯 살 이후의 사회화는 또래 집단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개인의 정신 건강은 공동체에 얼마나 순조롭게 진입했는가에 큰 영향을 받는다. 부모는 자녀의 사회화를 도 와야 한다.
지금부터는 훈육의 규칙들을 구체화 한다. 첫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최소한 규칙만 남기라는 거다. 규칙은 되도록 적을수록 좋고 단순할수록 효율적이다. 규칙이 너무 많으면 나쁜 규칙들 때문에 좋은 규칙을 준수하려는 마음마저 사라지고, 규칙이 많으면 아이나 훈육하는 사람 모두 쉽게 지치고 불만이 많아 지기 때문이다.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 라는 말이 있다. 가장 단순한 가정이 진실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다. 나는 이 견해를 좋아한다. 무엇인가를 설명할 때 꼭 필요한 것 이상을 가정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아무리 복잡한 문제라도 답은 언제나 간단한 법이다. 복잡한 생각을 걷어내야 비로소 길이 보인다. 하수는 단순한 것도 복잡하게 만들지만, 고수는 복잡한 것도 단순하게 푼다. 고수가 되고 싶다면 생각의 군살을 베어 내라는 거다. 생각을 도려내는 그게 '오컴의 면도날', 또는 '오컴의 칼'이란 거다. 이 칼은 잡초처럼 무성한 생각들을 쳐내어 실체를 또렷이 드러나게 해준다는 것이다. '사고(思考) 절약의 원리' 라고도 불린다. 중세 영국의 신학자인 윌리엄 오컴이 제시한 이 논리는, 어떤 일을 설명할 때 복잡한 것 보다는 간단한 것이 정답에 가깝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나의 현상에 두 개의 설명이 있다면, 긴 것보다는 짧은 것이 정답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생각이 깊을수록 말은 단순해 진다고 한다. 높고 깊은 경지에 이른 고수들의 말은 쉽고 간결하다. 복잡한 생각들을 걷어내고 단순하게 현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현상은 복잡해도 법칙은 단순하다. 선택은 포기의 다른 이름이라고 한다. "버려라, 그러면 이긴다." 생각이 복잡하면 인생 길도 복잡하다. 쳐내면 쉽고, 버리면 가볍다! 이론으로는 이해가 되는데, 실제 삶에서 실천은 힘겹다.
가을이 깊어 간다. 가을이 깊어지면, 나는 늘 다짐하는 것이 있다. 나무의 지혜 말이다. 이 때 나무들은 겨울 준비를 할 것이다. 단풍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나무들은 나뭇잎을 떨군다. 나무의 겨울나기는 먹을 것을 극한까지 비축해 견디는 동물의 그것과 정반대로 이루어진다. 즉 축적은 나무의 생존 방식이 아닌 것이다. 나무는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비우고 버리는 것으로 혹독한 겨울 준비를 마친다. 비우고 덜어내는 건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으로 자신을 온건히 지키는 나무의 지혜를 통해 나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본다. 그런 의미에서 오세영 시인의 <10월>을 공유한다.
10월/오세영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다시 조던 B.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12 rules for life)>> 중 다섯 번째인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말라"는 훈육(訓育) 이야기로 돌아온다. 가장 중요한 최소한의 규칙만 남겨라. 그리고 규칙을 어겼을 때 어떻게 할지를 생각해 보라.
영국에는 다른 나라와 달리 문서로 만들어진 헌법이 없다. 그 영국 관습법은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지만,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실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꼭 필요한 조치를 취하며, 가장 최소한의 힘만 사용한다. 물론 잘 만들어진 실천 원칙은 복잡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도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해 준다. 그것이 바로 필수적인 최소한 힘을 사용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이다. 그러니까 중요한 훈육 원칙은 다음과 같이 두 개이다. (1) 중요한 최소한의 규칙만 남겨라. (2) 그 규칙을 적용할 때 최소한의 힘만 사용하라.
너무도 당연하지만, 한 번 참고할 만한 규칙 몇 가지를 나열해 본다.
• 자기방어가 아닌 경우에는 물어뜯거나 때리거나 발로 차지 않는다.
•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지 말고 위협하지 않는다.
• 음식을 먹을 때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예절 바르게 먹는다. 그래야 즐거운 마음으로 너를 식사에 초대할 것이다.
• 친구들과 나누고 공유하는 법을 배운다. 그래야 다른 아이들이 자신과 함께 놀려고 할 것이다.
• 어른이 말할 때는 귀담아듣는다. 그래야 어른이 자신을 싫어하지 않고, 자신에게 뭔가를 가르쳐 주려 할 것이다.
• 잘 시간이 되면 조용히 잠자리에 든다. 그래야 부모가 자신을 귀찮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 가족과 친척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그들과 함께 함으로써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함께 즐거워 한다. 그래야 재미있는 일에 초대받을 수 있다.
• 너와 함께하면 누구나 즐거워하도록 행동한다. 그래야 모두 너와 함께하고 싶어한다.
뻔한 것들이지만, 필수적이고 중요한 규칙들이다. 이런 규칙들을 알고 실천하는 아이는 어디에서나 환영 받을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최소한의 필요한 힘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최소한 간섭부터 시작해 이런저런 실험을 통해 직접 답을 구해가야 한다. 부모가 자녀를 원칙대로 세심하게 가르치기만 한다면, 올바른 훈육을 위해서는 보상과 처벌을 제대로 알고 실행해야 한다. 특히 체벌을 망설이거나 피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처벌하면 폭력적인 체벌만을 떠올리지만, 그 외에도 여러 형태의 심리적, 신체적 제재 수단이 있다. 인간은 자유를 박탈당하면 신체적 고통과 비슷한 정도의 고통을 느낀다. 사회적으로 격리시키는 '타임아웃' 처벌도 비슷한 고통을 준다. 예를 들어 생각하는 의자, 생각의 방 같은 거 말이다. 여러 연구 결과에 의하면, 체벌, 자유 박탈, 사회적 거리 같은 처벌에 뇌는 똑같은 영역에서 반응을 보이고, 같은 종류의 약물로 완화된다고 한다. 이런 체벌 이야기는 내일 다시 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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