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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긴장과 간장 사이

7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2CELLOS의 <찬미 받으소서(Benedictus)>를 듣는다. 첼로는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가까운 음색이다. 그래 새로운 아침에 대한 긴장을 풀어준다. 그리고 사랑은 우리가 한 번 가졌다고 해서 모든 것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 다시 창조해야 하고, 매번 다시 살려내야 하고, 죽을 때까지 만들어가야 한다. 세상에 마침표를 이룬 사랑은 없다. 그런 아침을 주신 하느님에게 바치는 노래를 들으면서 긴장을 푼다. 내 삶의 기술이다.

그런데, 시인은 아내의 문자 '긴장 떨어졌어'를 읽고, 적당량의 간장이 음식의 맛을 매듯이, 무엇을 하든지 간에 적당량의 긴장이 필요하고 말한다. 시인은 "사람 사이의 만남에도/생활에도 시에도 적당량의 긴장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생활이 조금씩 풀어져 간다. 연말이라고 그런가? 오늘은 더 풀어지지 않도록, 더 느슨하지 않도록 또 숨을 가다듬고 조여보는 아침이다. "헐거운 내 생활에 훈수를 두는 것이다/단어 하나에도 긴장이 필요하다"고 시인이 두는 '훈수'에  '호흡을 조여주는" 아침이다.

긴장과 간장 사이/복효근

퇴근 무렵 아내로부터 문자가 왔다
"긴장 떨어졌어"
누구의 무엇의 긴장인가
나이 들면서 떨어지기 시작한 내 시의 긴장 말인가
툭 하면 핸드폰을 놓고 출근하는 내 생활의 긴장 말인가
때 아닌 긴장이라니
안다 스마트폰 문자를 찍는데 점 하나를 놓친 것이다
음식 만드는데 간장이 떨어졌다고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한 병 사오라는 뜻일 텐데
한 단어 쓰는 데도 아내는 긴장을 놓친 것이다
아니다 아내는 시방
헐거운 내 생활에 훈수를 두는 것이다
단어 하나에도 긴장이 필요하다
적당량의 간장이 들어가야만 음식도 간이 맞고 맛이 나듯
너무 많이 넣으면 짜게 되고
너무 조금 넣으면 싱거워서 맛이 없는 간장처럼
사람 사이의 만남에도
생활에도 시에도 적당량의 긴장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간장이 긴장이 되어
느슨해진 내 호흡을 조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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