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12월 23일)
법륜 스님의 말처럼, 우리는 계엄 사태를 물에 빠진 김에 진주 줍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무속이나 역술에 유혹 당하지 말아야 한다. 역술이나 무속에서 하는 예언이나 점괘가 우연히 한 번 쯤은 맞을 수 있다. 손바닥에 '왕(王) 자'를 적고 다녔더니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철석같이 믿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맹신은 화를 부른다. 라스푸틴에게 국정을 좌지우지하도록 한 러시아의 니콜라이 2세, 무녀 '진령군'을 애지중지한 조선의 민비(명성황후), 점성술과 예언자들을 신뢰한 나머지 자신에게 불리한 예언을 피하려고 정적을 처단한 로마의 네로 황제 등은 결국 자신도 불행한 최후를 맞았고 나라도 망하게 됐다. 윤석열-김건희씨는 최소한 대통령 당선 뒤에는 역술 그리고 무속과 손을 끊었어야 했다. 하지만 더욱 그 세계에 함몰됐다. 결국 본인들은 처참하게 몰락했고, 대한민국은 극심한 위기에 빠졌다.
역술과 주술을 매개로 남편을 조종하며 각종 국정에 개입해온 김건희씨가 내란 과정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오늘 사진에서 본 것처럼, 노상원씨가 함께 동업해온 사람은 무당이다. 지금은 간판을 떼어 냈지만 인터넷 블로그 등에는 '아기보살'이라고 적힌 간판 사진이 남아 있다. 죽은 아이의 혼이 실린 무녀라는 이야기다. 무당이 치는 점은 '신점'이라고 한다. 신이 점을 쳐준다는 뜻이다. 때로는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 등을 묻지 않고 점을 치기도 한다. 노상원씨는 군에 있을 때부터 사주명리학 등을 공부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그 점집은 '역술'과 '무속'의 시너지 효과를 겨냥한 공동 운영체였던 셈이다.
비상계엄 선포는 윤석열-김건희씨 부부에게는 일생일대의 도박이었다. 도박에는 두려움과 기대가 공존한다. 앞날을 미리 내다보고 성공을 확신하고 싶어진다. "비상계엄을 일으키면 무조건 성공하게 돼 있다." 노상원씨는 분명히 그렇게 장담했을 것이다. 무당과 동업자인 그의 호언장담은 일종의 '역술-무속 공동 성공보증서'로 윤석열 부부에게 다가왔을 것이다. 게다가 노씨는 유사시 북한 지역에 투입돼 요인 암살과 폭파 임무 등을 수행하는 HID 요원들을 동원할 힘도 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비밀부대 요원들을 부추겨 '농간'을 벌일 수도 있었다. '예지력'과 '실행력'을 갖췄다고 생각되는 노씨가 내란의 기획자로 참여하면서 윤 부부의 확신과 기대는 더욱 커졌을 것이다. 혹시 그 점집에서 내란 성공을 기원하는 굿이라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윤석열-김건희씨 부부에게 '컨설팅'을 해왔다는 역술인과 무속인들의 행적을 보면 악행과 막말이 넘친다. 윤 손바닥에 '왕 자'를 적도록 조언했다고 알려진 건진법사는 살아있는 소가죽을 벗기는 엽기적인 굿판을 벌였다. 윤 부부의 멘토를 자처하는 천공은 이태원 참사를 두고 "좋은 기회"라면서 "우리 아이들은 희생을 해도 이래 큰 질량으로 희생을 해야지 세계가 우릴 돌아보게 돼 있다"는 막말을 해서 물의를 빚었다. 살아 있는 소가죽을 벗기고, 불의의 참사로 숨진 수많은 젊은 영혼들을 욕보이고 어찌 무사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사람들을 멘토로 모시고 무속 정치에 빠진 윤석열-김건희씨가 처참한 종착역에 다다른 것은 당연한 결과다.
무속의 유혹에서 벗어나려면, 질문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예를 들면, 뭐든지 ‘왜 그런가’ 생각을 많이 하는 거다. 그리고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는 놈이 바쁘기는 왜 바빠?” 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법륜 스님의 인터뷰에서 얻은 생각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불교에서는 화두(話頭)를 참구(參究ㆍ참선하며 진리를 탐구함)한다고 말한다. 과학에서는 탐구(探究)한다고 한다. 둘은 닮았다. 신앙은 믿음이다. 믿느냐, 안 믿느냐다. 그런데 수행은 찾는 거다. 내가 누군지, 내가 정말 무엇인지 찾는 거다.”
과학도 종교도 물음을 통해 답을 찾아간다. 삶에서 스스로 물음을 던지는 게 왜 중요한가? “우리는 내가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인생살이를 내가 선택하고, 내가 결정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건 착각이다. 가만히 보면 내가 살아가는 게 아니라, 주위 환경과 나의 습관에 의해 살려져 가고 있다. 그걸 카르마, 혹은 운명이라고 부른다. 습관과 무의식에 의해 살아가는 것, 그 자체의 힘에 의해 굴러가는 거다.”
