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24.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5년 8월 22일)
1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빛의 순간'이라고 부르는 경험이 있다.
▪ 까르르 터지는 아이들 미소,
▪ 바뀐 계절을 실은 바람,
▪ 새의 지저귐,
▪ 해 저무는 붉은 하늘 빛,
▪ 갓 구운 빵 냄새 등이다.
그 외에도 많은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종종 오감이 보고 듣고 맡은 것을 적는다. 아이들이 자라 "엄마는 이 척박한 세상에 왜 우릴 낳았어?"하고 따진다면, "세상엔 고통 · 폭력 · 상처도 넘치지만, 눈 · 코 · 귀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경이도 많아"라며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와인을 함께 마실 때와 오늘 공유하는 시를 만났을 때이다. 오늘 사진은 저녁에 있을 와인 칵테일 강의 준비 사진이다.
사소한 웃음/문숙자
한동안 소식 끊겼던 사람에게서 카카오톡이 왔다
한겨울 느닷없이,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냐 묻는다
언젠가 마트에 가면 아이스크림은 꼭 사세요
하던 말이 생각났다
대답도 하기 전에
바닷가 풍경 사진 한 장이 날아왔다
물결치는 바다를 배달했으니
무엇을 줄 수 있냐고 묻는다
속이 깊은 바다와
걸음이 예쁜 구름이 하늘을 지나는 풍경을 전송하고
지구에서 가장 푸르게 출렁이는 것을 주었으니
그대는 내게 무엇을 더 주실 수 있는지요? 물었다
빙수가 먹고 싶은데 어떡하느냐 딴소리를 한다
기온이 뚝 떨어져 바닷물이 꽁꽁 얼면
짭쪼롬하고 달큼한 빙수를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그가 킥킥 웃는다
나도 붉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동그랗게 웃었다
달빛으로 푸른빛이 도는 이마가 시릴 때까지
우리는 킥킥거리다 헤어졌다
무거운 두뇌가 갑자기 가벼워졌다

이 '빛의 순간'에 한때 꼭 끼워 넣어야 할 것이 '공동체를 위해 기도하는 이들의 모습'이다.
▪ 가톨릭에서는 '보편 지향 기도',
▪ 개신교에서는 '중보 기도',
▪ 불교에서는 '회향(廻向) 발원(發願)'이라고 부르는 전통이 있다.
이름 모를 이웃 다수를 위해 사람들이 손을 모은다. 주제는 많다.
▪ "전쟁으로 희생된 영혼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 "세상을 지켜 온 노인들이 날마다 기쁘게"
▪ "폭력과 이기심 앞에 무너진 가난한 인류를 고통에서 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빈다.
기도 말고는 더할 게 없는 나약한 각자의 순간에 '나' 대신 '모두'를 생각하는 이들은 아름답고 낯설다. '그래, 인간이 이런 존재라면 함께 견뎌볼 법하지' 싶은 '빛의 장면'이다.
2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정치인을 위한 기도' 이다. 뭐든 바뀌려면 동원할 실효적 수단이 많은 정치가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도가 필요하다. "정치인들에게 바른 양심을 심어 주시어, 개인의 풍요와 이익을 좇기보다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며, 정의를 실천하게 하소서."
안타깝게 이런 숭고는 늘 현실의 냉혹과 마주한다. 국민 바람이 무색하게 정계, 교계 일부는 성역 사수에 분주하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최근 국민의힘 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특검 팀은 통일교 간부들이 교인 약 3만 명을 입당시키고 이권을 청탁했다고 의심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무속 등에 기대 헌정을 유린했다는 의혹에 더해, 이단과 사이비 논란의 신흥종교가 나라 정치를 흔들었다는 혐의가 불거졌다.
당원 명부 확인의 기술적 방법을 상의하려 한 것만으로도 의원들은 "야당 탄압" "당원명부는 심장"을 외치고 나섰다. 그 심장이 때 되면 USB에 담겨 나도는 것은 여의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공천 개입 핵심 인물' 명태균씨 손에 들어간 일도 있다. "절대 확인 불가"를 외치는 그 심장 안에서는 민주주의보다 중요한 어떤 가치가 박동하고 있나.
정치와 종교의 기괴한 공생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조직된 수만 명이 정치를 교란했다는 건 차원이 다른 혐의다. 당이 두 팔 걷어 진상 규명에 앞장서야 옳다. 통일교 교인들도 천정궁 압색 때 적법한 공무 집행을 방해하진 않았다. 건실한 보수의 재건을 희망하는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이들의 기도는 오래 무력할 것 같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3
정치권은 문화 예술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좋은 기사를 보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아리랑 국제방송 프로그램 ‘케이팝 더 넥스트 챕터’(K-Pop:The Next Chapter)에 메기 강 감독 등과 함께 출연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문화의 힘을 제대로 보여줄 기회가 본격 시작되고 있다”며 “토대를 잘 갖춰 핵심 산업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거목이 자라려면 풀밭이 잘 가꿔져 있어야 한다. 순수예술 분야 지원·육성도 필요하다”며 “그건 시장이 아닌 정부 몫”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특히 문화에 대해선 정치권력이 휘어잡고 활용하고 싶어 하는 통제 본능이 있다. 블랙리스트처럼 감시·규제를 하니 문화 예술이 죽어가는 측면이 있다”며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로, 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케데헌 열풍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킨 호랑이 캐릭터 ‘더피’ 인형과 ‘까치호랑이’ 배지 열풍이 그렇다. ‘뮷즈’(뮤지엄 굿즈)의 성과에도 담당 공직자들에게 인센티브가 전혀 없었다.
