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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독일 와인의 이해

지난 주 토요일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와인은 포도 품종을 알면 와인의 맛의 절반은 예측할 수 있다. 오늘 소개할 리슬링(Riesling) 포도는 과일 향이 풍부한 독일 와인의 맛을 낸다. 별명은 '팅거벨 같은 귀여운 요정'이다. 독일의 대표적인 포도품종으로 섬세하고 독특하며 과일향이 풍부한 포도인데, 보통 사과 향, 복숭아 향, 벌꿀 향이 은은하게 느껴지며 가볍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와인이 나온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은 드라이한 와인인데도 마시고 나면 스위트와인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 품종은 알맹이도 작고 전체 송이의 크기도 작다. 주로 독일의 라인 강 유역에서 재배되고 있는데 상당히 까다로운 품종으로 토양에 따라 변화가 심하다. 추위에는 강하지만 높은 고지대와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경사면이나 비가 적은 토양에서는 양질의 포도가 나오지 않는다. 주로 남향의 경사면에 이 품종을 할당한다. 독일의 모젤(Mosel)지방과 프랑스 알자스(Alsace) 지방이 유명하다. 쎄미용(Sémillon) 포도품종처럼 귀부현상으로 인해 아주 달콤한 디저트 와인을 만들기도 한다. 껍질이 얇아 세균에 의한 귀부현상이 잘 일어나기 때문이다.

독일이든 프랑스의 알자스든 주로 라벨에 ‘Riesling’이라는 포도품종 이름이 이렇게 표기된다. 그러나 같은 품종이라도 산지에 따라 그 향과 맛이 서로 다르다. 독일의 리슬링은 달콤한 맛의 와인이 그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프랑스 알자스에서는 알코올 도수가 약간 높으며 산뜻한 맛이 나는 드라이한 맛의 와인을 만들고 있다. 발효를 완전히 시키느냐 중단시키느냐의 차이 때문일 수 있다.

우리는 이 와인의 맛을 잘 안다. 한국 두산에서 만드는 <마주앙 모젤>이라는 이름 화이트와인이 리슬링으로 만든 것이다. 1988년 와인 수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에 우리는 <마주앙>으로 기억하고 있는 이 와인을 데이트 하면서 가끔 마셨다. 사실 이 와인은 독일 모젤 지방의 포도로 만든 와인이다. 이 화이트와인은 생선회와 잘 어울린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드라이(달지 않은) 것을 선택하여야 한다. 이 리슬링 품종 와인은 값이 저렴할 수록 드라이하다.

오늘 사진처럼, 독일 리슬링 품종 와인을 구입하려면, 귀찮지만 독일의 와인 등급 체계를 좀 이해 하여야 한다. 주로 리슬링으로 만드는 독일 와인은 네 가지 등급으로 나뉜다. 그 중 ‘아주 질 좋은 와인’이란 뜻이며 가장 최고급 등급이 QmP(Qualitätswein mit Prädikat)이다. 이 등급은 설탕이나 그 외의 다른 첨가물은 일체 허용되지 않으며 이 영역의 와인들은 다시 포도의 성숙과 포도 수확 시기에 따라 다시 여섯 단계로 나뉜다.

북반구 대부분의 와이너리들은 9월~10월 중에 포도품종별로 수확기간을 정하여 단번에 수확을 마친다. 그러나 독일의 와이너리들은 10월 경부터 여러 차례 수확하며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수확을 완료한다. 한 포도밭에서도 한번에 모든 포도를 수확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캐비넷으로 일찍 수확, 며칠 후 다시 수확, 좀 더 놔뒀다가 늦게 아우스레제 수확, 꽁꽁 얼어붙을 때까지 포도 일부를 남겨 두었다가 아이스 바인용으로 수확하는 식이다. 귀부 병에 걸린 포도 알은 수확 때에 손으로 일일이 선별하여 TBA 용으로 수확한다. 대단히 숙련된 인부만 할 수 있다. 아이스바인은 영하 8도 이하의 날씨에 수확하여 즉시 압착한다. 언 포도로 만든 아이스 와인 이야기는 다음 주로 미룬다. 다만 다음 같은 이름을 알아야 독일 와인을 이해할 수 있다.

① 카비네트(Kavinett) 18세기에 처음으로 교회와 귀족의 후원을 얻어 우수한 와인에 대한 품질 표기가 시작되었고, 양질의 와인은 저장고(Kabinett)에서 보관 되었다. 오늘날 와인 등급의 하나인 카비네트도 여기에서 유래 했다.
: 잘 익은 포도로 만든 부드러운 와인
② 슈페트레제(Spätlese): 늦게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
③ 아우스레제(Auslese): 조금이라도 더 늦게 수확하여 만든 와인
④ 베렌아우스레제(Beeren Auslese-BA): 포도가 상하기 직전에 손으로 수확하여 만든 와인(여기서 베렌은 영어로 베리(Berry)라는 뜻으로 즉 포도 한 알 한 알이라는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
⑤ 아이스바인(Eiswein): 포도를 12월까지 포도나무에 두어 언 상태에서 수확하여 즙을 내서 만든 와인
⑥ 트로겐베렌아우스레제(Tocken Beeren Auslese-TBA): 귀부 현상이 있는 포도 알을 건포도 수준에서 수확하여 만든 와인 여기서 '트로켄'이란 ‘말랐다’는 의미이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포도 수확시기가 늦은 것으로 그만큼 더 당도가 높다. 우리나라에서 까치밥용으로 감을 따지 않고 나무에 내버려두면 달고 맛있는 홍시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아이스 바인은 포도가 얼 때까지, 트로겐베렌아우스레제는 귀부현상으로 건포도 상태에 가까워질 때까지 각각 기다렸다가 이를 수확해 만든 명품 와인이다. 값이 비싸고 식후에 마시는 디저트와인이다. 다음 주에 좀 자세하게 알아본다. 오늘 공유하는 사진을 잘 보시면, 라벨이 비슷하지만 위의 용어들이 라벨에 기입된 것으로 가지고 변별해야 한다. 쉽지 않다.

다음 사진을 보고, 라벨을 구별해 보자. 참고 파란색은 독일 모젤 지역 와인이고, 갈생은 라인 지역 와인이다. 독일인들도 라벨 읽기가 어려워 이렇게 병의 색으로 구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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