그래 자각이 중요하다. 자각은 물음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자각은 인간의 특징이다. 생명 진화의 3 단계라는 것을 우리 동네에 살고 있는 박문호 박사의 강의를 유튜브로 듣고 배웠다. '감지-반응'은 박테리아 수준이고, '감각-운동'은 동물 수준이다. 여기서 운동의 속성은 '회피'와 '접근', 두 가지이다. '회피'의 양상은 '화 내기'로 나타난다. '화'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때 보이는 표출이다. 접근은 생존 본능을 위해 먹을 것에 접근하고, 그 다음은 종족 번식 본능을 위해 암컷에 접근한다. 마지막으로 '지각-행동'은 인간, 호모 사피엔스의 수준이다. 행동과 반응은 다르다. 동물들이 하는 것이 반응이고, 인간은 행동한다는 거다. 내 생각에 진짜 사랑, 참사랑은 반응이 아니라, 지각 후에 나오는 행동이라 이해를 했다. 자각하는 행동은 지각에서 나온다.
수동적으로 살려져 가는 게 아니라,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내가 살아가려면, “습관적으로 반응해선 안 된다. 무의식적으로 반응하지 마라. 예전에는 화가 나면 그냥 화를 냈다. 그걸 바꾸려면 어떡해야 할까? 화가 나는 걸 내가 알아차려야 한다. 그래야만 화를 낼 건지, 안 낼 건지 선택할 수가 있다. 삶을 자기가 결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게 바로 ‘자각’이다.”
법륜 스님은 예를 하나 들었다. “남이 ‘너 고집 그만 피워라’라고 하면 참는다. 그건 변하는 게 아니다. 잠시 멈추는 거다. 그런데 본인이 ‘아, 내가 참 고집이 세구나’하고 자각하면 달라진다. 그때는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자각의 출발점이 바로 ‘물음’이다. 부처님도 그랬다.” “부처님이 사춘기 때 성 밖으로 나갔다. 새가 벌레를 쪼아먹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사색에 잠겼다. 하나가 살기 위해서는 왜 하나가 죽어야 하나. 둘이 같이 사는 길은 없는가. 그런 물음과 사색, 그리고 자각. 그게 부처님 출가의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법륜 스님은 중생과 붓다의 차이를 흥미롭게 설명했다. “주위 환경이나 습관에 의해 살려져 가는 삶을, 내가 살아가는 삶으로 전환하면 좋지 않겠나. 습관과 무의식에 의해 살려져 가는 사람을 ‘중생’이라 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내가 주인이 되어 사는 사람을 ‘붓다’라고 한다.”
종교는 기복, 즉 복을 빌거나 죽어서 천국 가는 이야기만이 아니다. 종교는 인생이나 세상에 대한 탐구이어야 한다. 종교는 개인의 삶, 그 구체성에 뿌리를 두고 마음의 평화를 찾아가는 거다. 평화가 중요하다. 가톨릭 미사에서는 매 번 "평화를 빕니다"라고 외친다.
‘평화(平和)’를 글자 뜻 그대로 풀면 ‘수평적 조화’이다. 위 아래 격차가 없는 것이 ‘평(平)’이니 그와 반대되는 글자는 ‘차(差)’이다. 서로 어울리는 것이 ‘화(和)’이니, 그와 반대되는 글자는 ‘별(別)’이다. 문자의 뜻으로 보자면, ‘평화’의 반대말은 '전쟁'이 아니라 '차별'이다.평화는 '압도적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의와 사랑'으로 이루어진다. 예컨대, 하마스에 비해 '압도적 힘의 우위'를 가진 이스라엘이 '평화'를 이루지 못한 것도, 정의와 사랑을 버리고 '압도적 힘의 우위'에만 집착했기 때문이다. 전우용 교수한테 배운 거다.
여기서 정의는 내가 당해서 싫은 것을 다른 이에게 하지 않는 거고, 사랑은 내가 대접 받고 싶은 대로 다른 이를 대접하는 하는 일이다. 이 중에 대립 되는 것이 차별이다. 구분하지 않는 거다. 이때 마음에 평화가 이루어지고, 그 마음에서 말과 행동이 나오는 거다. 우리가 기념하는 성탄절은 아기 예수가 태어난 날이지만 예수가 이 땅에 오신 것은, "이 땅에는 평화, 나에게는 사랑"을 다시 회복하시키라는 메시지이다.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mas)는 이 날을 축하하자는 말이다. 메리(Merry)는 '즐거운'이라는 말이고, Christmas는 'Christ(그리스도, 예수)+mas(미사를 드린다)'이다. 그러니까 크리스마스는 "행복한 마음으로 주 예수에게 미사를 드린다"가 된다.
크리마스 정신은 이타적 나눔, 기쁨, 가족을 의미한다. 무엇을 받고자 하는 날이 아니라 친절한 마음, 헌신, 가진 것을 타인과 나누고, '능력 이상'으로 타인을 위해 베푸는 날이다. 그러면 우리는 가슴이 더 따뜻해 지고, 덜 외롭고, 삶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갖게 될 것이다.
