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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10월/오세영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10월은 벌써 일주일이 지났는데, 가을 냄새는 안 나고, 기온만 좀 더 내려갔다. 그리고 원치 않는 비만 내린다. 게다가 무서운 태풍이 또 올지도 모른다고 한다. 진짜인지 모르지만, 딸에 의하면, 저 먼 남쪽 바다는 아직 여름이라고 한다. 원래 우리보다 계절이 하나씩 늦는다고 한다. 우리가 겨울이면, 거기는 가을이고, 우리가 봄이면 거기는 겨울이라고 한다.

모처럼 어젠 일정이 없어서, 하루 종일 가을 빗소리를 들으며, 덴마크 출신이지만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말레네 뤼달의 두 번째 책, 『나도 행복해 질 수 있을까』를 읽었다. 그래 이 번 한주는 5일 동안 나누어 '행복'이야기를 해볼 생각이다.

원래 이 책 이름은 프랑스어로 『Le bonheur sans illusions』이다. 이를 말 그대로 번역하면, 『헛된 기대 없는 행복』이다. 한국어 번역판 표지에는 이런 말도 쓰여 있다.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는 중심 찾기". 그러니까 행복을 찾으려면,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는 자기 중심 찾기'가 중요하다는 말 같다. 이 저자를 알게 된 것은 『덴마크 사람들 처럼』에서 였다. 그녀는 프랑스 파리에서 일하며 '행복의 신비'를 탐구하는 덴마크 출신의 작가이다.

이 책은 아름다움, 돈, 권력, 명성 그리고 섹스를 추구하는 것이 과연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한다. 답은 그런 것을 추구하는 것은 행복의 허상이라고 본다. 그것들로 계속 행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린 이것들을 다 가지면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착각한다. 세상이 우리에게 그렇게 생각을 주입했기 때문이다. 많은 드라마가 부유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등장해 돈, 권력, 섹스 이야기로 가득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행복의 화신일까?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부유하고, 아름답고, 유명하고, 영향력 있고, 품행이 자유분방한 사람들을 행복의 화신으로 언급한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부터 이렇게 말한다.
▪ 오늘날 14세부터 18세 사이 청소년의 50% 이상은 그저 유명해지는 것이 가장 큰 꿈이다.
▪ 프랑스인의 61%는 완전한 행복에 부족한 것은 돈이라고 확신하고, 미국인의 94%는 돈이 있어야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 권력에 대한 갈증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성공을 향한 고통스러운 길을 의미도 모른 채 달려가면서, 육체와 정신의 건강을 동시에 해친다.
▪ 아름다움에 관해서라면 실제로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2%에 불과하다. 그런데 성형외과 의사들은 매년 수천만 명의 환자에게 '리터치' 수술을 한다.
▪ 섹스는 흔히 행복의 주요 원천 중 하나로 꼽히지만 오늘날 60% 이상의 젊은이들은 감정과 섹스를 완전히 분리하는 포르노 사이트에서 섹스를 배운다.

앞으로 5일 동안 공유하게 될, 그녀가 말하는 행복 이야기는, 주관적 안녕감을 주며 평안한 마음의 토대를 굳게 다지게 함으로써, 우리에게 각자 인생이 선사한 행복한 시간을 한껏 누리고 동시에 힘겨운 시간에 맞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게다가 행복의 허상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삶을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살아가며 그 다양성을 한껏 음미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는 시간이 될 것이다.

얼마나 더 가지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아름다워지면, 부자가 되면, 지위가 높아지면, 유명해지면, 섹시하고 자유분방해지면 행복해질까? 그러나 행복은 늘 예상을 빗나간다.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행복의 역설이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이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공자는 잃기 전에, 다음의 네 가지를 적극적으로 버려야 한다고 했다.
▪ 이런 저런 '잡념' (의, 意)
▪ 반드시 이러해야 된다는 '기대' (필, 必)
▪ 묵은 것을 굳게 지키는 '고집' (고, 固)
▪ 자신만을 중시하는 '아집' (아, 我)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고 『화엄경』은 말한다.버려야 얻을 수 있고, 내려놓아야 들어올릴 수 있고 , 비워야 채울 수 있는 것이다. 가을이 그런 지혜를 배우는 계절이다.

10월/오세영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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