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젠 딸과 구절초를 만나러 갔었다. 매우 이례적인 가을 태풍이 지난, 오후의 하늘은 좀 낯설었다. 사람들은 구절초와 쑥부쟁이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그 절이 없었는데, 이젠 큰 절이 되어, 엄청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구철초를 잔뜩 심어, 그것이 볼 거리가 되었다. 이 동네를 우린 어린시절에 '소잠'이라 했는데, 지금은 세종시와 연결되며, 하나의 가을 관광지가 되었다.
그러나 뭔가 어설펐다. 왜 좁은 진입로에서 그렇고 그런 것들을 좌판으로 팔아야 하나? 뜨거운 대낮에 공연을 하고, 관객의 자리에는 천막을 치지 못했나? 왜 가을의 고운 햇빛을 즐길 고즈넉한 공간이 없는가? 공짜로 주는 국수를 서서 먹게 하여야 하는가? 그래도 난 좀 즐기려고 했는데, 딸이 그냥 가자고 해, 바로 돌아왔다. 딸이 할머니 같다.
무식한 놈/안도현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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