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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죄와 벌/김수영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그리스 로마 신화 속의 사랑이야기>에 대한 강의 준비를 하면서, 사랑에 대한 단상들을 정리했다. 사랑의 기본정서는 다른 사람을 만나 더 행복했으면 하는 것이다.

지금도 혼자 있어도 행복한 데라고 생각하면 사랑을 못한다. 그리고 사랑은 자신이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되는 길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잔인해져야 자기 사랑을 한다. 조연으로만 있으면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노예는 주인에게 잔인하지 못한 반면, 주인은 때리기도 하고, 상도 준다. 잔인해지려면 자신의 품위 지키기를 내려놓아야 한다. 자신의 내면에 있는 야성을 끌어내야 한다. 김수영 시인을 또 만난다.

죄와 벌/김수영

남에게 희생을 당할 만한
충분한 각오를 가진 사람만이
살인을 한다

그러나 우산대로
여편네를 때려눕혔을 때
우리들의 옆에서는
어린 놈이 울었고
비 오는 거리에는
40명가량의 취객들이
모여들었고
집에 돌아와서
제일 마음에 꺼리는 것이
아는 사람이
이 캄캄한 범행의 현장을
보았는가 하는 일이었다
─아니 그보다도 먼저
아까운 것이
지우산을 현장에 버리고 온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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