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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푸른 밤/나희덕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개학이라 오늘은 서울을 가야 한다. 철 지난 가을 장마로 마음마저 흐리다. 그러나 새로운 학생들과 친구 만날 생각하니 마음이 환해 진다. 시인 류시화는 자신의 산문집에서 이렇게 말했다. "작가는 비를 맞는 바보"이다. 폭우가 쏟아져 사람들이 우산을 펴거나 신문지로 머리를 가리고 서둘러 뛰어갈 때 작가는 아무렇지도 않게 비를 맞는 바보라는 것이다. 자신의 안전을 생각하거나 시간에 맞춰 어딘 가에 도착하기보다 무늬를 그리며 웅덩이에 떨어지는 빗방울 응시하는 것, 그것이 작가가 자신의 빛나는 순간을 붙잡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사건들을 보면, 우리 사회는 도덕 감정(moral sentiment)이 회복되어야 한다. 그동안 천민자본주의가 세상을 흐리게 하여, 온통 '돈'이면 다 된다는 도덕불감증이 만연해 있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며, "숙고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했고, 예수는 "다른 이로부터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Golden Rule)'을 강조했다. 물론 공자도 '인(仁)'을 강조하며, 나와 남을 구별하지 말고 사랑하라고 했다. 석가모니도 마찬가지이다. '자비'와 '지혜', 다시 말하면 '사랑'과 '깨달음'을 설파하셨다. 이런 4대 성인의 말씀이 칸트에 이르러, "너의 행위 준칙이 동시에 보편적 입법의 원리가 되도록 행동하라'로 정리된다. 다시 말하면, 하나의 보편 법칙이 될 수 있는 준칙에 따라서 행동하라는 것이다. 자신이나 상대방에게 인간성을 목적으로 대우해야지 수단으로 여기지 말라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칸트의 정언명령(定言命令)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비판하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보고 숙고하며 성찰하라는 것이다. 자신이 받은 사회적 혜택이 크면, 그런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충분히 배려하려는 도덕 감정을 우리 사회가 회복하여야 한다. 그래 불평등이 완화되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더 인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본다. 사는 거, 별 거 아닌데…...

우리의 삶은 본래부터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즉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어떠한 인연에 의하여 세상에 빈손으로 벌거벗고 왔다가, 세상을 떠날 때도 빈 몸으로 가는 것이 우리들의 인생이다. 본래부터 혼자 왔다가 혼자 가기 때문에 부부든, 부모자식이든, 인연이 있어 잠시 만났지만, 인연이 다하면 자연히 혼자 떠나는 것이다. 그 어떤 누구도 나 자신을 대신 할 수 없다는 것은 이 세상의 진리이다. 그리고 떠날 때는 어떠한 사람도 가족도 재산도 가져가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가 떠날 때 가져가는 것이 딱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오직 우리들이 평소에 지은 행위, 즉 업(業)이다. 업은 반드시 가지고 간다. 업은 산스크리트어로 '카르마(karma)'라 하고 뜻은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 선악의 소행을 업이라고 한다. 선업이던 악업이던 그 지은바 업은 인과의 법칙에 의해서 반드시 되받는다. 그래서 지금 현재 우리들의 생각과 말과 행동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원인이 되어 결과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에는 지은바 업이 다르기 때문에 찬차만별 모든 것이 다르게 나타날 뿐이다. 우리 인생은 본래 그러하기에 고독하고 외롭다. 그러나 고독의 진실을 바로 알면 고독하거나 외롭지 않다. 우리가 없는 이 세상과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가 우주의 주인이며 세상의 주인이며 인생의 주인이다. 영화나 드라마(drama)에 나오는 잠시 주인공이 아닌 내 인생에 진짜 주인공이다.
  
오늘도 참 주인공으로 멋있는 하루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하늘에는 해와 달, 구름 그리고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 맑은 물이 흐르는 시냇물, 푸른 숲 등, 삼라만상의 자연 현상도 우리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돈'이 다 아니다. 오늘도 나희덕 시인을 공유한다. "푸른 밤", "나의 생애는/모든 지름길을 돌아서/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푸른 밤/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 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_시하나 #나희덕 #복합와인문화공간_뱅샾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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