오늘 오신 예수의 삶은 축하할만하지 않다. 그분의 삶은 정말 고단했다. 마구간에서 태어나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셨다. 예수는 우리의 사대 성인중에 한 분이시다. 그분이 가르쳐 주신 사랑에 대한 생각은 '황금률'이라고 우리가 부른다. 내가 대접받고 싶은 만큼 다른 이를 대접하라. 내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 그러니까 다른 이를 나라고 생각하고 환대하라. 그동안 이기적으로 나만 생각하고, 내 가족만 생각하며 살았다면, 오늘 나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지라는 날이다.
법륜 스님이 하는 <즉문즉설>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어쩌면 내가 <인문 일지>를 쓰는 이유 같기도 하다. 쓰다 보니 나 자신에게 질문하게 되는 거다. "“선(禪)적인 표현을 빌리면 태평양 바닷물을 다 먹어봐야 짠 줄 아느냐. 한 방울만 먹어봐도 짠 줄 알지. 나는 거울 역할을 할 뿐이다. 내가 뭘 알아서 답을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질문 자체에 모순을 갖고 있다. 나는 그 모순에 대해서 묻는다. 그러다 보면 질문자 스스로 자각하게 된다. 나는 답을 준 적이 없다. 상대가 거울에 비친 자기 고뇌를 보고 자각하는 거다. 제일 잘 됐을 때 대답이 이거다. ‘그거 별거 아니네요.’”
그는 현 시국을 잘 진단한다. "한 마디로 ‘불행 중 다행’이다. 불행은 21세기 대한민국에 계엄령 선포라니. 국가적으로 볼 때 창피한 일이다. 그런데 사람 하나 안 다치고, 6시간 만에 끝났다. 다행이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다른 나라는 삼일 천하는 가지 않나. 대한민국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거고, 동시에 민주주의가 단단하다는 말이다. 한국의 정치는 후진적이지만, 한국의 국민은 시위문화와 뒷정리 등에서 세계가 부러워할 선진적 모범을 보였다. 성숙했다는 이야기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지혜롭게 헤쳐가려면, “비상사태라서 계엄이 선포된 게 아니고, 계엄을 잘못 선포해서 비상사태가 됐다. 여야는 초당적으로 협력해 이 문제를 이른 시일에 해결해야 한다. 왜 이런 불행이 반복되는가. 결국 시스템 문제다. 이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나의 바람은 국가는 헌법, 법률, 명령, 조례에 의하여 운영되어야 한다는 거였다. 도사들의 자의적인 지시에 따라 헌법, 법률을 무시한 통치가 이루어지는 '무속 통치'를 걱정했다. 우리 사회가 '무속 통치' 국가가 되는 불행한 일은 영원히 발생하지 않기를 염원한다. 그래 오늘은 박순원 <가죽>을 공유한다. "사람의 가죽을 쓰고 태어났으면 가죽 값을 해야 한다."
가죽/박순원
이번에는 사람의 가죽이었다 태어나 보니 사람의 가죽을 쓰고 있었다 나는 한참을 울었다 더 낡은 가죽을 보면 인사를 하고 두 발로 서서 걷고 뛰기도 하였다 땅에 금을 그어 놓고 누가 빨리 뛰나 시합을 하기도 했다 누가 옷감을 짜서 옷을 지으면 그 옷을 입고 누가 닭을 길러 잡으면 그 닭을 먹고 누가 농사를 지으면 그 쌀과 배추를 먹었다 누가 담았는지도 모르는 술을 마시고 누가 집을 다 지어 놓으면 그제서야 들어가 살았다 단추를 누르면 낮처럼 환해졌고 봄처럼 따뜻해졌다 새로 태어난 가죽들에게 사람의 가죽을 쓰고 태어났으면 가죽 값을 해야 한다고 거듭거듭 얘기했다 고개를 갸우뚱하고 건들거리고 삐딱하게 앉아 있는 가죽들에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고달프게 이야기를 해 주고 돈을 받았다 그러는 동안 내 가죽은 늘어났고 늘어졌다 꺼끌꺼끌 잡티도 많고 군데군데 쭈그러들었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다 쓰고 반납할 때 개수만 맞으면 된다니까
다른 글들은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 네이버에서 '우리마을대학협동조합'를 치시면, 그 곳의 출판부에서 볼 수 있다. 아니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blog.naver.com/pakhan-pyo 또는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 #복합와인문화공간뱅샾62 #가죽 #박순원 #무속통치 #자각 #종교 #크리스마스 #게엄_선포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17% 이상은 신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1) | 2025.12.24 |
|---|---|
| 눈이 강에게 고마워 한다. (0) | 2025.12.24 |
| 나는 세상 모든 생명과 연결되어 보살핌을 받는 존재이다. (0) | 2025.12.23 |
| '심재'의 적합한 번역은 '마음을 굶기다'이다. (0) | 2025.12.23 |
| "오르막길 내리막길이냐는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짐이다." (1) | 2025.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