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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습정양졸(習靜養拙)"

벌써 9월이다. 다시 한번 2021년에 '건너가야' 할 힘을 주는 동력을 "습정양졸(習靜養拙)"에서 소환한다. 말 그대로 하면, '습정양졸'은 "고요함을 익히고 고졸함을 기른다"는 말이다. 여기서 '정'과 '졸'은 한 통속이다. 졸은 '고졸하다'라고 할 때 사용되는 말이다. "기교는 없으나 예스럽고 소박한 멋이 있다"는 말이다. 도자기 가게에 가면, 기계에서 찍어 나온 듯 흠잡을 데가 없이 반듯반듯하고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구도를 가진 도자기는 상식적이라 눈길이 안 간다. 뭔가 균형도 잡히지 않은 것 같고, 어딘가 거칠고 투박한 것 같으면서도 구수하고 은근하고 정답고 살아 숨쉬는 듯한 것이 마음에 끌리고 편하게 느껴진다. 그게 내가 '키우고 싶은 '양졸(養拙)' 이다.

노자 <도덕경>의 제45장을 보면,  5 가지 '고졸(古拙)의 멋' 세계, 즉 결(缺), 충(沖), 굴(屈), 졸(拙), 눌(訥)의 모습을 보여준다. 노자는  그게 5가지 도(道)의 세계라고 한다. 이 도의 세계를 키우는 것이 2021년 내가 건너가기로 정한 목표였다. 금년 초에 설정했는데, 어영부영하다 보니 벌써 9월ㅇ다. 다시 한 번 건너가고 싶은 세계를 소환하고 나를 뒤돌아 본다.

1. 대성(大成)의 세계에서 결(缺)의 세계로 건너가기 : 대성약결(大成若缺) - 'Big ME'에서 'Little ME'로 건너가서, '완전히 이루어진 것은 모자란 듯하다'는 것을 알고, 조금 모자란 듯이 살자.

2. 대영(大盈)의 세계에서 충(沖)의 세계로 건너가기 : 대영약충(大盈若沖) - 가득함에서 비움으로 건너가서, '완전히 가득 찬 것은 빈 듯하다'는 것을 알고, 뭔가 조금 빈 듯하게 살자. 다 채우려 하지 말자.

3. 대직(大直)의 세계에서 굴(窟)의 세계로 건너가기 : 대직약굴(大直若窟) - 직진, 바른 길에서 곡선, 구부러진 길로 건너가서, '완전히 곧은 것은 굽은 듯하다'는 것을 알고, 뭔가 반듯하지 못한 것처럼 살자. 크게 강직한 것은 굴종하는 것과 같다. 유연하자는 말이다. 굴종하는 일이 곧 강직한 자의 태도이다.

4. 대교(大巧)의 세계에서 졸(拙)의 세계로 건너가기: 대교약졸(大巧若拙) - 화려와 정교함에서 질박과 서투름으로 건너가서, '완전한 솜씨는 서툴게 보인다'는 것을 알고, 뭔가 어설프고 서툴게 보이도록 하자. 참으로 교묘한 것은 보통 사람의 눈에 도리어 거칠고 치졸한 것으로 보인다.

5. 대변(大辯)의 세계에서 눌(訥)의 세계로 건너가기: 대변약눌(大辯若訥) - 웅변에서 눌변으로 건너가서, 완전한 웅변은 눌변으로 보인다'는 것을 알고, 뭔가 말도 제대로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것 같이 보이도록 하자. 아주 능숙한 사람은 자연스럽고 꾀도 쓰지 않으며 자랑하지도 않으므로 졸렬한 것처럼 보인다.

<<도덕경>> 제45장을 내 나름대로 번역하면 이렇다. "다 완성된 것도 빈틈이 있어야 그걸 쓰는 데 불편함이 없고, 가득 채웠더라도 빈 곳이 있어야 언제라도 쓸 수 있다. 구불구불한 길이 바른 길이며, 질박하고 서툴러 보인 것이 화려하고 정교한 것이며, 어눌한 눌변이 곧 완벽한 말 솜씨인 것이다."

그러면서, "고요함은 시끄러움을 극복하고, 냉정함은 날뜀을 극복한다. 맑고 고요함(淸靜)이 세상의 표준(천하의 정도)이다(躁勝寒 靜勝熱 淸靜爲天下正)"로 마친다.

큰 그릇은 흙이 많이 들어간 그릇이 아니라 빈 공간이 많은 그릇을 의미한다. 나는 이것을 '그릇 론'이라 부른다.  자신을 큰 그릇으로 만들려면,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모자란 듯이 보이는 것이 크게 이루어진 것이라 생각하고, 빈 듯이 보이는 것이 오히려 가득 찬 것으로 생각하고, 구부러진 것이 오히려 크게 곧은 것으로 생각하고, 서툰 것이 오히려 크게 솜씨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더듬더듬 거리는 말이 크게 말 잘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산을 떨면 추위를 이겨내지만, 이렇게 더워진 것은 고요함(靜)으로 이길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맑고 고요함(淸靜)이 '하늘 아래 바름(모든 힘의 근원, The still point)'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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