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사람들은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는 인공지능의 주인이 되는 능력, 즉 공감 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주부터 나는 몇 일간에 걸쳐서 인공지능의 주인이 되는 나를 만드는 법을 이진성 작가가 제시하고 있는 8가지를 살펴보고 있는 중이다. 오늘은 그 다섯 번째, "인간 고유의 능력을 일깨우는 무기, 철학 하라"는 주장을 정리해 본다. 참고로 이진성 작가가 말하는 그 방법은 다음과 같이 8 가지이다.
1. 디지털을 차단하라
2. 나만의 '평생유치원'을 설립하라
3. 노잉(knowing)을 버려라. 비잉(being)하고 두잉(doing) 하라
4. 생각의 전환, '디자인 씽킹(designe thinking)' 하라.
5. 인간 고유의 능력을 일깨우는 무기, 철학 하라
6. 바라보고, 나누고, 융합하라
7. 문화인류학적 여행을 경험하라
8. '나'에서 '너'로, '우리'를 보라
이진성 작가는 철학을 "인간 고유의 능력을 일깨우는 무기"라고 했다. 사실 철학이라는 말을 한국어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철학이라는 말의 프랑스어는 '필로소피(philosphie)'이다 필로(philo)가 '사랑하다'라는 뜻이고, 소피(sophie)가 지혜이다. 그러니까 '필로소피'란 ''지혜(智慧)를 사랑하다''라는 말이다. 지혜는 깨달음에서 나온다. 그리고 지혜는 무지를 없애는 일이다. 우리가 살면서, 진짜 황당하게 당하는 일은 모르고 하는 짓이다. 물론 알고 하는 나쁜 짓은 수치심을 느끼는데, 모르고 하는 나쁜 짓은 정말 답이 없다. 다시 말하면, 철학은 '지혜(또는 현명, 賢命-어질고 슬기로워 사리에 밝음)를 사랑하는 마음가짐'이다. 여기서 현명(賢明)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최선으로 변모 시키기 위한 지혜이다. 프랑스어는 la Sagesse(라 사제스)이다. 프랑스인들은 자기 아이들에게 '똑똑해져라"고 말하는 대신, 현명해라(Sois sage!, 스와 사쥐!)라고 자주 말한다. 스스로 판단하라는 말이다.
배철현 교수는 "현명은 상아탑에서 생산되는 고리타분하고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 삶의 한 복판, 권모술수가 난무하고 시기와 악의가 판을 치는 도시에서, 자신의 존재의미를 찾아, 그것을 삶의 최우선 순위로 수용하려는 똑똑함"이라고 했다. 현명한 자는 매순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즉흥적이며 자동적으로 행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모두 자신에게 어울리는 고유한 임무를 발견하여 오랜 기간 동안 최적의 결과를 내기 위해 인내의 수련을 거듭한 자들이다. 현명한 자는 말로만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삶에서 자신의 현명한 생각을 말과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그러 사람들의 말과 행동은 '시의적절(時宜適切, 그 당시의 사정이나 요구에 아주 알맞음)'하다.
필로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생각해 낸 4 가지 유형의 사랑들 중 하나이다.
- 스토르게: 가족 구성원들 간의 사랑
- 아가페: 신과의 사랑
- 에로스: 이성간 또는 동성간의 사랑
- 필리아: 친구 간의 우정
필로는 친구가 잘 되기를 바라는 착한 마음씨이다. 도시 안에서 다른 사람 들과의 관계를 맺고 살 수밖에 없는 인간이, 그 구성원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니까 철학은 난해한 이론이나 주장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짧은 인생에서 완수해야 할 고유한 임무를 발굴하는 현명이며, 그것을 온전히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매순간 옮기려는 수고이다. 지금부터는 철학을 인문학으로 바꾸어 본다. 인문학을 통해, 인문운동을 한다는 것은 '결심실행(決心實行)'이기 때문이다. 인문 운동의 목적은 말이 아니라 행위이다. 인문학 중에서, 철학은 우리 자신의 성격과 기질의 틀을 만들고 삶의 질서를 잡고 자신의 행위를 제어하는 삶의 기술이다. 인문운동가가 꿈꾸는 일이다. 철학은 자신의 사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찾아내, 그것을 실행하는 현명함이고, 그것을 자신의 습관과 인격이 되도록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가짐이다. 실제의 삶에서 철학은 자신이 하루동안 해야 할 일과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내버려두는 용기이고, 동시에 그 마음가짐을 인내를 가지고 실향하는 연습이다.
인문운동 속에서 철학을 하는 이유는 "그것이 세계를 이해라고 관리하기 위해 만든 고효율 장치"(최진석)이기 때문이다. 최교수는 이렇게 자주 말한다. "철학을 하지 않으면 도전하지 않는다. 그냥 도전보다는 누구 누구처럼 살려고 한다. 스스로 자신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남이 정해준 정답을 찾으려는 것에만 집착한다. 이런 사람은 야성(野性)이 부족하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타인의 이론에 노예가 되어 지켜야 할 것을 많이 만들고, 선악의 기준을 중요시한다. 그럼 철학을 한다는 것은 야성을 키우는 일이다. 마음 속의 야수를 키우는 것이다. 짐승처럼 덤비는 일이다.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를 여는 것"이라고 한다."
