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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비/천양희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공자가 사랑했던 제자 안회의 삶을 묘사한 말, "학위인사(學爲人師) 행위세범(行爲世範)" 를 잊지않고 있다. 이 말은 '학문은 다른 사람의 스승이 되어야 하고, 행실은 세상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로 해석된다.  북경사범대학의 교훈이기도 하다. 내가 나온 사범대학의 '사범(師範)'의 어원이다. 좀 더 현대식으로 해석하면, '배워서 남의 선생이 되고, 배운 바를 실천하여 세상의 모범이 되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나도 실천하고 싶다. 사(師)자 가 들어가는 사람은 학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행실에 있어 모범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말이라 생각한다.

TMI인지 모르지만, '사'자로 끝나는 직업들을 한자(漢字)로 썼을 경우에는 판사(判事), 검사(檢事), 변호사(辯護士), 의사(醫師), 박사(博士),대사(大使)등으로 '사'라는 글자가 각양각색(各樣各色)이다. 다시 정리하여 보면,
- 일 사(事) : 판사(判事), 검사(檢事), 도지사(道知事) 등이 있다. 변호사만을 제외하고 죄를 다루는 공공 영역에는 두루 일 사(事)를 쓴다.  사(事)에는 '다스리다.' 라는 뜻 같다.
- 선비 사(士) : 변호사(辯護士), 박사(博士), 간호사(看護士) 등이 있다. 여기서 '사(士)는 '전문 직업인'을 존중하는 뜻으로 쓰인다. 학위, 면허전문직, 보통 특정 분야 뒤에 붙는 상담사, 지도사에 사(士)가 붙는다.
- 보낼 (使) : 대사(大使), 칙사(勅使) 등이 있다. 사(使)에는 심부름꾼의 뜻이 내포되어 있다.
- 스승 사(師) : 의사(醫師), 약사(藥師), 교사(敎師), 법사(法師) 목사(牧師) 등이 있다.

사(師)에서는 우리에게 어떤 고귀한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그래서 종교적인 단어와 깊은 연관이 있다. 그리고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의사(醫師)와 약사(藥師)도 '스승 사'의 계열에 속하고 있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그냥 생각한다면 전문 직업인이니까 '선비 사(士)'의 계열에 들어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의사와 약사에 선비 사(士)를 쓰지 않고 스승 사(師)를 쓴다. 의사와 목사에게 스승 사자를 붙이는 이유는 생명을 다루고 공동체를 이끌어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근래에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사(師) 직업의 일탈이 아쉽다.

최동석(인사조직연구소 소장)이라는 분이 그랬다. "과거에는 군대 지휘부와 중앙정보부 지휘부가 엘리트였다. 지금은 전교 1등을 해본 판사들, 검사들, 의사들이 엘리트가 되었다. 그들은 지금 우리 사회의 괴물로 자라났다." "우리의 교육은 엘리트라는 괴물을 양산해왔고, 우리의 구조와 시스템은 괴물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해왔다." "교육혁명과 함께 사회의 구조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코로나-19로 만남과 외출이 적어지니, 집에 있는 시간이 많고, 또한 수시로 눈이 아프다는 핑계로 낮잠을 자니, 새벽에 일어나는 일이 잣다. 오늘 아침은 태풍으로 내리는 빗소리에 깼다. 지금도 엄청나게 비가 내린다. 그래 오늘 아침은 천양희 시인의 <비>를 공유한다. 오늘 아침 비처럼, 나도 "누구에겐가 쏟아지고 싶다." "누구에겐가 퍼붓고 싶다." 새상이 너무 이상하게 돌아간다.

비/천양희

쏟아지고 싶은 것이
비를 아는 마음이라면,

그 마음
누구에겐가 쏟아지고 싶다.
퍼붓고 싶다.

퍼붓고 싶은 것이
비를 아는 마음이라면,

그 마음
누구에겐가 퍼붓고 싶다.
쏟아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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