거목이 자라려면 풀밭이 잘 가꿔져 있어야 한다. 그게 순수 예술 분야이다. 그건 시장의 몫이 아니라, 정부의 몫이다. 순수 예술인 지원을 아낌없이 해야 한다. 특히 젊은 예술인 지원 사업이 더 왕성해야 한다.
그리고 최용석 서경대 교수(AI빅데이터전공)의 말을 기억해야 한다. “중국 무술과 전통문화를 다룬 애니메이션 ‘쿵푸팬더’ 역시 수익은 미국 제작사 드림웍스가 가져갔다. 케데헌 역시 미국 제작사가 투자하고, 한국계 미국인이 메리 강이 감독을 맡은 작품이라는 사실을 한국 정부가 뼈아프게 느껴야 한다”며 “10억원씩 100개를 나눠서 투자할 게 아니라 케데헌처럼 1000억원을 투자할 용기와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00게 투자하면 고작 1-2개 성공하는 게 다반사 인데 위험한 투자는 안하고 1-2성공하면 곰은 재주가 넘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이런 썩어 빠진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니 한국은 망하는 거다. 투자 수익 먹고 싶으면 투자를 하여야 한다.
4
지방이 소멸되어 간다. 로컬 콘텐츠를 개발하며, 우선 우리 끼리 재미있게 즐기면 외부이나 외국인들이 와서 체험하고, 이것이 곧 지방 경제, 특히 골목 경제의 경쟁력이 커진다.
그런데 이게 일부 정치 리더를 꿈꾼다는 사람들이나 일부 노인들이 문화 예술을 모른다. 이런 일이 있었다.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의 고유 문화를 소재로 활용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은 국민의힘 당대표 TV토론회에서도 등장했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19일 토론회 도중 김문수 후보를 향해 “케데헌이라고 들어봤냐”고 질문했다. 김 후보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라고 하자 안 후보는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K-컨텐트의 대명사인데 모르시냐”며 애니메이션 내용을 줄줄 읊었다. 그러면서 “제1 야당 당대표라면 이 정도의 시대적인 트렌드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에서 말씀드렸다”고 첨언했다. 코메디이다.
5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다." 자연과학, 나라의 부강함이 이 문화의 힘에서 나온다. 행복, 정의, 자유, 사랑같은 덕목이 제대로 기능하는 사회의 높이가 바로 문화적이고, 예술적이고 철학적인 단계이기 때문이다.
김구 선생님에 의하면, 문화적이 되면 남을 모방하지 않는 힘이 발휘된다고 한다. 즉 독립적이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독립적이고 전략적인 판단을 하여야 한다. 이 판단은 철학적 시선에서 나온다. 그 시선은 남들이 보지 못한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꿈'이다. 그러니까 꿈이 없으면 종속적인 사람을 살게 된다. "노예가 노예로 사는 삶에 너무 익숙해지면/놀랍게도 자신의 다리를 묶고 있는 쇠사슬을/서로 자랑하기 시작한다.//어느 쪽의 쇠사슬이 더 빛나는지./어느 쪽의 쇠사슬이 더 무거운지.//그리고 쇠사슬에 묶여 있지 않은/자유인을 비웃기까지 한다." (Amiri Baraka, 미국 극작가)
이런 꿈을 가지려면, 시대의식을 포착하고, 포착된 시대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자각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폐쇄적인 시선을 벗어나 시대를 들여다 보고, 거기서 문제를 발견하려고 덥빈다. 어떻게? 대다수가 공유하는 관념에서 이탈하여 자신만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발동시키는 것이다. 그런 호기심이 발동될 때 인간은 비로소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다. 이런 사람을 우리는 독립된 주체, "단독자"(들뢰즈)라고 한다.
단독자는 대답하는 일보다 질문부터 시작한다. 질문은 궁금증과 호기심이 자신의 안에 머물지 못하고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질문할 때에만 고유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하면, 고유한 존재가 자신의 욕망을 발휘하는 형태가 바로 질문이다. 질문은 미래적이고 개방적이다. 반면 대답은 우리를 과거에 갇히게 한다. 대답과 질문은 다른 차원이다. 대답은 기능이지만, 질문은 인격이다, 다시 말하면, 대답은 기능의 차원이지만, 질문은 인격적인 문제이다. 질문은 궁금증과 호기심이라는 내면의 인격적 활동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절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도식이 가능하다. 질문-독립적 주체-궁금증과 호기심-상상력과 창의력-시대에 대한 책임성-관념적 포착-장르-선도력(리더십)-선진국. 선진국에서는 "너 참 독특하다 Your are so unique."라고 칭찬한다. 이러한 자신만의 독특한 특징을 근거로 자기 삶을 꾸리면 자기 주도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만 생각하지 않는 윤리적인 삶이 필요하다. 나만 생각하지 말고 더 좋은 우리의 삶의 터전을 위해 집단지성에 기여해야 한다. 집단 지성을 높이는 방법은 우리가 사회 발전 방향에 능동적이고 자발적으로 참여 하고, 잘못된 부분을 고쳐가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뒤에서 비평만 하는 것은 멈출 일이다.
다른 글들은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 네이버에서 '우리마을대학협동조합'를 치시면, 그 곳의 출판부에서 볼 수 있다. 아니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blog.naver.com/pakhan-pyo 또는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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