"인간 고유의 능력을 일깨우는 무기, 철학 하라"는 주장을 펴는 이진성 작가는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투자자인 빌 밀러의 말을 소개하고 있다. "가장 성공적인 투자는 투자가 철학적 탐구와 통찰을 통해 새롭게 변화하는 세상의 구조와 현실을 이해할 때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인공지능들을 비서같이 거느리면서 최고의 실적으로 올리며, 인공지능의 주인으로 사는 비결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철학을 들고 있다.
실리콘 밸리의 기업가들은 철학, 즉 인문학을 자신의 사업과 IT 기술에 직접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대학이라는 울타리에 갇힌 채 죽은 지식만 파고드는 철학자가 아니라, 지금 눈 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지식, 즉 기업 경 영, IT, 인공지능 등에 관해 탁월한 지식을 갖춘 철학자에게 경영 자문을 구한다. 인간 고유의 공감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도구, 그 어떤 인공지능도 무찌를 수 있는 최고의 무기가 철학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사진 하나와 시를 감상하고 싶다. 오늘은 우리 사회의 권력 기관들이 새롭게 혁신하는 날이다. 무슨 제도 하나 만드는 데, 정말 많은 품과 가슴앓이가 일어난다. 이젠 언론의 개혁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왜냐하면, 언론은 "무질서의 가장 유독한 형태인 선동된 군중"(월터 리프먼)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언론의 타락이 무서운 것은 공동체의 언어를 타락시킴으로써 공동체를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정찬) 그 다음은 교육 개혁 차례이다.
나는 지난 8월 13일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독일의 68혁명 세대들은 1970년대에 교육계와 언론계로 진출하였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 분야가 68혁명 정신을 사회적으로 정착 시키고, 영속 시키기에 가장 중요한 영역이라고 본 것이다. 이런 움직임을 사람들은 당시에 "제도 속으로의 행진"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꿈꾸었던 세상을 제도 속으로 들어가서 이루고자 했던 것이다. 반면, 한국의 86세대는 한국의 엘리트 교육 시스템, 학벌 계급 사회에 대한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었다. 그들의 일부가 사교육계의 큰손으로 사교육 기업을 이끌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아쉬운 일이다. 이 문제가 한국이 성공적인 정치 민주화와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헬조선'이 된 현실과 상당한 연관 관계가 있다는 김누리 교수의 주장에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서정적인 겨울 시 한편을 감상한다. 춥다. 누군가 말했다. 추운 겨울이 좋고 아름다운 것은 서로에게 따뜻함을 전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 했다. 이 시를 소개한 채상우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어떤 단어는 이미 그 안에 온기가 있어 입안에 넣고 한참을 굴리다 살짝 발음만 해도 위로가 되곤 하는데, 내겐 '햇살'이 그중 하나다. '햇살'도 그렇고, 아지랑이, 개나리, 봄비, 강아지, 별 그리고 별자리, 모깃불, 목욕물, 베이비파우더, 숭늉, 이불, 온돌, 팥죽도 그런 단어들이고. 아마 사람들마다 이런 단어들이 몇 개씩은 있을 것이다."
우리 각자는 차마 말하기 어려운 간절한 사연이 하나쯤은 다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바라보던 '마음'이 있고, 그리고 그 '마음'을 대신해 우리를 위로해 주는 어떤 따스한 단어나 문장이 있다. 그래 오늘은 손바닥 위에 단어를 하나 써 보고 싶다. 그리고 햇살 좋은 오후에 손바닥을 가만히 펴 보고 싶다. "햇살 속에 더 환한 햇살"이 그 안에 정말 있을지도 모른다.
햇살이 이럴 땐/이운진
그 이야기를 하려면 너무 슬퍼서
햇살이 이럴 땐 꼭,이라고만 했어
햇살이 이럴 땐
사막의 나무들은 잎을 말아 이슬을 모으고
시실리의 어린 처녀들은 포도를 밟아 술을 빚을 거라고
이슬이 가득 모이면 새가 날아와 목을 적시고
붉은 술이 익으면 축제의 밤이 시작되고
저녁이면 꽃잎을 닫는 꽃들도
햇살이 이럴 땐
빈 여름 침실처럼 활짝 열려 있을 거라고
한 남자가 평생을 바라본 풍경과
한 여자가 일생을 바라본 뒷모습이
사랑이 아니었어도
햇살이 이럴 땐
손바닥 위에라도 마음을 내놓을 거야
햇살 속에 더 환한 햇살이 있어야
슬픔이 나를 다 가질 순 없는 거니까
이어지는 글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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